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작하는 여정이, 울부짖는 지구의 외침에 귀 기울이고, 형제자매와 같은 관계를 회복하며, 우리와 피조물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한국천주교회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권고 「찬미받으소서」 6주년을 맞아, 전 세계 가톨릭교회 신자들과 함께 생태 교구로 나아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그 여정의 시작으로, 지난 24일 오후 서울 명동대성당에서는 주교단 공동집전으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개막 미사가 봉헌됐다.
개막 미사 강론을 맡은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코로나19는 지구의 신음소리에 귀 기울이고, 환경과 생명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준엄한 경고”라고 강조했다.
이용훈 주교는 “수많은 피조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물질과 경제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숭상한 결과가 코로나19 사태로 나타난 것이다.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 삶과 가치의 우선순위를 식별할 수 있는 소중한 가르침을 주었다”면서 “우리는 이렇게 파괴된 세상을 후대에 물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살리기 위한 ‘생태영성’이 주일학교, 소공동체 등의 활동과 더불어 교회건물 건축과 같은 교회 생활 전반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훈 주교는 대한민국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 7위, OECD 국가 중 이산화탄소 배출증가율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다. 현재 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친환경 뉴딜’정책에 “디지털 일자리 창출과 에너지 효율을 통한 생산성 향상만이 열거되어 안타깝다”면서 “경제성장이 더디게 가더라도 행복하고 건강한 자연환경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서는 ‘찬미받으소셔 7년 여정 실천 봉헌식’도 거행되었다. 실천 봉헌식 때는 생태영성을 위한 천주교 각 교구와 수도회들이 작성한 문건이 봉헌되었다.
한국 천주교 차원에서는 「기후 변화 극복을 위한 본당 활동 안내서」(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산하 단체 '하늘땅물벗'), 「‘찬미받으소서’ 행동」(의정부교구 사회사목국),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플랫폼」(프란치스칸 가족) 등 교구, 수도회 차원에서 자신들의 공동체에서부터 생태 교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 아빠스(베네딕토회 왜관수도원)는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신 평신도, 수도자, 사제들이 적극적으로 피조물 보호의 활동에 투신하고 있다. 앞으로 7년 동안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에서 서로의 실천을 공유하고 더 효과적인 방법과 방향을 찾아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시작하는 여정이, 울부짖는 지구의 외침에 귀 기울이고, 형제자매와 같은 관계를 회복하며, 우리와 피조물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교구, 수도회 관계자 등 참례인원이 250명으로 제한되었으며, 신자들을 위해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미사 이후에는 <한국가톨릭기후행동>이 명동성당 일대에서 피케팅 행동을 펼쳐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