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유흥식 대주교, “신부들이 쇄신되어야 교회가 쇄신된다”
  • 강재선
  • 등록 2021-06-14 17:54:17
  • 수정 2021-06-14 17:54:47

기사수정



유흥식 대주교가 지난 12일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된 뒤 기자회견에서 성직자성 장관으로서의 다짐을 밝혔다. 유 대주교는 성직자성 장관으로서 미래사제 양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한국인으로서 한반도 외교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특별히 강조했다.


지난 12일 오후 세종시 대전교구청 1층에서 성직자성 장관 임명 관련 기자회견을 가진 유흥식 대주교는 “한국 천주교회가 가진 저력을 한국을 넘어서서 아시아에, 세계에 펼 수 있는 여러 가지 여건을 갖추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교황께서는 한국인 장관을 생각하셨을 것이고 그런 면에서 어찌하다 보니까 제가 그냥 찍혔다고 할까요”라고 말하며 임명에 관한 소회를 밝혔다.


유 대주교는 성직자성 장관 임무에 대해 “가톨릭교회의 모든 신부님들과 또 한편으로 미래의 신부님인 신학생들을, 신학교를 관장하면서 신학교에서 미래의 사제들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주교는 “신부님들이 쇄신되어야만 교회가 쇄신된다는 걸 우리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신부님이 예수님을 닮아 기쁘게, 신나게 또 성숙한 모습으로 어려운 이들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고 봉사할 때에 교회가, 복음이 더 멀리 퍼져 나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는 저 혼자만의 숙제가 아니라 교회 전체의 숙제이기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눈을 크게 뜨고 또 다른 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길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특히 유 대주교는 한반도 외교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유 대주교는 “남북이 화해하고 평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우리가 가야 할 굉장히 중요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황청에 갔을 때 그런 역할이 저한테 주어진다면 기꺼이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노력하겠다는 말씀은 분명히 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유 대주교는 교황님께서도 북한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면서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북한이 교황님을 초청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바티칸 현지에서도 저의 임명이 북한이나 중국 문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왔다고 전했다.


한편, 유흥식 대주교는 성직자성 장관 임명 소식 발표 이후 대전교구 신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발표하고 성직자성 임명 과정과 포부를 자세히 밝히기도 했다.


유흥식 대주교는 천주교 대전교구 신자들에게 “베드로의 후계자 교황님을 직접 보좌하는 교황청의 장관 직무는 한국인 성직자에게 처음 주어지는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교황님께서는 한국천주교회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지내며, 자랑스러운 신앙 선조들의 후예답게 주어진 소명을 잘 수행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4월 17일 대전교구에서 진행 중인 여러 사업들을 보고하기 위해 교황청을 개인적으로 방문했을 때 성직자성 장관직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유 대주교는 “교황님께서는 ‘내가 주교님을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하려고 하니, 이곳 로마에 와서 나와 함께 살면서 교황청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일을 하면 좋겠다’라고 저를 똑바로 바라보시며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저는 제 귀를 의심하면서 ‘교황님, 저는 부족합니다. 저는 여러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많은 것을 모르는 아시아의 작은 교구의 주교입니다’라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그러자 교황은 유 대주교에게 “주교님은 항상 사제들과 가까이 지내고 있으며 주교들 사이에 친교를 가져오는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황청은 주교님께서 지니신 특유의 미소와 함께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사는 친교의 사람이 필요합니다. 또한, 교황청에는 아프리카 출신 장관은 두 분인데 아시아 출신 장관은 한 분뿐입니다. 주교님은 전 세계 보편교회에 매우 중요한 아시아 대륙 출신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후 유 대주교는 “망치로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은 것처럼 멍한 자세였다”고 회고하며 이후 수락을 결심하고 다시 교황을 찾아갔을 때 “40분 동안 마주 앉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밝혔다.


유 대주교는 “아주 친한 친구처럼, 아버지처럼, 아들처럼…. 교황님과 눈을 마주하며 대화한 시간은 제 마음 깊이 새겨져 있다”며 “교황님은 매우 기쁘고 흐뭇하신 모습이셨다. 교황님께서는 승강기 앞까지 오셔서 버튼을 눌러주신 후 제가 승강기에 오르고 문이 닫힐 때까지 눈을 마주치며 배웅해 주셨다”고 말했다.


끝으로 유 대주교는 “보편 가톨릭교회 안에서 성직자들의 양성과 삶, 신학교 등과 관련된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저에게 새로이 주어진 하느님의 뜻”이라며 “사제의 쇄신을 위해 전 세계 사제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겠다. ‘사제의 쇄신없이 교회 쇄신도 없다’라는 말은 항상 맞는 말이다. ‘현대인은 스승의 말보다 좋은 표양을 주는 사람의 말을 기꺼이 듣습니다. 스승의 말을 듣는다면 스승이 좋은 표양을 주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현대의 복음선교, 41항) 저 자신이 성숙한 사제, 친교의 사제, 성 김대건 신부님과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을 닮은 사제로 살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도 유흥식 대주교의 성직자성 장관 임명 소식에 축전을 보내 “한국 천주교회의 경사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인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며 “한국인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여서 더욱 뜻깊다. 국민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나는 세상의 빛이다’라는 대주교님의 사목표어처럼 차별 없는 세상, 가난한 이들이 위로받는 세상을 위한 빛이 되어 주실 것을 믿는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오신 분이어서 더욱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TAG
키워드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