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에서는 그동안 핵 발전의 위험성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29년까지 영덕, 삼척, 울진 등에 12기의 핵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생명을 위험에 몰아넣는 핵발전소 확대 정책을 더욱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한국 천주교에서는 영덕 신규 핵발전소 백지화운동을 계기로 '탈핵 천주교 연대'가 출범했다.
14일 오후 3시, 안동교구 영덕성당에서는 신자 500여 명, 사제 60여 명이 모여 ‘영덕 핵발전소 백지화를 촉구하는 생명평화 미사’를 봉헌하고, ‘탈핵 천주교 연대’의 출범을 선언했다.
이날 미사를 주례한 조현철 신부는 강론을 통해 “오늘 출범하는 ‘탈핵 천주교 연대’가 우리들의 생태적 회심을, 그리고 그 회심에서 우러나오는 관대한 돌봄의 정신을 사회적 사랑, 정치적 사랑으로 변화, 결집시키는 장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탈핵 천주교 연대’가 함께 모은 뜻을 함께 걸으며 이루어나가는 아름다운 여정이었으면 한다. 이 여정의 첫 열매가 영덕 신규 핵발전소 백지화이길 간절히 빈다”고 말했다.
탈핵 천주교 연대 공동대표로 문규현(전주교구 원로 사목자), 조현철(예수회), 박홍표(원주교구) 신부가 선임됐으며, 각 교구의 환경사목 담당 사제 등 15명 안팎이 집행위원으로 참여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수도회도 동참했다.
이날 미사에는 천주교 사제단과 수도자, 평신도뿐만 아니라 영덕 핵발전소 찬반주민투표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운해 목사와 김경진 원불교 교무, 조계종 덕흥사 성엄 스님과 이강석 영덕군의회 의장 등도 참석했다.
이강석 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영덕 언론기관 기자들은 한수원에서 지원하는 유럽 여행을 떠났다”며 “영덕은 국회의원도 의회 의원들도 모두 새누리당이 장악하고 있으나, 나는 더 이상 정치를 하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핵발전소 건설 계획에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며 울먹였다.
‘탈핵 천주교 연대’ 출범 선언문을 낭독한 김준한 신부는 “천주교의 모든 교구와 수도회의 의지를 모아 탈핵사회를 향한 구체적인 조직을 선언한다”며 “탈핵을 염원하는 영덕군민들의 주민투표를 지지하며, 영덕과 삼척 울진에 예고한 신규 핵발전소 건설 철회 등 핵으로부터 고통 받는 지역의 문제에 구체적으로 연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먼저 교회가, 그리고 지역과 연대하여 안전하고 민주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한 활동에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생명평화미사와 탈핵 천주교 연대 출범식을 마친 후, 사제단과 수도자 그리고 영덕 주민들은 영덕성당에서부터 영덕 읍내를 거쳐 영덕군청 앞마당까지 묵주기도를 봉헌하며 행진했다.
박홍표 조현철 양기석 신부와 이애령 수녀는 탈핵 천주교 연대를 대표해서 이희진 영덕군수를 면담하고, 핵발전소 건설 반대와 주민투표 수용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군수는 핵발전소 건설은 국가기간사업이므로 영덕군청에서 찬반을 논할 수 없으며, 주민투표제는 불법이므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영덕 핵발전소 찬반주민투표 추진위원회는 지난 9일 결의대회를 열고 11월 11일 주민투표를 공표했다. 추진위원회는 10월 5일 주민투표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키고, 11월 11일 영덕 핵발전소 찬반 주민투표를 통해 그간 억눌려왔던 영덕군민의 의사를 확인해 영덕 핵발전소를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선포했다.
그러나 주민투표를 진행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주민투표 인명부로 활용될 주민투표 동의 서명을 받을 인력이 부족해 주민투표 추진이 지체되고 있다. 많은 활동가와 자원봉사자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헌신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군행정의 감시와 압력이 주민들을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투표 동의 서명에 집중하기 위해 ‘서명 버스’에 보다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 협조가 절실한 상태다.
‘탈핵 천주교 연대’는 1차 집중서명은 10월 3일과 4일, 2차 집중서명은 10월 10일과 11일 1박 2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주민투표기간인 11월 10~13일은 주민투표 사무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투표 버스’를 운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