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인권위, “김병상 신부 위암 진단 미고지는 알 권리 침해” - 존경받던 교구사제의 노후는 왜 존중받지 못했나
  • 강재선
  • jse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1-03-29 13:18:54
  • 수정 2021-03-29 22:00:14
기사수정



▲ ⓒ 문미정


지난 해 4월 선종한 김병상 몬시뇰(천주교 인천교구 사제)에게 인천교구 산하 병원이 위암 사실과 수술 가능 여부를 설명하지 않은 것은 인권침해라는 판단이 나왔다. 


어떤 내막이 있기에 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일까. 지난해 12월 23일 의결된 인권위 결정문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김병상 몬시뇰은 2018년 3월 7일 조직검사를 위해 인천 A병원에 입원했다가 뇌경색이 발병하여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같은 달, 천주교 인천교구의 요청에 따라 교구 산하 병원으로 이동하여 치료를 받게 되었고, 이후 교구가 운영하는 요양시설에 입소했다.


김병상 몬시뇰 유가족 측은 인권위에 요양원 입소 이후 김병상 몬시뇰과의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다고 호소했다. 


구체적으로 유가족들은 김 몬시뇰이 연명치료 거부 사전의향서를 작성하지 않은점, DNR(심폐소생술 거부)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은점, 병원이 임종 전 적절한 의료조치를 하지 않은점, 동료·유가족들의 방문을 거부한점, 2019년 위암 진단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김병상 몬시뇰을 치료한 병원이 인권을 침해했다고 진정을 제기했다.


실제 인권침해로 인정받은 것은 위암 진단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진정뿐이었지만, 인권위의 결정서를 상세히 살펴보니 대한민국 민주화에 크게 기여하고 헌신해온 은퇴사제를 인천교구가 어떻게 대우했는지 알 수 있었다. 


주일에 장례미사 못 치루니 ‘금요일에 죽는 건 안 된다’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병원 측이 김병상 몬시뇰을 잠시나마 ‘살려두려’ 했던 정황이 발견된다. 여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여럿 등장한다. 


병원 측이 임종을 앞두고 유가족과 주변인들의 방문을 막고, 사망시간을 조작했으며 제대로 된 의료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유가족 측의 주장에 대해 인권위는, 인권침해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그 신빙성을 납득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결정문을 보면, 병원 측이 24일 김병상 몬시뇰의 위중한 상황을 교구에 보고하자, 교구는 금요일에 사망할 경우 3일장을 치르고 나면 주일이 되고 이날은 교회법상 장례미사를 치를 수 없기 때문에 “금요일만을 넘길 수 있는 생명연장 노력”을 해달라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실제로 김병상 몬시뇰은 24일 금요일로부터 2분이 지난 25일 0시 2분에 사망한 것으로 기재되었다.


앞서 김병상 몬시뇰은 2020년 4월 23일 급격히 건강이 악화된 바 있는데, 이때 인천교구와  병원 측은 김병상 몬시뇰의 ‘의사’를 따른다면서 인공호흡기 등을 사용하는 연명치료를 하지 않았지만, 24일에는 장례미사 날짜를 걱정하여 ‘좀 더 살려두라’는 상식에 어긋나는 조치를 취한 셈이다.


24일 간호일지를 보면, 오후 5시와 오후 6시 환자 상태 확인 기록 외에는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아무런 기록이 없고, 오후 10시부터 임종 직전인 25일 0시 1분까지 7차례의 기록만이 남아 있었다. 


인권위는, 임종 전날인 24일 오후 1시 30분경 코로나19 관련 규정에 따라 병원이 유가족 측에게 퇴실을 요구하고 이후 오후 3시경 김병상 몬시뇰이 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유가족 일부의 방문을 거부했으면서도, 간병인 외에 다른 접견객을 허용한 것으로 확인했다. 


교구는 이에 대해 “교구가 부족하게 생각했던 것은 김병상 몬시뇰의 가족들이 끝까지 함께 있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결국 교구 측이 김병상 몬시뇰의 친족들이 어떠한 의도로든 임종을 지키는 것을 방해한 것을 인정한 셈이 된다.


