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소유한 < 매일신문 >(사장 이상택 신부)이 현 정부의 조세 정책을 풍자하는 만평에 군사독재시절 사진을 묘사한 그림을 게재하여 논란이다.
< 매일신문 >이 18일 온라인 홈페이지에 게재한 ‘매일희평’에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무장 공수부대가 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곤봉과 군화발로 짓밟는 모습을 비유한 만평이 실렸다.
진압에 나선 군인들의 모습 위에는 ‘건보료’, ‘재산세’, ‘종부세’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진압을 당하는 시민에게는 ‘아닌 밤중에 9억 초과 1주택’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그리고 ‘토지공개념’을 ‘토지독재개념’이라고 적고 현 정부가 취하는 ‘토지공개념’을 독재라 일컫고 있다.
논란이 되자 20일 오후 별도의 설명 없이 해당 만평은 < 매일신문 >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
‘세금으로 얻어맞는다’? 근거없는 가짜뉴스 전파
이는 최근 정부의 부동산 관련 조세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반 국민의 세금 부담을 줄이고 조세형평성을 강화한 정부의 부동산 조세 정책을 공수부대의 무자비한 폭행과 동일시하는 것은 정책에 대한 근거 없는 ‘가짜뉴스’다.
먼저 정부는 5-10년에 걸쳐 통상 실제 시세보다 매우 낮게 책정된 공공주택 공시지가를 최대한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올해는 공시지가가 지난해보다 19.08%가 상승했다.
정부는 이에 동반되는 전반적 조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6억 원 이하 1주택 보유자의 재산세 부담을 제한했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이 지난해 4억 6천만 원(시세 6억 6천만 원)에서 6억 원(시세 8억 6천만 원)으로 오른 경우, 공시지가는 30% 가까이 늘었지만 이에 부과되는 보유세는 101만 7천원에서 93만 4천원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8만 3천원이 감소했다.
공시지가 6억 원 이하 주택은 전국 공동주택의 92.1%(1,308,8만호), 서울 소재 전체 공동주택의 70.6%(182.5만 호)다. 즉, 6억 원 이하 공동주택 1가구 1주택을 보유한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전년 대비 세금이 감면된 것이다.
반면 9억 원을 초과하는 공동주택은 전국 공동주택의 3.7%(52.5만호)에 그친다. 지금까지 매우 낮게 책정된 공시지가를 이용하여 고가에 거래되는 부동산을 보유하고도 세금이 정당히 부과되지 않고 있던 조세 불의를 바로잡은 셈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거주목적으로 1가구 1주택인 경우에는 세제 감면 혜택을 마련해두었다. 보유기간, 연령, 다주택 여부에 따라 9억을 초과하는 아파트일지라도 1세대 1주택을 소유한 60세 이상 고령자는 20-40%까지, 보유 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는 20-50%까지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만 65세 고령자가 공시지가 11억 원의 1주택을 15년간 보유한 경우에는 세금이 82만원에서 연령공제(30%)와 보유기간 공제(50%)를 합하여 16만원으로 대폭 감소한다. 게다가 부부가 공동으로 보유하는 1세대 1주택의 경우 공시지가 12억 원 이하에는 아예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건강보험료 역시 공시지가 상승으로 피부양자 재산조건을 초과하여 피부양자격에서 제외되는 경우는 전국 피부양자 1,798만 명 가운데 0.1%인 1만 8천 명 수준이다.
피부양자가 될 수 없는 경우는 보유한 공동주택 가격이 과세표준 5억 4천-9억(시세 13-20억원)이고 연소득이 1천만 원 이상이거나 공동주택 가격이 과세표준 9억을 초과하는 경우뿐이다. 즉, 시가 10억원이 넘어가는 공동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이 피부양자로 등록되는 것은 조세정의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인 셈이다.
이처럼 현 정부의 조세 정책에 영향을 받는 것은 지금까지 공시지가가 현실화되지 않아 낮은 세금을 내고 있던 극소수의 고소득층들뿐이다. 이를 볼 때 정부의 조세 정책은 ‘번만큼 납부하는’ 조세형평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민주화운동을 모욕한 신문사 처벌' 국민 청원도 올라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가장 큰 비극이자, 진영을 막론하고 모두가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인정하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멸시, 모욕, 역사왜곡이라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지난 19일에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518 민주화운동을 모욕한 신문사 처벌 청원합니다’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20일 기준 1만 7천여 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청원자는 < 매일신문 > 편집자 및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며 “대구매일신문은 광주시민을 폭행하고 살인을 하는 공수부대군인을 건보료와 재산세 등으로 묘사하여 국민을 괴롭히고 짓밟는 정부로 묘사하였다”고 지적했다.
