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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더디지만
  • 김유철
  • 등록 2021-01-05 13:52:19
  • 수정 2021-01-05 13:5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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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요한 6,20) ⓒ 김유철



이 날은 더디지만 


                                

우리가 원하는 날

모두가 꿈처럼 여기는 날

자식들은 이렇게 살기를 바랐던 날

이 날은 더디지만 끝내 온다


법을 만든 자들이 법을 무시하고

법을 집행하는 자들이 법 뒤에 숨으며

법을 응용하고 변형하고 분해시키는

쑥대머리 같은 세상


그 쑥대머리들이 편 가르고 짝짓고 

웃을 일에 울고

울 일에 박장대소하던

그 거짓과 어두움과 병듦을 몰아낼

이 날은 더디지만 끝내 온다


불면 꺼지리라던 촛불 속에서 

시린 두 손 호호 불던 입김 속에서

깨어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눈동자 속에서

새로운 세상과 올곧은 나라의 춤이 일렁인다


편 가름과 통곡과 한숨으로

비록 남루해 질대로 남루해 졌지만

어둠속에 감추어 놓은 희망이라는 어둑새벽의 길

그 길로 가는 이 날은 더디지만 끝내 온다


자랑스럽고

건강하고

행복한

그래, 이 날은 더디지만 분명히 온다



[필진정보]
김유철(스테파노) : 시인.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삶예술연구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민예총, 민언련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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