결국, 면회를 제한하고 연명치료를 하지 않은 행위는 교구가 말하듯 김병상 몬시뇰의 의사를 존중한 것도 아니었고, 환자의 실익적인 측면을 온전히 고려한 행동도 아니었던 것이다.


병원장 역시 “다른 사람들에 대한 면회를 제한한 것에는 사망일을 최대한 늦추고자하는 교구의 입장과 그 과정에서 병원의 의료적 조치(6시간 동안 아무 의료적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을 가족들이 항의하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인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유가족이 임종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것에도 위로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고, 접견을 방해하고 기록을 조작했다는 유가족들의 주장에 대해 “입증할만한 증거는 찾을 수 없다”면서도 김병상 몬시뇰이 보고 싶어했던 가족 구성원의 요구는 타당하기에 “면회제한 조치와 유가족이 고 김병상의 임종 시까지 함께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주치의와 교구의 진술과는 달리, 병원장이 면회를 제한하고 유가족이 고 김병상의 임종 시까지 함께 하는 것을 제한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제한 행위가 “주치의 또는 피진정병원이 관여되었다고 볼만한 사정은 찾기 어렵다”며 이것이 의료적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이 아님을 지적했다.


대학병원 운영하면서, 연명치료 의사도 제대로 확인 안 한 인천교구


김병상 몬시뇰 유가족 측은, 병원이 연명치료를 비롯해 임종 전 적절한 의료조치를 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연명치료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주치의가 몇 시간이라도 고 김병상의 의식을 보존하기 위하여 고 김병상에게 침익적인 의료방법인 연명치료를 진행하지 않기로 한 판단이 고 김병상을 위한 최선의 의료조치로서 근거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러한 행위가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즉 고의적으로 환자를 사망하게 하려는 의도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치의가 주장하듯 연명치료를 하지 않은 것이 김병상 몬시뇰의 의사에 따른 것은 아니었다. 인권위는 “교구는 주치의에게 고 김병상에 대한 적극적 연명치료를 시행하지 말 것을 요청한 사실이 있으나, 유가족들은 주치의에게 이에 대한 의사를 표시한 바 없다. 고 김병상은 서면으로 연명의료계획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 적극적 연명치료의 중단을 요청하는 문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즉, 오로지 교구의 요청으로 연명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인천교구는 김병상 몬시뇰이 교구 사제들에게 연명치료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자주 밝혀왔다고 주장했으며 김병상 몬시뇰 주치의는 자신이 김병상 몬시뇰에게 연명치료에 관해 물었을 때 “심폐소생술을 원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병상 몬시뇰을 마지막까지 간병했던 간병인의 증언은 달랐다. “‘곧 죽을 것 같은데 오래살고 싶다’, ‘죽기 싫다’는 표현을 몇 차례 하셨다”고 증언한 것이다. 


인천교구는 인권위에 “가톨릭교회는 사제독신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사제가 되는 순간 가족으로부터 떠나 온전히 교구 소속으로 교구가 모든 것을 책임진다”며 “교구가 고 김병상의 병원 치료비와 장례비용 모든 것을 책임지기도 하였으므로, 고 김병상의 주 보호자는 교구였기에 고 김병상의 전원에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였다”고 항변했다.


이 점을 두고 인천교구는 “노인 환자 인권 보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였다”고 시인하면서도 “교구는 환자인 고 김병상이 살아생전에 몸에 어떤 것도 대지 말라는 말씀만 하였기에 이것을 동의하였다는 사실로 받아들여 평안하게 선종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옳은 행동이라고 판단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가장 가까이 지내온 간병인의 증언이 있는 만큼 김병상 몬시뇰이 교구에 ‘살아생전에 몸에 어떤 것도 대지 말라’고 했다는 교구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교구 측은 “교구는 이번 진정사건을 통해 법률적 가족과 충분하게 이야기 나누지 못하고 일방적 결정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며 고령의 은퇴사제가 이렇게 선종하는 경우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미숙한 점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존경받던 교구사제의 노후는 존중받지 못했다