청원자는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동시에, 마치 국민을 학살한 과거 전두환 군사정권에 현 정부를 비유함으로써 이 만평을 보는 모든 이들로 하여금 마치 자신들이 현 정부에 의해 과거 전두환과 그의 하수인이였던 공수부대에게 학살당한 광주시민과 같은 피해자인듯 느끼도록 선동하려는 악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만평이 실린 < 매일일보 >가 보수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지역신문이며 사주가 천주교 대구대교구라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구 희망원 등 대구대교구가 운영하는 사업장의 운영 실태를 비판했다가 교구로부터 고소당한 적이 있는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 출신의 임성무 씨는 자신의 SNS에 “5.18민주항쟁에 대한 모욕이고, 생명에 대한 경시”라며 “어떻게 천주교회가 이럴 수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임성무 씨는 “조환길 대주교는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사장 신부의 책임을 물어 징계하고, 편집권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 매일신문사 정의파 기자들은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규탄했다.
마찬가지로 대구대교구 정평위 사무국장을 지낸 이용우 씨는 최근 선종하며 '교구를 위해서 잘못한 것, 또 교구의 사람들을 위해서 잘못한 것들에 대해서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를 바란다'는 이문희 대주교의 유언에는 "군사정부에 부역한 교구사제와 언론에 대한 부끄러움도 포함된 것으로 짐작한다"며 "이문희 주교님의 유언이 삼우도 지나지 않아 살아남은 자들에 의해 이렇게 허망하게 무시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립 가톨릭매체 < 가톨릭일꾼 > 한상봉 편집인도 자신의 SNS에 “대구교구는 죄업을 청산하고 < 매일신문 >은 폐간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대구 지역 천주교를 비롯한 < 매일신문 >이 역사 가운데서 민주주의 탄압에 어떻게 동조해왔는가를 짚었다.
한상봉 편집인은 군사독재 시절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여전히 대구대교구가 교구 개혁을 바라는 사제와 평신도들을 배척하고 그로 인해 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구에 도사린 보수 우익 독재정권의 망령이 교구 전체를 완강하게 붙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다”며 “그 망령의 중심에 < 매일신문 >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상봉 편집인은 “정작 광주시민들을 때려잡은 광주학살의 주범인 전두환 정권을 뒷받침 해 온 것이 대구교구이며 < 매일신문 >"이라며 전두환이 쿠데타로 권력을 잡고 영구집권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입법기구(국가보위입법회의)를 구성했을 때 이곳에 대구대교구의 이종흥, 전달출 사제가 참여했고, 당시 교구장이던 서정길 주교도 박정희, 전두환을 지지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전달출 신부가 < 매일신문 >의 전신 < 대구매일신문 >의 사장이었고, 이러한 군부를 등에 업고 신군부가 방송사와 언론사 통폐합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 영남일보 >를 흡수하여 대구의 유일한 일간지로 올라섰다고도 덧붙였다.
한 편집인은 “특히 대구교구의 죄가 응축된 상징인 < 매일신문 > 은 즉시 폐간되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고 “언론의 특성상 이것은 단지 대구교구만의 문제가 아니고, 영남지역 전체 시민들의 영적 건강을 위해서도 시급하다. 그들이 민주사회의 시민으로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얻기 위해서라도 나쁜 신문은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대교구 병원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지형 신부도 자신의 SNS를 통해 < 매일신문 > 만평을 두고 "이것은 선을 넘은 것에서 그치는 정도가 아니다"라며 "대구대교구 출신이신 김수환 추기경님이 살아계셔서 이 모습을 보셨다면 어떠셨을까? 비록 서울대교구 사제이지만 광주분들에게 그리고 더욱이 5.18 희생자분들과 그 가족분들에게 교회의 일원으로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대구대교구장과 매일신문 사장신부의 '사과'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교리, "정치권력은 공동선 위해 소유권의 정당한 행사를 규제할 권리·의무 있어"
더구나 ‘토지공개념’을 ‘토지독재개념’이라 부른 것 역시 가톨릭교회의 정신에 정면으로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톨릭교리는 “재산의 소유는 사람들 사이에 본래 있어야 할 연대성이 드러나는 것”이며 “정당한 방법으로 사유 재산에 대한 권리를 획득한다 하여도, 그 시초부터 인류가 받은 땅은 여전히 공동의 선물”(가톨릭교리 2402-2403항)이라고 규정한다.
구체적으로는 “토지나 공장과 같은 물질적인 생산재 또는 재능이나 기술과 같은 비물질적인 생산재를 소유한 사람들은, 그 소출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유익하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정치권력은 공동선을 이룰 수 있도록 소유권의 정당한 행사를 규제할 권리와 의무를 지고 있다”(2405-2406항)고 규정한다.
가톨릭교리에 따른다면 현 정부가 투기물로 전락한 공동주택의 본질을 되찾고자 다주택 보유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사유재산권을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토지, 주택과 같은 한정된 자원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고, 한정된 자원을 통해 막대한 부를 지니게 된 이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만든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사유재산권'은, 세상에 존재하는 재화를 개인이 마음대로 무제한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 바 있다.
최근 발표한 교황 회칙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에서 교황은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는 ”어떤 사람이 존엄하게 사는데 필요한 것이 없다면 누군가가 그것을 빼앗아 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며 ”교황 그레고리오1세의 말처럼 ‘우리가 가난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준다고 말할 때, 이는 우리가 가진 것을 준다기보다는 그들의 것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 사유재산권은 생산된 재화의 보편적 사용이라는 원칙에서 파생된 부차적인 기본권일 뿐”(119-120항)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