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이 자리에서 출발할 때 부를 노래를 가사를 직접 지어서 준비해 오셨다. 정성이 놀랍다. 주목되는 것은 이 자리에 젊은 청장년들이 많이 보였다는 점이다. 그 중에 어떤 젊은 부부는 필자에 대해 소상히 알고 와서는 다음 질문을 했다.
"전공분야가 도시공학인데 원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도 동일 질문을 해온 적이 있어서 이 자리에 그 답변을 소개한다.
"필자 전공인 도시계획에는 국토계획도 포함된다. 국토의 위험시설인 핵발전소의 입지를 둘러싼 정책은 당연히 전공의 관심분야다. 특히 입지의 계획단계라고 할 수 있는 의사결정과정에 관심이 많다."
이에 대해 쓴 필자의 논문을 7년전 어느 세미나에서 발표하였다. 이를 오마이뉴스 기자가 보도했었다.
나고야에서 행진할 때 기자가 인터뷰를 하면서 필자에게 질문했다. 도보행진을 시민운동의 수단으로 삼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는 답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지식이나 정보에 의한 설득이 아니라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는 주민들은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갖는다.
한국에서는 두 성공사례가 있다. 10년전 지정된 삼척의 핵발전소예정부지를 해제시키는데 행진이 작용했다. 눈이오나 비가오나 소수의 시민들의 줄기찬 행진으로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의 여론이 커지고 강고해진 것이다. 그리하여 수년전 지정해제에 성공한 것이다.
또하나의 성공사례는 2016년경 부산의 노후원전폐기를 위한 행진이었다. 소수의 시민들로 시작한 행진이 반년이상 줄기차게 이어지자 행진가담자가 수백명이 되면서 여야정치인들이 두손 든 것이다."
나고야의 어느 동지가 필자의 행진과 발언을 영상으로 찍어서 배포하였다. 멋진 작품이 되었다.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주니치신문은 이틀전 기후시에서의 행사를 보도한 데 이어 이날 아이치현청에서 가진 기자회견도 나름 비중있게 보도했다. 이 신문은 도쿄신문과 동일회사여서 내용도 지역판을 제외하고는 동일하다. 아주 큰 신문사다.
기자회견에서, 일본정부가 24일 방류하겠다는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질문받았다. 필자는 두 가지를 얘기했다.
1) 일본은 민주국가이므로 헌법을 위반하거나 국제법을 어기는 행정부의 결정에 대해 사법적기능과 의회기능을 통해 막을 수 있는 길이 있다. 그런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2) 일본은 내각제이므로 국회가 궁극적으로 책임이 있다.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임져야한다. 오염수문제에 대해 시민들이 공개적으로 의사를 질의하고 그 답변을 공개해서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한다.
저녁 6시 강연은 강의실이 꽉 찼다. 필자의 행진보고회와 가와타선생의 "오염수 및 트리튬 유해성"에 관한 것 두 가지다. 분자생물학자인 가와타선생은 '트리튬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DNA를 손상시키는가, 그리고 육상에 보관했을 때 반감기를 현저히 줄일 수 있는 기술적 방안'에 대한 강연을 했다.
필자는 그동안 강조해온 이야기,
1) 유럽민주국가의 예를 들면서 이런 문제는 국민이 스스로 책임을 갖고 결정해야 한다. 정부는 돕는 역할에 그친다.
2) 일본이 잘못된 길을 가면 지구촌에 나쁜 본보기가 된다. 일본처럼 선진국이 이런 나쁜짓을 보이면 지구에 희망이 없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등의 얘기를 했다.
주된 질문은, 당장 모레 24일부터 정부가 방류하기 시작하면 시민들이 도대체 어떻게 대응하면 좋겠는가이다. 기자회견 때와 비슷하다. 필자는 몇 가지를 추가했다.
1) 방류를 시작했다하더라도 하루빨리 중단시켜야한다. 지금 일본정부도 문제이지만 중단시키지 못하면 국민도 문제다. 일본국민은 지금 기로에 섰다. 시험대에 올라있다.
2) 미국은 최근 메사츠세츠주정부가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허용하지 않는 조치를 취했다. 바이든대통령과 여론은 다르다. 국내외여론으로 미국의회를 통해 방류후에도 막아야 한다.
3) 방류에 반대한 미야기현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국회의원 한사람 한사람에게 책임을 묻기. 이는 기자회견때도 했던 말이다.
4) 시민이 실천하는 방법으로는 행진하는 것이 쉬운 방법이면서도 위력이 있다. 단순 집회보다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곳곳에서 행진하는 게 좋다.
이번 나고야시와 아이치현 지역 시민들의 움직임은 열기도 뜨거운데다 조직적이고 치밀했다. 이번 행진을 준비하려고, 기존 단체들이 연대하여 '일한시민행진아이치실행위원회'를 조직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행진하면서 시민들에게도 효과적으로 어필하였고 지역의 언론도 적극적으로 보도하였다.
마치 노무현대통령이 강조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입니다”의 문구를 그대로 실천하는 듯한 조직적인 힘이 느껴졌다. 그동안 많은 응원금도 모였다고 한다. 받아보니 과연 그렇다. 그러기에 필자는 많은 분들께 메세지를 부탁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인사는 호조요시코(北條良至子)상이다. 기후시를 출발할 때부터 나고야 행사까지 많은 배려를 해주신 묘츠지 절집의 호조상에게 메세지를 부탁한다. 그녀는 나중에 9월 11일 도쿄행진에도 동참해서 일본국회에서의 행사진행때 필자에서 도움을 주었다.
국토미래연구소장
이 글은 <한겨레:온>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