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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합성어
  • 이기우
  • 등록 2023-07-04 14: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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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3주간 화요일(2022.7.4.) : 창세 19,15-29; 마태 8,23-27

오늘 독서는 하느님께서 죄악이 창궐했던 소돔에 내리시는 심판 재앙에서 롯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고, 복음은 갈릴래아 호수에 큰 풍랑이 일어 죽게 된 제자들이 예수님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독서와 복음의 공통 주제가 위기에서 살아남는 지혜입니다.


롯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하느님께서 부르신 아브라함의 조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을 기억하시고 롯을 그 멸망의 한가운데에서 구해주셨습니다. 또한 큰 풍랑을 만난 제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함께 그 배에 타고 계셨던 예수님께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신 덕분입니다.


그분과 한 배에 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투철한 사람을 알고 지내거나 예수님과 한 배를 타고 있으면 유황과 불의 심판으로 인한 재앙이나 배가 뒤집힐 뻔한 큰 풍랑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음을 오늘 말씀이 알려줍니다.


그래서 독실하게 믿는 사람과 잘 알고 지내고, 더구나 예수님과 한 배를 타고 있을 수 있는 비결이 열쇠입니다. 그러자면 당장의 위기만 모면할 수 있는 스킬이 아니라 우리가 지닌 성품과 습관이 그런 사람들이 신뢰할 만해야 합니다. 이는 리더십이 아니라 이와는 구분되는 일종의 팔로우어십(followership)입니다. 얄팍한 처세술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미국과 한국에서 리더십 돌풍을 일으킨 책,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을 내서 유명해졌던 스티븐 코비는 독실한 모르몬교 신자였습니다. 성공적인 경영자가 되기 위한 자기계발서로 1994년에 출간된 이 책에는 신앙에 관한 저자의 신념이 철두철미하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을 믿음으로써 그분의 사랑과 보호를 받고 있음을 깨닫는 데서 오는 마음의 평정입니다. 인간 이성과 감성의 능력은 이러한 마음의 평정 속에서라야 극대화될 수 있지요. 여기서 여러 가지 삶의 위기를 예방하거나 위기가 닥쳤을 때 빠져나올 수 있는 지혜라는 관점으로 바꾸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리더십과 팔로우어십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서로 통합니다. 둘 다 인간관계의 문제이고 그 핵심은 상호 신뢰이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지혜는 “자신의 삶을 주도하라(Be proactive!)”는 것입니다. 마치 창세기에 나오는 요셉이 자기 탓 없이도 숱한 위험에 떨어지지만 물려받은 신앙 덕분에 어느 한 순간도 하느님께서 자신을 보호하고 계시다는 믿음을 버린 적이 없었기 때문에 위험에 떨어질 때마다 극적으로 기회로 역전시켰듯이(창세 39,3.21; 41,16,38; 45,7-8; 50,20), 이 지혜는 하느님께서 나보다 더 나 자신을 알고 계시고 따라서 내가 처한 위험에 있어서도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이미 마련해 놓고 계심을 의심하지 않는 태도를 말합니다.


두 번째 지혜는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Begin with the end in mind!)”는 것입니다. 항상 처음에 품었던 목표를 명심해서 시작하고 추진하라는 뜻입니다. 관뚜껑에 못이 박힌 후에 세상 사람들이 내뱉을 평판을 예상해서 처신하라는 것이지요. 예수님께서는 세상 사람들의 평판보다 더 엄정한 최후의 심판을 분명하게 예고하셨습니다(마태 25,31-46).


세 번째 지혜는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Put first things first!)”는 것입니다. 급한 일부터 하려 들 것이 아니라 사실은 중요한 것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놓고 평소에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온 세상을 얻어도 자기 영혼을 구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말씀(마태 16,26)과 먼저 하느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으라는 말씀(마태 6,33)으로 가르치셨습니다.


네 번째 지혜는 “쌍방에 도움이 되는 해결책을 추구하라(Think win-win!)”는 것입니다. 그 어떤 궁지에 몰려서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제3의 해결책은 반드시 숨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숨겨 놓으신 이걸 찾으라는 겁니다. 박해를 당할지라도 성령께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할지 알려주신다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마르 13,11).


다섯 번째 지혜는 “먼저 이해하고나서 그 다음에 이해시켜라(Seek first to understand, then to be understood!)”하는 것입니다. 이 점에 있어서 스티븐 코비는 '심리적 공기'라는 개념을 도입합니다. 상대방이 숨 쉴 수 있는 심리적 상황을 조성해 주어야 대화가 이루어진다는 이치입니다. 먼저 들어보고 수긍할 수 있는 점부터 말해주면 이해시키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바리사이들이 당신에게 올가미를 놓아 궁지에 몰려고 작정하고나서 까칠한 논쟁을 걸어오면, 먼저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셨습니다(마태 12,3; 루카 6,9; 14,3).


여섯 번째 지혜는 “시너지 효과를 내라(Synergize!)”는 것입니다. 혼자서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위해서는 평소에 잘 관리한 인간관계를 활용하라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영리한 집사’(루카 16,1-8)를 칭찬하셨는데, 그것은 그가 불의한 처신으로 쫓겨날 뻔 했지만 주인의 고객들을 잘 관리하여 오히려 주인의 덕망을 높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지혜는 “끊임없이 쇄신하라(Sharpen the Saw!)”는 것입니다. 마치 커다란 나무를 벌목해야 하는 사람이 끊임없이 톱날을 날카롭게 갈아두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몸과 마음과 혼을 쓰기도 하지만, 충전하기도 해야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몸으로 일하기도 해야 하지만 운동도 해야 골고루 근육을 준비시킬 수 있고, 머리를 활용하여 신경도 써야 하지만 독서도 해서 다른 이들의 지혜도 배워야 하며, 혼의 나침반을 하느님께 맞추어 놓고 인생길을 걷기도 하지만 때로는 기도와 피정으로 쉬면서 영과 소통하기도 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늘 깨어 있으라거나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당부하셨습니다(마태 24,44; 25,13).


교우 여러분! 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합성어입니다. 위험에서 빠져나오면 이를 발판으로 삼아서 기회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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