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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추기경들, “기혼사제·독신사제 모두 가능해야”
  • 끌로셰
  • 등록 2022-02-08 16: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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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유력한 추기경이자 교황의 최측근이기도 한 추기경이 기혼사제 제도를 권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유력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독일어: Süddeutsche Zeitung, SZ)과의 인터뷰에서 뮌헨-프라이징 대교구장 라인하르트 마르크스(Reinhard Marx) 추기경이 “독신사제와 기혼사제를 가능케 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나은 길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베네딕토 16세가 연루되었다고 지적한 뮌헨-프라이징 대교구 성범죄 보고서로 논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마르크스 추기경의 발언이 주목을 받는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어떤 사제들은 결혼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며 “이것이 그들의 삶에 더 나은 일이고 그들이 외롭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에 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신제와 성범죄가 연관이 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일반적으로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러한 삶의 방식은 (사제직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들, 즉 성적으로 비성숙한 이들을 매료시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기혼사제 제도를 주장한다고 해서 독신제를 아예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독신제가 모든 사제의 기초 전제조건으로 여겨져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표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공동합의적 길’(독일어: Synodale Weg, 이하 독일 시노드)에서는 사제 독신제에 관한 요구를 완화하여 기혼사제 제도를 설립해야 한다는 다수 의견을 내기도 했다.


지난 4일 독일 시노드 1차 심의에서 80%가 넘는 과반에 의해 찬성표를 받은 ‘사제 독신제 - 강화와 개방’은 교황이나 공의회에 의해 현행 독신제를 유지하되, 기혼사제 제도가 가능하게 교회가 변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유럽연합주교회의위원회 의장 장-클로드 올러리슈(Jean-Claude Hollerich) 추기경도 지난 1월 프랑스 일간지 < La Croix >의 대담에서 이와 같은 취지의 이야기와 함께 “교회의 소리가 들리기 위해서 교회는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러리슈 추기경은 교회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가장 먼저 사제 양성 방식을 꼽았다. 


올러리슈 추기경은 “신학생들이 전례를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이해하지만 사제 양성이 오로지 전례를 중심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평신도와 여성도 사제 양성에 참여해야 한다. 사제를 양성한다는 것은 교회 전체의 의무이다. 그러므로 혼인을 한 남녀는 물론 독신자들을 포함한 교회 전체가 이 과정에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러리슈 추기경은 “두 번째로 성을 바라보는 우리 방식을 바꿔야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지금까지 우리는 성에 대해 상당히 억압된 시선을 갖고 있다”며 “물론 이 말이 도덕을 아예 폐기하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성(sexuality)이 하느님의 은총 가운데 하나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그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 있는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분야에 있어 사제들도 자기 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제들이 독신을 살아가는데 힘들어하고 있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이들도 이에 대해 자유로이, 자기 주교에게 질책당할 것이라는 두려움 없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성소수자 사제들의 경우 그 수가 많기 때문에, 이들이 자기 주교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이로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기경은 여기에 덧붙여 “성직 생활에 있어, 솔직하게 사제가 반드시 독신이어야 하는가 질문해보자”라고 말하며 “나는 독신제를 매우 높이 사는 편이지만, 독신제가 필수불가결한 것인가? 우리 교구에는 훌륭하게 부제직을 수행하며 독신인 우리 사제들보다 더욱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강론을 하는 기혼 부제도 있다. 그렇다면 기혼 사제가 없을 것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올러리슈 추기경은 “사제가 더 이상 이 고독을 살아갈 수 없다고 할 때에도 이를 이해해야지, 비난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의 경험을 되짚어 설명했다. “내 인생의 몇몇 순간에 아주 분명하게 그런 적이 있다. 모든 사제들이 때때로 사랑에 빠지는 것도 분명하다. 문제는 그런 경우에 행동하는 법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이를 솔직히 고백하고 자기 사제직을 계속 살아갈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해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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