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본부에서 백악관까지 미국 시민과 함께 걸으며 캠페인을 펼치기
벌써 10번째다. 양으로는 7만톤이 넘는 핵폐수. 일본 정부가 버릴 때마다 우리는 고통스럽다. 나쁜 짓을 보고도 막지 못하는 무기력까지 느낀다. 국가권력이 마치 우리를 세뇌시키는 것 같다. 나쁜 짓을 보고도 눈감는 데 익숙해지는 훈련을 하라는 듯.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인가? 아니다. 답은 나와 있다. 미국 대통령이다. 미국 대통령이 허락하지 않은 일을 일본 정부가 단독으로 저지를 수는 없다. 일본 총리가 머리를 숙이는 유일한 존재. 미국 대통령이 일본 총리에게 중단을 요구하면 투기중지가 가능하다. 이젠 바이든이 승인해준 투기를 트럼프는 바꿀 수 있다. 어떻게? 바로 미국 여론이다. 트럼프도 임기 2년째에 중간 선거를 거쳐야 한다. 그는 바이든과 전혀 다르다. 바이든처럼 핵마피아들에게 휘둘리는지는 미지수다. 그렇다면 미국 내 여론이다.
어떻게 여론이 형성될 것인가? 언론이 이쪽편이라고 볼 수 없다. 시민들에게 직접 행동으로 공감을 사는 수밖에 없다. 오래전 간디가 인도 독립을 이끌어낸 '소금행진'도 일단 소수가 걷기 시작하자 많은 이들이 동참하면서 뜻과 힘이 모아졌다. 한국도 최근 이십년간 삼척에서 몇 차례나 원전백지화 시킬 때도 그랬듯이, 그리고 부산에서 8년 전 고리1호기 노후원전 수명연장을 저지시킬 때도 그랬듯이 행동으로 호응을 얻는 것이다.
사람은 말로 설득이 안된다. 행동으로 외치고,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그제서야 스스로 생각한다. 행진을 하면서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시민들도 하여금 행진에 가담케 하고, 그 행렬이 점차 길어지도록 하면서 정치인들을 압박하는 것이다. 그 압박에 의해 공약이 성립한다.
연필로 그려본다. 유엔은 힘이 없지만 명분은 있다. 지난 7월에 집회시위한 바 있던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출발한다. 그리하여 뉴저지와 필라델피아, 볼티모어를 거쳐 워싱턴DC까지 얼마나 걸릴까. 대략 따져보니 400km 남짓하다. 하루 20km씩 걸으면 20일인데, 물리적으로 걸을 수 없는 구간을 따져보니 50km쯤 된다. 약350km를 하루 15~20km씩 천천히 걸어서 3주쯤 걸으면 도착한다.
이름하여 'GLOMA Between Fukushima and Chernobyl'. 후쿠시마가 3/11이고 체르노빌이 4/26이니 그 사이의 행진으로 삼아서 내년 2025년 3월19~4월8일의 기간으로 잡아본다. 뉴욕유엔본부~워싱턴DC백악관400km(도보행진거리 약350km)의 핵폐수투기STOP세계시민행진을 연필로 그려보는 것이다.
추진의 배경을 다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2023년 8월 일본 정부의 최초 핵폐수 투기 이래 10차례 7만여톤 해양투기에도 아직 국제시민사회의 반대 움직임과 국제적 여론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2023년 여름 1600km 한일시민도보행진과 2024년 교토 오사카 뉴욕 LA DC 등에서 한일시민들의 행진이 있었지만 보다 본격적인 계기가 필요하다.
둘째, 미국 메사츠세츠주 뉴욕주는 극소량의 냉각수오염수조차 투기 금지를 분명히 했고, 중국 정부는 일본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연방정부만 투기를 용인하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 지적과 항의가 계속되어야 한다.
셋째, 일본 총리와 미국 대통령이 교체되었으므로 이에 상응하는 세계 시민들의 요구를 다시 한번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국가권력이 나쁜 짓을 하면 민중이 항의하여 바로 잡도록 해야 한다. 행동으로 이를 저지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는 입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현해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연필로 그려지는 그림은, 유엔에서 백악관까지는 약 400km의 인구밀집지역으로서 많은 미국시민이 함께 이 반대 행진에 동참하여 걸으면서 어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 약 3주간 진행되므로 미국 전역의 시민과 세계 각국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간대를 확보할 수 있는데다가 현장에서 액션이 펼쳐지므로 영상매체 등 미디어가 보도하기 좋아서 여론 형성에 유리하다.
매일매일의 행진의 출발점과 도착점을 기차역으로 하게 되면 편리하다. 기차가 자주 다니지 않은 미국이지만 이번 코스의 인구밀집지역은 다르다. 상당히 빈번한 기차 통행이 있는 코스다. 기차는 시간표대로 움직이므로 참가자들이 계획적으로 참여하고 이동할 수 있다. 자동차 갖고 오는 이는 기차역 부근에 주차해두기도 좋아서 행진 후 차를 되찾으러 오기도 쉽다.
행진참여그룹을 연필로 그려보면, 전체를 주관하는 필자를 위시한 한국인 및 재미동포가 한 그룹이고, 그 지역의 미국시민이 한 그룹, 그리고 지구촌 각지에서 이민이나 여행 온 세계시민들이 또 하나의 그룹이 된다. 날짜별로 도시마다 행진참여 희망자를 사전에 모집하는 것도 큰 일이 될 것이다.
이번 행진에 기대를 거는 것은 필라델피아와 볼티모어 등 중간지역의 도시들이다. 특히 펜실베니아주와 그 주도인 필라델피아는 미국역사에서도 유서가 깊고, 중심적 지위에 있는 지역으로서 여론의 향배를 좌우하는 요충지이기도 하다. 이 곳을 지나면서 지역의 시민들이 호응해주는 모습이 미국 전역에 알려진다면, 미국 내 여론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필자는 뉴욕에서 뉴저지를 거쳐 필라델피아에 이르는 행진 전반기에 시민들의 커다란 호응이 있어서 행진대열이 늘어나기를 연필로 그리고 싶다. 마치 2016년 부산 고리1호기 폐쇄 때 부산시민들이 행진을 통하여 행렬을 장대화 시켰듯이.
그리하여 4월 8일 미국의회와 백악관을 지나면서, 미국 상원의장 하원의장 그리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환영의 박수를 미국시민 그리고 세계시민들과 함께 받고 싶다.
그리하여 일본정부를 좌절시키고 싶다.
국토미래연구소장
이 글은 <한겨레:온>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