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태오복음서 25장에서)
예수께서도 영향을 많이 받았던 묵시문학 전통은 말하자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이상향, 즉 하느님의 온전한 통치의 실현이 현재 심각하게 결핍된 현실, 그 간극을 어떤 식으로든 채워보려고 하는 몸짓일 것입니다.
그 현실에서 중요한 것을 오늘 복음은 "슬기로움"이라고 말합니다. 복음서 저자가 전하는 슬기로움(혹은 지혜)은 무엇보다 십자가의 지혜입니다. 십자가야말로, 그리스도교적 지혜와 생명의 원천입니다.
제 마음 속에는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깊은 욕구가 있습니다. 권력에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부패한 정치인들이 아니더라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 마음에는 그러한 바람이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자신을 하찮게 대하거나 폄하하거나 무시하는 등, 자신이 덜 중요한 사람으로 취급되면, 흔히 마음이 힘들어지곤 합니다.
십자가는 예수가 가장 덜 중요해지는 자리입니다. 가장 하찮은 존재로 대접받는 자리, 하느님이 폄하되는 자리입니다. 마치 가장 중요한 공기(산소 등)나 음식의 영양소 등이 너무나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들이어서 오히려 의식되지 않듯이, 존재의 자비는 늘 차고 넘쳐서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아서 보통 무시 받습니다.
참으로 중요하기에 덜 중요한 취급을 받는 것이 십자가의 역설이고 지혜입니다.
신앙은 곧 십자가의 프리즘을 통한 깨달음이고, 참된 앎이자, 실천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