유가족 측의 여러 진정 가운데, 교구와 병원이 김병상 몬시뇰에게 위암 진단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인권위는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김병상 몬시뇰이 위암 진단을 처음 받았던 2019년 10월경, 초기 치매를 앓고 있기는 했으나 회고록 출판행사에 참여해 자기 의사를 밝히고, 요양원 입원 후에도 수차례 외출을 하고, 2020년 4월에는 위내시경 의뢰서에 스스로 서명하는 등 “사망하기 전까지의 대부분 기간 동안 의사능력을 상실하였거나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기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 김병상의 권리 행사를 타인이 대리로 행사하여야 할 만한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개인이 자신의 상태에 관해 어떤 선택을 내리든지 그것은 개인의 권리임을 강조했다. 인권위는 “고 김병상의 연령, 건강상태, 수술의 위험성, 수술하지 않았을 때의 관리 방법과 그 경우의 기대생존기간, 치료 방법에 따른 일상생활 가능성 등을 종합하면 어떠한 의료적인 조치가 더 환자에게 적절한 것인가는 단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선택가능한 옵션들의 주관적인 효용성과 ‘위험에 대한 개인의 태도’(위험회피성향)에 따라 달리 판단할 사항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명시했다. 


인권위는 “위암 진단 사실이 고 김병상의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술을 진행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의학적으로 선택 가능한 유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환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환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어야 마땅한 사항이며, 이는 고 김병상이 사람으로서의 주체성을 갖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데 핵심적으로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에 주치의는 고 김병상에게 위암 진단 사실, 수술 가능 여부에 대한 설명 등을 하지 않음으로써 헌법 제10조, 제21조에서 보장하는 고 김병상의 알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교구는 인권위 결정서에서 “수술이 아무리 어렵지 않은 것이라 해도 노인에게 자칫 잘못되면 더 위험하리라 판단하여, 수술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고 항변했는데, 이는 교구 측도 김병상 몬시뇰이 위암 판단을 받은 것을 잘 알고 있었으며, 김병상 몬시뇰의 위암을 치료하지 않겠다는 결정에 교구의 영향력이 행사되었음을 암시한다.


교구는 이번 사태를 두고 인권위에 “교구 내 모든 사제들에게 연명치료 거부에 대한 사전의향서를 작성하도록 할 예정이며, 법률적 가족으로부터 교구가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보호자 위임을 받을 계획”이라면서 자신들의 조치가 법적으로는 하자가 있을지언정 고인의 의사를 따랐기에 도의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병상 몬시뇰은 대한민국 민주화 이룩에 크게 기여한 민주화 인사다. 1969년 사제서품을 받은 김병상 몬시뇰은 1977년 유신헌법 철폐를 요구하는 특별기도회를 주도하다 구속되고, 정의구현사제단 창립 회원으로 정구사 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러한 김병상 몬시뇰의 민주화 기여는 국가의 인정을 받아 김 몬시뇰에게는 국민훈장 모란장이 추서되기도 했다. 


인천교구의 항변처럼, “가톨릭교회는 사제독신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사제가 되는 순간 가족으로부터 떠나 온전히 교구 소속으로 교구가 모든 것을 책임”진다. 그러나 이것이 개인의 생사와 관련한 중차대한 사안의 결정권까지를 모두 갖게 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인천교구는 “관행이라고 생각했던 잘못된 행위에 대해 반성한다”고 밝혔다. 김병상 몬시뇰의 임종과 장례를 통해 드러난 잘못된 ‘관행’을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가 과제로 남았다. 


(1) 몬시뇰 : 주교품은 받지 않았으나 명망이 높고 존경받는 가톨릭 성직자에게 교황이 수여하는 칭호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catholicpress.kr/news/view.php?idx=6992
기자프로필
관련기사
댓글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비회원 이름 패스워드 자동등록방지
연재+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