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르네상스는 몽상의 세계"
최근 원전 부문에서 주목되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그것은 마이클 슈나이더라는 독일 출신의 국제에너지정책 전문가가 내한하여 인터뷰한 내용(한겨레 2024-11-25)이다.
세계원자력협회가 지난 8월 기준 집계한 전 세계 ‘제안된’ 원전은 344기에 이른다. ‘가동 중’인 원전의 78%다. 국내 보수언론과 정부·여당은 이를 두고 ‘원전 회귀’, ‘원전 르네상스’라 하지만 슈나이더는 "제안과 계획이 전기를 만들진 않는다"며 이를 일축했다. 슈나이더는 "원전산업계가 오랫동안 과장된 전망을 해왔다"며 "2000년이 되면 5300기의 원자로가 지어질 것"이라는 1974년의 국제원자력기구 예측을 소개했다. 하지만 "명확한 현실은 지난 20년 동안 새로 가동된 원전보다 폐쇄 원전이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현재 원전 시공국은 5개국뿐인데, 모두 문제가 있다. 그는 “프랑스는 지난 17년간 자국 내에서 단 한 기의 원전을 매우 힘들게 짓고 있고, 영국에서 또 2기의 원전을 짓고 있지만, 공기가 심각하게 늘어나고 비용도 늘고 있다. 또 원전이 가장 많은 미국은 자국 내에서 원전을 짓지 않는다. 인허가를 요청한 발전사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한국이 유럽에 원전을 수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그야말로 환상”이라고 말했다. 국경이 붙어 있는 유럽연합의 규제 틀은 아랍에미리트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그는 ‘원전 르네상스’라는 말 자체가 허상이라면서 “르네상스라면 원전이 여기저기 많이 지어져야 할 텐데 아니라는 것”이다.
“원전은 제안과 계획이 난무하지만, 실체가 없습니다. 이걸 르네상스라고 할 수 있나요? 레토릭(말)의 르네상스일 뿐, 그야말로 환상이자 ‘라라랜드’(영화 비유), ‘하얀 코끼리’(미국식 표현으로 애물단지),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소설 비유) 같은 거죠.”
슈나이더는, 기후위기는 그야말로 비상사태이고 빠른 대응이 필요한데 원전은 한 기를 짓는 데에만 15~20년이 걸린다고 지적한다. “가장 비싸고 가장 더딘” 수단이어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많은 국가가 이걸 알기에 원전이 아닌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겁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올 초 하이브리드 방식, 즉 태양광과 에너지 저장장치를 결합한 형태가 어떤 에너지보다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했어요. 한국 정부가 요청하면 저희 분석을 발표할 용의가 있습니다. 원전은 더는 유효한 에너지가 아닙니다.”
그렇다. ‘태양광 하이브리드’가 정답이다. 그가 얘기하는 바에 필자가 추가한다면, 원전은 기후위기를 조장하는 중대한 열오염원이라는 점이다. 바다의 탄소저장능력을 현저히 위축시킨다. 뿐만 아니다. 최근 『플래닛 아쿠아』라는 저서를 낸 제러미 리프킨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직시하고 있다.
“원자력은 터빈을 돌리고 물을 이용해 냉각합니다. 전체 전기의 68%를 원자력으로 제공하는 프랑스는 최근 기온이 높아져 냉각수를 사용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고 발전소가 멈췄습니다. 비용이 훨씬 낮은 재생 에너지 대신 오래된 기술을 쓰는 한국이 안타깝습니다. 특히 기후위기를 직격탄으로 맞고 있는 상황에서요.”
사실이 이런데도 몇몇 언론들은 근거 없는 원전 찬양으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희망고문’을 되풀이하고 있다.
태양광의 비전과 가능성
우리는 태양광이 어떤 상황에 있는 것일까? 몇년 전 어느 과학기자의 추산에 의하면 국내 건물들의 지붕 면적은 전 국토 면적의 1.05%에 달하는데(강양구, 2018) 이 정도 면적에 태양광을 깔면, 연간 전기생산량의 1/3 정도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붕 등의 면적을 3%쯤으로 늘릴 수 있다면, 태양광으로 전기생산총량을 충당하는 것 아닌가? 독일의 비결이 바로 이것이다.
설치비야 무진장 싸졌고 원료도 공짜이지만 문제는 생산의 간헐성이다. 낮시간에 집중생산되는 전기를 저장하는 기술이 문제다. ESS기술이 아직 완벽하지 않은 가운데 주목받는 기술은 바로 V2G(Vehicle to Grid, 자동자→전력망) 기술이다. 낮에는 전기차에 저장해두었다가, 저녁에는 그 전기차가 집집마다 전력을 공급해주는 충전송전기술이다.
일거양득의 획기적 기술이다. 다행히 이 분야는 세계에서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가장 앞선다. 독일과 네덜란드의 도시들과 공동으로 실험 중이다. 올가을부터는 제주도에서 시범사업을 착수한다고 한다. 기술적 여건은 무르익은 것이다.
태양광 연금 혹은 기본소득
현실을 직시해보자. RE100시대에 살아 남으려면 방법이 달리 없다. 기업들이 제 살길 찾으러 이 땅을 떠나기 전에 획기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원전만 추종하는 현 정권이 오늘 당장 물러가고 다음 정권이 내일 시작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에너지전환으로 오른 전기요금을 연금으로 나눠주는 수밖에. 에너지전환이 잘 진행될수록 연금도 많아지는 장치다. 강남훈 교수는 말한다.
“생존을 위해 먼저 전기값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이때 화석연료로 만든 전기값이 오른 부분은 탄소세로 연금을 만들고, 재생에너지는 정책으로 이익이 생기니, 지금 이득을 챙겨가고 있는 외국자본의 자리를 정부가 대신하면 막대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돈으로 서민에게 연금을 주면 오른 에너지비용뿐 아니라 생존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때의 연금은 기본소득이나 마찬가지다. 이미 전남 신안군이 멋지게 실행하고 있다. 현재 군민 28%에게 햇빛연금을 1인당 연간 40만~240만 원을 지급하고 있는데 2030년에는 전체 군민에게 월50만~100만 원을 지급할 수 있다고 한다.
전력계통에서도 태양광과 원전은 트레이드오프 관계에 있다. 날로 대세가 되고 있는 태양광 앞에 원전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 시대에 둘 중 하나가 죽을 수밖에 없다. 원전은 국제사회에서 사망선고가 이미 오래전에 내려졌다. 윤석열 정권이 그 진흥법을 만들겠다고 애써봤자 별수 없다. 시장은 헛수를 용인하지 않는다.
기후위기를 돌파하고 수출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제 여건과 기술, 둘 모두 성숙해 있다. 탈원전이야말로 기후운동의 엔진이다. 이 연금(기본소득)으로 국민 모두가 참여할 동기가 생긴다면 기후악당에서 기후천사로 단숨에 올라설 수 있다. 이런 정도의 혁신이야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밥 먹듯 해오던 것 아닌가.
원전마피아가 뿌린 돈에 오염된 ‘자칭 언론’이 ‘원전찬양’을 외쳐봤자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하루살이 같은 현정권만 현혹될 뿐이다. 우리는 응징해야 한다. 그런 언론에 눈먼 광고를 주는 기업과도 손절해야 한다. 행동만이 혁신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국토미래연구소장
이 글은 <시민언론 민들레>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