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강남일대에서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라는 슬로건으로 ‘907 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문구가 담긴 다양한 손피켓을 들고 기업들이 모여 있는 강남일대를 행진했다. 이날 행진에 참여한 시민은 주최측 추산 3만여명, 경찰 추산 7000~1만명이다.
정록 907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은 “노동, 인권, 여성, 환경, 반빈곤 운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른 세상을 일구기 위해 분투해온 우리는 기후정의운동으로 서로를 넘나들며 연결됐고 이렇게 모였다”고 했다.
“건설과정에 폐기물 무단투기와 같은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를 바라만 보지 않겠다”
강헌수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기후위기, 기후재난의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폭염과 폭우, 혹한 등 이상 기후”라면서 “온갖 금속재료와 콘크리트, 아스콘으로 둘러싸인 건설현장은 기상청 발표온도와 10도 이상이 차이 난다. 온열질환 사고로 쓰러지는 건설노동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생계 문제로 인해 “개발행위를 내심 바라야 하는 것이 건설노동자들이기에 이 자리에 서는 게 망설여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용산참사와 같은 부정한 개발 이익 앞에 서 있는 나쁜 굴착기가 되지는 않겠다. 건설과정에 폐기물 무단투기와 같은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를 바라만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김현욱 씨는 “국토부는 특별법을 핑계로 신공항 건설의 모든 문제 제기를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공항 건설을 향해 폭주하는 이유는 단 하나, 돈, 이윤추구”라고 꼬집었다.
임희자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네트워크 집행위원은 윤 정부가 지난 5월 금강의 세종보 수문을 재가동하겠다고 선언했다며 세종보는 16개 보 중에서 유일하게 열려 있는 보라고 설명했다.
이에 금강 유역 활동가들은 세종보 수문 개방을 저지하기 위해 132일째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낙동강에 발생한 녹조는 청산가리 6,600배의 독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녹조가 수돗물, 농산물, 공기 중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했다. “강은 국민의 생명수다. 세종보 수문 가동 저지에 함께 해달라”고 말했다.
“우리는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길 선택했다”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두고 “이 판결은 우리 사회의 최선이 아닌 후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며 “국가의 기후대응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하며 기후위기에 더 취약함에도 정치과정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담겼다. 이 마지노선이 매우 미약해보일 수도 있지만 이 선을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현정 활동가는 뭐라도 하고자 하는 마음에 청소년기후행동으로 모인지도 벌써 7년째라면서 “우리는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길 선택했다”고 말했다. “위기 속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삶이 삭제된 기후대응은 위기를 막아낼 수 없다”면서, “이제 배제가 아닌 우리 삶을 지킬 최저선을 함께 만들어가자며 우린 아직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선언문을 낭독하며 “우리의 연대로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고 강하게 말했다.
“우리 일상을 책임지는 노동과 돌봄이 오히려 불평등한 기후 재난의 맨 앞에 서 있다”면서 “편리함을 지탱하는 택배 노동자, 안전함을 책임지는 건설노동자, 자원순환을 연결하는 소각시설 노동자가, 먹거리를 보살피는 농민, 3D 업종 노동을 감당하는 이주 노동자가 기후 재난의 당사자이자 우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존엄한 삶을 책임져야 할 정부는 이윤과 성장 뒤에 숨어 외면하고 귀를 닫았다”며, 기후위기 책임이 큰 기업과 부자들은 수많은 혜택을 누리지만 정작 돌봄과 복지가 필요한 곳은 공공요금 인상이나 물가 상승, 의료 공백 등 힘겨운 현실이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마주하는 재난은 이상기후 현상만이 아니라 불평등이 연결된 재난”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자본만 살찌우는 기후 대응사업, 파괴된 생태계에 생명은 없다”고 했다.
기후재난과 불평등 세상을 바꾸고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위해 함께 행진하자.
핵발전과 화석연료 중심의 세상을 바꾸고 탈핵, 탈화석연료, 공공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함께 행진하자.
개발과 성장을 위해 생태계를 파괴하는 세상을 바꾸고 생명과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함께 행진하자.
이들은 “우리는 늘 길을 만들어왔다. 우리의 걸음이 많이 연결될수록 우리의 길은 더 넓어질 것”이라며 “최고의 시간이 지났다고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을 바꿀 두 번째로 좋은 시간은 바로 지금”이라고 밝혔다.
선언문을 낭독한 후, 참가자들은 강남역을 출발해 역삼역-선릉역-포스코사거리를 거쳐 삼성역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행진 도중, 도로 위에 죽은 듯이 드러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