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가톨릭 전례력으로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을 맞아 로마의 스페인 광장에서 열린 예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하며 여과 없이 슬픔을 드러냈다.
영상 속 프란치스코 교황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여, 저는 오늘 당신께 우크라이나인들의 감사를 전했다”라고 말한 뒤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AcIwGTtvfs (11:20초부터)
교황은 30초 가까운 시간 동안 서서 고개를 숙인 채로 침묵했다. 이후 교황은 평정을 되찾고 “저희가 오랫동안 주님께 청해왔던 평화에 대한 우크라이나인들의 감사를 말입니다”라고 발언을 이어갔다.
교황은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하지만 저는 너무나 고통받는 이 박해당한 땅의 아동, 노인, 아버지와 어머니, 청년의 애원(탄원)을 당신께 바쳐야 하나이다”라며 “저희는 당신께서 당신 아들(이 짊어진) 십자가 옆에 계셨듯이, 당신이 그들과 더불어 모든 고통받는 이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나이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앞서 같은 날 오전 삼종기도 후 연설에서도 “매우 큰 고통을 받으며 박해당하는 우크라이나를 대신하여, 평화를 바라는 갈망을 성모 마리아님의 전구에 맡긴다”면서 “마리아에게 천사가 ‘하느님과 함께라면 불가능할 것이 없다’고 말했듯이, 하느님의 도움이 있다면 평화도 가능하고, 군비 축소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직간접적으로 규탄하는 발언과 행동을 이어왔지만, 이처럼 직접 감정을 드러낸 것은 이례적인 모습이다.
불과 하루 전인 7일에는 교황청을 찾은 폴란드 순례자들을 향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나치 독일 당시 대학살의 시작으로 평가를 받는 ‘라인하르트 작전’과도 같다면서 사실상 러시아의 침공 행위를 전쟁범죄와 비교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라인하르트 작전’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인 1942년에 시작된 나치 독일의 비밀 군사작전이다. 나치 독일은 오로지 유대인을 학살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절멸수용소’(extermination camp)를 만들고, 유대계 폴란드인 약 200만 명을 학살했다.
교황은 “역사는 반복된다”며 “이 끔찍한 사건을 기억함으로써 우리 모두에게 평화를 위한 결단과 행동에 나서는 마음이 생겨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