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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법 재판과정에도 ‘공동합의성’ 정신 발휘해야
  • 끌로셰
  • 등록 2022-02-03 15: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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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7일 사도좌 공소원(라틴어: Rota romana) 사법연도 개시를 맞아 교회법 판사들을 만나 재판에서도 공동합의성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황은 이번 연설에서 특히 혼인무효 소송에 대해 언급했다. 교황은 혼인 불가해소성이라는 원칙을 지닌 가톨릭교회 안에서도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벌어지는 어려움들을 식별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귀를 기울임으로써 이러한 절차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해주기를 격려했다.

 

교황은 먼저 공동합의적 노력을 통해 “혼인의 실패를 경험한 신자들의 삶에 있어 교회법 소송이라는 경험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 더욱 숙고를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혼인무효) 소송에 참여하는 모든 참여자는 같은 목표, 즉 남성과 여성 사이의 구체적인 결합에 관한 진실을 밝히고, 그들 사이에 진정한 혼인이 존재하는지 아닌지를 결론짓겠다는 목표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배우자 간 용서와 화해를 장려하고, 그것이 가능하고 신중한 일일 때 혼인을 무효로 인정하려는 노력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며 “마찬가지로 혼인무효 선언이 혼인 위기에 대한 유일한 달성 목표라거나 이것이 사실과는 무관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인 것처럼 제시되어서는 안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혼인무효의 가능성을 고려할 때에는 혼인합의를 무효로 선언해달라고 요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숙고하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면서 “이렇게 함으로써만 혼인무효 소송이 혼인 위기에 처한 신자들에 대한 효과적인 사목적 동행의 표현이 된다. 이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역사 안에서 말을 거는 성령의 말씀을 듣는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혼인무효 소송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하는 상황을 두고 “이해당사자 간의 대립 과정은 각자에게 진실로 보이는 것에 충실하여 이루어지되 자신의 입장 안에 틀어박히는 것이 아니라 소송에 참여하는 다른 참여자들의 기여에도 마음을 열어 자기비판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는, 다른 사람들과의 적절한 소통 가운데서 자신의 주관적인 사실관계를 밝히고자 하려는 마음이 결실을 맺게 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공동합의성은 끊임없는 경청 연습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는 단순히 귀로 듣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상대방의 비전과 이유를 이해해야 하고, 타인과 자신을 동일시해야 한다. 다른 사목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법률 분야에서도 만남의 문화에 선행하는 경청의 문화를 장려해야 한다. (…) 모든 사람은 고통을 겪었기에, 교회법 재판관에게 있어 모든 사람은 법률적 사목 행위가 이루어지는 출발점이 되는 구체적인 ‘존재의 변방’을 의미한다.”

 

교황은 마지막으로 법률 전문가들에게 법과 원칙을 내세워 구체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시하고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재판관은 누구보다도 소송 가운데 드러난 모든 것을 경청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면서 “결혼 생활의 실패로 고통받는 이들을 향한 자애와 이해의 정신이 없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모습을 기르기 위해서는 법률만능주의라는 막다른 길을 피해야 한다. 이는 법률적인 영지주의라고도 할 수 있다. 법률만능주의는 가톨릭적이지 못한 것이다. 법과 판결은 언제나 진리, 정의, 자애라는 복음적 덕행에 봉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설을 마무리하며 교황은 “(혼인무효 소송 재판은) 교회의 자비로운 모습을 드러내는 노력이며, 이는 몸을 기울여 모든 신자들을 실패와 어려움에서 다시 일으키시고 복음의 아름다움을 충만히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이들이 자기 스스로에 대한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머니와 같은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6년 발표한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244항 참조)에서 혼인무효 소송을 신속하게 처리해줄 것을 주문하면서 이에 관한 자의교서들(「온유한 재판관이신 주 예수님」, 「온유하고 자비로우신 예수님」)을 발표하기도 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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