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언어의 특징은 무엇보다 쉽고 분명하다는 것이다. 교황의 강론이나 연설 등은 그래서 어렵지 않다. 그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떤 의미로 이 말을 하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이를 두고 어떤 언론은 교황은 마치 조그만 성당에서 오랫동안 알고 지내오는 형제·자매들에게 이야기 하듯 강론하는 신부를 연상시킨다고 했다. 그 조그만 성당의 신자들이 수억 명에 이르지만,
그러나 교황은 가끔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를 나름대로 풀이하거나 정의해 사용하기도 한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좀 더 확실하게 알릴 필요가 있을 경우에 종종 그러하다.
때문에 교황의 말뜻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그가 특별히 강조해 사용하는 용어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황도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말하는 것을 잘못 이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해석학이 필요하다고 기자들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교황이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남미 3개국 순방에서 사용한 이같은 몇몇 용어들을 모아봤다.
온전한 발전(the integral development)과 사회적 평화(social peace)
: 분배정의에 대한 특별한 관심만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안정(stability)과 안전(security)을 말한다.
문화적 생활(cultural life)과 윤리적·도덕적 교육(an ethical & moral education)
: 연대성을 육성하고, 개인 간 책임을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스도인(christian)
: 위대한 사상을 불러일으킬 능력인 해방의 메시지를 품고 있는 사람, 개인적 이익을 뛰어넘어 행동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 또 자제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공동선(common good)과 번영(prosperity)
: 특히 번영을 즐기고 있는 경우 이 둘은 곧잘 혼동된다.
번영
-단지 이기적이 되고, 개인적 이익을 방어하며, 다른 사람들에 대해 서는 무관심하고, 무절제한 소비주의에 빠지는 경향이 있는 물질적 부라는 관점에서만 이해된다.
-이런 경우 번영은 사회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갈등과 분열을 가져온다.
-더욱 만연되면 엄청난 실망과 손해를 가져오는 파멸에 이른다.
공동선
-개인적 이익의 합계 그 이상이다.
-‘무엇이 나에게 최상인가’에서 ‘무엇이 모두에게 최상인가’로 나아 간다.
-공동 목적, 공유 가치, 제한적·개인적 시야를 넘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고 등 사람들을 함께 묶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포 용한다.
자유(freedom)
: 개인과 집단과 언론이 공동선 봉사에서 열성과 창의성을 가지고 그들의 활동을 실행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 의미한다.
믿음(faith)
: 눈을 멀게 하지 않는 빛이다. 이데올로기는 눈을 멀게 하지만, 믿음은 멀 게 하지 않는다.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지 않는 빛으로, 모든 개인과 사회의 양심과 역사를 조명하고 인도한다.
가족(family)
: 어디에서든 가정 폭력과 성적 학대, 알콜 및 약물 중독, 실업, 도시의 불안, 노인 방기, 어린이들 거리 방치 등에 의해 위협을 받는다.
이에 대한 많은 ‘유사 해결책’이 나도는데, 이는 이념적 식민지의 결과물 일 뿐이다.
상당히 많은 사회문제들이 가족 속에 조용히 숨어 있다. 그래서 가족 문 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들은 사회의 보호에서 벗어난 가장 취약한 사람 들로 남겨진다.
잘못(error)
: 이번 남미 순방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감명을 준, 깊은 인상을 남긴 단어다.
교황은 귀국 기내 기자회견에서 왜 중산층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즉각 “그것은 내 잘못이다”고 답했다.
이 같은 답변은 많은 고위급 인사들의 평소 답변과는 정반대여서, 일부 언론은 “충격적이었다”, “신선했다”고 썼다.
“매우 감사하다. 대단히 좋은 지적이다, 고맙다, 당신이 옳다. 중산층에 대 해 생각하지 않은 것은 내 잘못이다. (그 이유에 대해) 몇 가지 언급을 하겠지만, 변명은 하지 않겠다. 당신이 맞다. 정말 고맙다” - 현장에 있던 기자들뿐 아니라, 후에 보도를 접한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교황의 답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