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발생 500일을 맞아 29일 서울 중구 서울역과 광화문에서 실종자들의 귀환과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다양한 행사가 잇따라 진행됐다.
이날 유가족들은 해양수산부가 유가족들에게 ‘배·보상 안 받은 사람은 빨리 신청하라’는 내용의 독촉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세월호 희생자 최성호 군의 아버지 최경덕 씨는 해양수산부가 제시한 세월호 참사 배·보상 기준에 '국가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라는 항목이 있다면서 “보상금을 받으면, 정부와 화해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가 그럴 수는 없다”고 보상금을 안 받는 이유를 설명했다.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싸우면서도 1년 뒤에는 위안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5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세월호 진실규명을 위해 포기하거나 무너지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들에게 돈을 주겠다는데 왜 싫다고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세월호에 남아 있는) 예은이를 보내주고 싶어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인데 밝히지를 않으니 아직도 끌어안고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을 보내기 위한 일인데 타협의 여지가 어디 있겠느냐”며 “500일 넘게 함께 행동해주심에 감사하며, 끝까지 함께 해 달라”고 참가자들에게 호소했다.
참사 발생 501일째인 이날 서울역 광장에서 오후 3시부터 열린 ‘세월호 500일 범국민대회’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 100여 명과 시민 2,000여 명 등이 참석했다.
국민대회는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돼, 유가족 대표 발언과 카드섹션, 시민 참여 공연과 발언 등이 이어졌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은 카드섹션 공연을 통해 500일 동안 자신들과 함께 한 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광화문 세월호 미사를 담당하고 있는 사도생활단 이상윤 신부는 “어떤 분들은 왜 수도자가 길거리로 나오느냐 묻지만, 세상이 침묵하기 때문에 우리가 외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세월호 인양을 외면하고 진실을 감추는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저들은 이제 그만 잊고 용서하라고 하지만,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용서할 기회도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희생자 최윤민 양의 어머니 박혜영 씨는 국민대회 대표발언에서 “아이들이 생각나고 미친 듯이 보고 싶어 지치고 힘들지만 이 싸움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이 자신들을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고 말한다”며 “앞으로 세월호가 인양되고 진실이 규명되는 그날까지 함께 해 달라”고 부탁했다.
서울역 광장에서 국민대회를 마친 이들은 오후 4시 40분부터 ‘세월호 500일 추모문화제’가 열리는 광화문 광장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501일째 세월호에 사람이 있다' 피켓을 필두로 한 행진은 '미수습자를 가족 품으로', ‘세월호를 인양하라’,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행진은 서울역 광장을 시작으로 숭례문과 한국은행, 을지로 입구, 국가인권위원회를 거쳐 광화문 광장으로 진행됐다.
행진 도중에는 기아차 비정규직에 항의하며 80일째 고공농성 중인 최정명, 한구협씨와의 전화 연결을 통해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냈고 이들의 정규직화 지지를 위해 다함께 응원의 함성을 보내기도 했다.
광화문 광장에 도착한 집회 참석자들은 저녁을 먹고 휴식시간을 가진 뒤 오후 7시부터 합창문화제를 시작했다.
합창문화제에서는 평화의 나무 합창단, 세월호 유가족, 성미산 마을 합창단 등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평화의 나무 합창단은 시민 음악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시민 합창단이다.
평화의 나무 합창단의 합창으로 시작된 문화제는 세월호 유가족과 성미산 마을 합창단이 ‘화인(火印)’을 합창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지워지지 않을 불도장’을 뜻하는 화인은 세월호 참사를 기리는 도종환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다.
이날 합창문화제를 위해 세월호 유가족들은 약 한달 반 동안 평화의 나무 합창단과 함께 합창 연습을 했다.
시민들은 희생자들이 그려진 초를 들고 자리를 지켰으며, 많은 이들은 합창제가 진행되는 동안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