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특파원으로 오래 일해 온 이들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언론인의 사명이란 ‘현장에서 직접 듣고, 문제의 근원을 파헤치고, 이를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교황은 멕시코 언론사 < 텔레비사 >(Televisa) 교황청 특파원 발레티나 알라즈라키(Valetina Alazraki)와 < 로이터 >(Reuters) 교황청 특파원 필립 풀렐라(Philip Pullella)에게 비오 9세 대십자기사훈장을 수여했다.
비오 9세 훈장은 외교관, 언론인 등 국제관계 분야에서 출중한 이들에게 교황청이 수여하는 훈장이다.
이날 연설에서 교황은 “훈장 수여를 통해 여러분 공동체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며 “교황이 여러분을 사랑하고, 여러분을 따르며, 여러분을 소중히 여기고 있음을 말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언론이 “여러분도 잘 알겠으나, 이 소식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소식에 짓눌리게 될 위험이 있다”며 ‘바른 언론’을 “듣다, 파헤치다, 이야기하다”라는 세 동사로 설명했다.
먼저 ‘듣다’에 대해 교황은 “기자에게 있어 듣는다는 것은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소식의 출처가 되는 인터뷰 대상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인내심을 갖는 것”이라며 “듣는다는 것은 보는 것, 현장에 있는 것과 늘 한 쌍을 이룬다. 어떤 뉘앙스, 느낌, 묘사는 기자가 직접 듣고, 보았을 때만이 독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기자는 소식을 전할 때 직접 현장에서 들어야 하며 “모든 것이 이메일, 전화, 화면을 통해 이루어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신발이 닳도록 뛰고자 하는’, 편집국을 벗어나, 도시를 거닐며,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의 상황을 직접 확인하려는 기자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파헤치다’라는 표현에 대해 교황은 “모든 소식에는 더 깊이 파헤치는 일이 필요하다”며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SNS에서 정보를 얻고 자기 의견을 형성하는 시대에, 바른 언론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여가 바로 파헤치기”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에 관해 “여러분들은 일어난 사실의 위상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는 문맥, 전례, 키워드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이야기하다’라는 표현에 대해 “이는 전면에 나서라거나, 판결하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로 인해 충격과 상처를 받음으로써, 겸손하게 이를 독자들에게 말할 수 있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현실은 수많은 ‘질병’에 대한 위대한 치료약”이라며 “이러한 현실, 즉 사람들의 삶과 증언은 이야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황은 지난 몇 년간 가톨릭교회 아동성범죄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해온 언론들을 향해서 “교회에서 잘못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여러분이 해준 이야기에, 우리가 이를 감추지 않을 수 있도록 해준 것에, 그리고 학대 피해자들이 말할 수 있게 해준 것에 감사한다”고 감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언론인들에게 “교회는 국회에서처럼 우파와 좌파가 있는 정치 조직이 아님을 상기해달라”며 “교회가 여태껏 그래왔듯 이러한 세속적 유혹에 빠질 때마다, 교회는 자기도 모르게 자기가 스스로 빛난다고 생각하여, 자신이 초대 교부들이 이야기했던 ‘달의 신비’(mysterium lunae)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고 경고했다.
교황은 ‘달의 신비’에 대해 “교회는 마치 달처럼 타인이 비추는 빛을 통해서만 진정한 모습이 된다”며 “교회는 타인의 빛을 비추기 위해, 즉 예수님의 빛을 비추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교회는 예수님의 말씀을 세상에 전하고, 오늘날 살아계신 그분과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