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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 이기우
  • 등록 2026-08-08 00: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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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8주간 토요일 (2026.08.07)

: 하바 1,12-2,4; 마태 17,14-20

 

어제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에 들으신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타볼 산에 올라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거룩하게 변모하심으로써 당신의 참 모습이 하느님이심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그 오래 전의 엘리야도 불러내실 수 있었던 것이고, 더 오래 전의 모세까지도 한 자리에 모이게 하실 수 있으셨던 것이었습니다. 


이 놀라운 광경을 합작하여 연출하신 성령께서 제자들에게 하늘에서 들려주신 소리가 이러했었습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르 9,7).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는 마귀 들려 고생하는 아이를 둔 아버지가 간절하게 청하자 마귀를 쫓아내어 그 아이를 고쳐 주셨습니다. 하느님의 권능으로 그리 하신 것입니다. 이는 평소에도 보여주신 모습이었지만,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시기 이전에도 하느님의 아들이자 하느님과 같은 권능을 지니신 분으로서 활동하셨음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그분은 십자가를 짊어지시기 이전에도 이미 부활하신 삶을 살아가셨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제자들 앞에서 거룩하게 변호하신  이유도 제자들에게 부활 신앙을 확신시켜 주시기 위해서 였습니다.


하지만 산에서 내려와 보니, 마귀 들린 아이를 둔 아버지 앞에서 그 아이를 제자들이 고쳐주지 못해 쩔쩔 매고 있었습니다. 제자들은 부활에 관한 믿음이 아직 터무니없이 부족했기에 그 마귀 들린 아이를 고쳐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제자들은 어째서 자신들은 그 마귀를 쫓아낼 수 없었느냐고 물었습니다. 아직도 사태 파악이 제대로 되지 못한 처지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너희의 믿음이 약한 탓이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다면, 마귀를 쫓아낼 수 있을 것이다”(마태 17,20). 마귀를 쫓아내려면 성령의 이끄심을 받아야 합니다. 성령께서는 예수님의 영이시므로 그 영이 우리 안에 들어오실 수 있도록 하는 믿음이 필요한데, 이것이 부활 신앙입니다. 그분의 영이 우리 안에서 활동하실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믿음이 강해지려면, 일단 부활이란 죽은 육신이 소생하는 것이라거나 영원한 생명이란 죽지 않고 천년이고 만년이고 오래도록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아채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굳센 믿음이란, 상식과 이치를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시키면서 뛰어넘는 진리에 대한 희망입니다. 그래서 마음과 목숨과 힘을 다해서 진리이신 하느님을 사랑해야 하는 겁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과 우리 자신을 우연히도 필연적으로도 창조하지 않으셨습니다. 오로지 당신의 인격적인 사랑에서 나온 섭리로 창조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다스리듯이, 우리 인간더러 당신이 창조해 놓으신 세상과 인생을 완성하라고 기회를 주신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의 몸과 우리의 인간관계와 우리의 일이 우리의 믿음으로 하느님의 뜻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우리의 삶이라는 작은 세상은 얼마든지 천국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부활은 이를 위한 원동력이요 또 이 과정에서 누리는 은총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는 교회의 수많은 성인 성녀들이 전구해 주고 계시는데, 오늘은 설교로 유명한 성 도미니코(1170~1221) 사제 기념일입니다.


그는 수도 생활과 사목 활동을 적절하게 조화시킨 영성 생활을 실천하고자 수도회를 설립하여 가톨릭 신자들의 기도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수도자들이 청빈, 정결, 순명의 복음삼덕에 대한 서원을 하고 관상 생활을 지향하는 것까지는 당대의 여느 수도회와 다름이 없었지만, 그 수도회의 특징은 수도자들이 주님의 말씀을 공부하고 충실히 설교 준비를 하도록 교육에 힘썼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그리하여 도미니코가 설립한 ‘설교자회’(Ordo Fratrum Praedicatorum)는 일 년 중 6개월 동안은 수도원 안에서 기도 생활에 전념하고 다른 6개월 동안은 교구와 본당을 순회하며 설교하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냈습니다. 


동시에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 운동을 이끌어냈고, 특별히 묵주기도의 전통을 가톨릭교회 안에 널리 전파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의 하나인 묵주 기도가 가톨릭교회에 널리 확산되어 대중화되도록 지대한 공헌을 하였습니다.  또한 설교를 통한 영혼 구원이란 설립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도자들은 최선을 다해 공부해야 했고, 결국 대 알베르투스(Albertus Magnus)와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와 같은 위대한 신학자들을 배출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도미니코와 그 제자들인 도미니코 수도회원들에게 적지 않은 영적 빚을 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우 여러분, 도미니코 성인이 가르쳐 준 대로 우리가 매일 바치는 기도가 우리의 믿음을 더욱 굳세게 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마귀 들린 아들을 둔 아버지의 처지와 심정만큼은 아니더라도, 하느님께 올곧게 향하는 마음을 평온하게 간직하며 살아가기가 쉽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적어도, 우리의 믿는 마음을 흔들어놓고자 호시탐탐 분심의 바람을 불러와서 갈등의 풍랑과 후회의 파도를 일으켜 잔잔함을 흐트러뜨리는 마귀를 기도로 쫓아낼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는 말씀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말씀 한 마디의 힘이 마귀의 그 어떤 계략도 무너뜨립니다. 도미니코가 회원 사제들에게 당부했던 바 교우들에게 전해주려던 은총이 바로 이것입니다. 성실하게 일상에서 바치는 기도의 힘, 그 기도 속에 담긴 겨자씨 한 알의 믿음, 이 두 가지가 우리네 일상에서 기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필진정보]
이기우(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성사전담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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