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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단 시국미사, “민주주의의 야전병원이 되는 마음으로”
  • 문미정
  • 등록 2023-06-08 19:13:46
  • 수정 2023-06-08 21: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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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5일 인천교구 주안1동성당에서 윤석열 퇴진 시국기도회가 열렸다. ⓒ 이호


5일 오후 7시 30분 인천교구 주안1동성당에서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가 열렸다.


이날 미사 주례를 맡은 김일회 신부는 “지금 정부는 실정(失政)의 실정을 거듭하고 있고, 이것이 두드러진 분야는 외교”라고 말했다. 가장 심각한 외교 실패는 대일 외교라면서, “후쿠시마 오염수로 물든 수산물을 수입할 수 있는 정부, 욱일승천기를 꽂고 부산항에 들어와도 환영하는 정부, 한일 군사동맹 협정 등 모든 것을 내어주는 저자세의 외교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그 다음은 ‘배우자 문제’라며 “대통령실은 어떠한 법률적 근거 없이 배우자의 대외활동을 대통령처럼 지원한다”면서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지, 배우자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을 인용하며 “정확히 말하면 자유라는 나무는 애국자와 독재자의 피로 새롭게 되어가는 것이다. 독재자를 몰아내기 위해선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국미사가 열린 주안1동성당은 “1987년 6월 항쟁이 있기 전, 1985년 5월 3일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초석이 된 곳”이라며 “당시 저는 주일학교 교사로 길거리에서 독재타도를 외칠 때 함께 있었다. 최루탄으로 눈이 아파 뛰어다닐 때 사람들에게 이곳은 피난처였고, 백골단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쳤을 때 이들을 치료하는 야전병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 주안1동성당이 민주주의의 야전병원이 되는 마음으로 이 미사를 봉헌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군인보다 더 무서운 검찰독재 시대로 들어왔기에 간절한 마음으로 미사를 드린다. 특별히 역사 인식 부재로 고통 받고 있는 일제 강제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들, 국가 행정 및 안전관리 부재로 희생된 10.29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건설노조 탄압 중단을 외치며 분신한 고 양회동 미카엘 형제의 억울함을 기억하며, 억압받고 고통받는 사람들 뒤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짐하면서 이 땅의 참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함께 기도하겠다.


이날 미사에는 민주노동 전국건설노동조합 경인건설 김태완 지부장이 참석했다. 그는 양회동 열사가 “조합원들을 위해 활동하느라 자신은 4월에 하루 일당밖에 벌지 못했던 바보같은 사람”이라며 “그래놓고 5명이 고용된 게 기뻐서 옆 동료에게 닭갈비를 대접했다”고 그를 기억했다.


김태완 지부장은 대한민국 경찰과 검찰이 말하는 공갈죄는 그 5명을 고용시킨 것이라며, 현장소장과 건설사 사장 현장 대리인들이 협박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써도 공권력은 공갈죄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한달 일한 일당을 언제 받을지 모르는 신세, 작업반장이 부르면 인천 사람이 부산·대구·광주로 다녀야 하는 인생, 가족들과 저녁식사는커녕 자식들 졸업사진에 얼굴 미추는 것도 할 수 없었던 삶, 우리는 평범하게 가족과 사는 삶을 살기 어려운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 일이라도 해서 살아보겠다는데 이제는 현장에서 신분이 불안정한 사람을 불법착취할 수 있으니 더 이상 나오지 말라고까지 한다”며 “이렇게 못 살겠다고 시작한 게 건설노조였다”고 말했다.


김태완 지부장은 “법을 공부해보니 직업안정법에 노동조합이 인력공급할 수 있다고 되어있고, 고용에 대한 교섭이 불법이 아니라고 한다”면서 “임단협을 하면 노조가 협상을 해서 현장을 사람 죽어나가는 곳이 아닌 곳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언젠가는 단 한 명도 죽지 않는 현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건설노동자들의 희망이다. 그 희망이 무너지고 건설노조 활동 이유로 공갈협박범죄자 취급 받았을 때 양회동 열사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는 “저는 천주교를 잘 모르지만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로 태어나 목수를 하셨고, 가장 낮은 곳에 임하셨다던 말을 들어봤다”며 “목수는 지금도 조합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건설노동자 직업이기도 하다. 아마도 예나 지금이나 건설노동자는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은 아니었나보다”고 말했다.


이어 “양회동 열사가 걸으신 모습이 예수님께서 걸으셨던 길을 조금은 닮아있다고 감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양회동 열사는 유서에 노조 탄압을 중단하고 억울하게 구속된 사람들을 풀어줄 것,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남겼다. “그 부탁에 살아있는 우리가 답해야 한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함께 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안상미 위원장은 “미추홀구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터지고 있다. 이것은 ‘사회적 재난’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특별법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죽어서야 만들어졌다. 6개월이 넘도록 소리 쳤지만 전혀 들어주지 않다가 사람들이 죽어나가니 여론이 무서워서 만들게 된 특별법이다. 그마저도 알맹이는 없는 허울 뿐인 특별법이다. 기존에 있는 정책들로 땜빵을 해서 호환도 되지 않고 그 정책을 얼마나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특별법에는 중요한게 빠졌다. 제도적인 잘못으로 인한 사회적인 재난이라는 것. 여기에는 정부도 가해자고 은행권도 가해자라는 제일 중요한 의미가 빠졌다”며 “특별법에서마저도 은행권의 이익이 보호되고 가해자의 이익이 보호되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안상미 위원장은 “지금의 특별법이 끝이 아니다. 반드시 보완 돼야 하고, 반드시 은행권도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정부도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날 미사에는 전국에서 사제 70명·수도자 100여명과 평신도, 시민 1,000명이 모여 성전밖까지 가득 채웠다.


지난 4월 10일 서울광장 시국미사를 시작으로 이어오고 있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미사는 오는 12일, 오후 7시 천주교 원주교구 봉산동성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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