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30일, “참회 순례”라고 부른 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내 기자회견에서 이번 순방에 대한 소회와 함께 교회의 여러 문제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이번 순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캐나다 정부가 캐나다 원주민들을 식민화시키는데 가톨릭교회가 기숙학교를 통해 저지른 과오를 그 피해자들과 후손들 앞에서 참회했다.
원주민들을 열등한 존재로 바라보았던 과거 식민주의자들의 모습을 두고 교황은 “모든 식민주의의 문제”라며 “오늘날의 이념적 식민화도 (과거와) 같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나는 아이들을 가족에게서 빼앗고, 문화를 바꾸며, 사고방식과 전통과 인종을 변화시키고, 문화 전체를 바꾸어버리는 일도 규탄한다.”
교황은 또한 가톨릭교회를 포함한 캐나다 정부가 원주민들을 상대로 자행했던 문화 말살 정책이 “인종학살”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교황은 자신의 건강에 대해 “과거와 같이 순방일정을 따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내 나이가 되고 이런 제약이 생기면 교회를 섬기기 위해 내 자신을 조금 아끼거나, 혹은 물러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는 것이다. 교황을 바꾸는 일이 무슨 재앙은 아니지 않은가. (…)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순방하면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려 노력할 것이다. 가까이 지내는 것이 섬김의 한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강상 이유로 사임할 수 있으나 아직은 아니다
교황은 다른 기자의 사임 관련 질문에도 “문은 열려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는 그 문을 두드리지는 않았다”며 “이번 순방도 하나의 시험이었다. 이런 상태로 순방을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교황청이 서명이 되지 않은 성명문을 통해 독일 가톨릭교회가 진행하고 있는 ‘공동합의적 여정’(독일어 : Synodale Weg, 이하 독일 시노드)에 우려를 표하고 강한 어조로 비판한 일이 논란이 된 것에 대해 “국무원이 작성한 편지였다”고 밝혔다.
교황은 “독일 시노드에 관해서 내가 작성한 서한은 한 달 간의 기도, 숙고, 자문을 거친 것”이라며 “서한에 내가 독일 시노드에 관해 해야 할 말들을 모두 적어놓았기에 그에 대해 더 말하지는 않을 것이며 내가 2년 전에 작성했던 그 서한은 독일 시노드에 관한 교황의 교도권에 해당하는 문헌”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피임기구에 관한 교리가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톨릭 신자들과 신학자들이 많다는 지적과 함께 ‘이런 방향으로 (피임에 관한 교리를) 다시 평가해볼 마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주 시의적절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교황은 “교리, 도덕이라고 하는 것은 언제나 발전하는 여정 가운데 있기 마련이지만, 도덕이나 교리에 관한 문제의 신학적인 발전에는 아주 명확한 규칙이 존재한다. 이는 10세기 성 빈첸시오가 세운 규칙으로, 그는 진정한 교리가 앞으로 나아가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잔잔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그렇기에 신학자들의 의무는 신학적 연구, 신학적 고찰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안 된다고 말하거나 더 나아가거나 뒤로 돌아가는 것은 교도권의 몫이며, 신학적 발전은 열려있어야 한다. 신학자들은 그래서 존재하는 것”
교황은 이 같이 강조하며 “교회론적 사고 안에서 자기 생각을 발전시키지 않는 교회는 후퇴하는 교회이며 바로 이것이 오늘날 자칭 ‘전통주의자’들의 문제”라고 질타했다.
교황은 “이들은 전통주의자가 아니라 ‘후진주의자’(이탈리아어: indietristi, 영어: backwardists)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교황은 “이들은 뿌리도 없이 뒷걸음질 치는 이들이다. 우리는 항상 이렇게 해왔고, 과거에는 이렇게 했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런 ‘후진주의’는 죄악이다. 후진주의는 교회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예전에 누군가 전통이란 죽은 자들의 살아있는 신앙이라고 말했었는데, 이 전통주의를 자처하는 ‘후진주의자’들은 살아있는 이들의 죽은 신앙이다.”
교황은 이 같이 말하며 “전통이란 바로 뿌리이며, 교회 안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영감이다. (…) (반면) ‘후진주의’는 뒤로 되돌아가는 것이며 언제나 닫혀있다. 전통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며, 전통은 나무의 뿌리처럼 언제나 열려있고, 그래야 나무가 자라나는 법이다. (…) 신앙과 도덕을 생각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이것이 뿌리가 나아가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이로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