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인류학과에서 운영하는 자연사 박물관에는 소개 책자의 부제처럼 ‘옥스포드의 아이콘이 된 볼품없는 새의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 도도새가 전시되어 있다. 그간의 연구를 기반으로 실물처럼 실감나게 제작된 한 마리를 제외하고는 두개골과 발목, 발가락 뼈 등 골편들이 대부분이다. 수백년 전에 인간들에 의해 멸종된 도도새의 잔해들인 것이다.
이 잔해들의 고향은 오늘날 관광지로 각광을 받는 인도양의 보석 모리셔스 섬이다. 마다가스카르섬의 동쪽으로 750킬로미터쯤 떨어져 있는 이 섬의 본래 주인들이 이 도도새들이었다. 전시물을 살펴보면 덩치는 거위 정도 되는데, 다리는 닭다리처럼 짧고, 머리는 거위와 비슷하지만 부리가 크고 그 끝은 독수리의 그것처럼 다소 날카롭기조차하다. 무엇보다도 특이한 것은 날개가 마치 병아리 날개처럼 미성숙하다는 점이다. 약 백만 전쯤에 풍요로운 이 섬에 날아와서 땅에 떨어진 열매나 뿌리를 먹고 살았는데, 마침 천적도 없어 날개가 퇴화되어 버렸던 것이다.
도도새의 비극적 운명은 1598년 어느 아침 동인도와 유럽을 왕래하던 네덜란드 상선 6척이 모리셔스 섬에 기착하면서 시작되었다. 날지도 못할뿐만 아니라, 동작조차 굼뜬 이 ‘바보새’는 손쉽게 선원들의 사냥감이 되었다. 그 중 일부는 런던에 전시되어 동양과 신세계의 이국적 풍물에 열광적인 호기심을 지녔던 서구인들의 가슴을 흡족하게 했다. 그러는 사이 모리셔스 섬에서는 인간들과 함께 상륙한 개들이 도도새의 어미를 공격하고, 돼지와 쥐들은 도도새의 알들을 먹어 치워 불과 1백여년 사이에 도도새들은 사라지고 말았다. 1백만년의 주인들이 인간이란 이방인에 의해 1백여년 사이에 소멸되고 만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자연사 박물관은 인간 폭력에 관한 기억 저장소이기도 하다. 도도새를 보고 있노라니 남아프리카의 부시맨 처녀 사라 바트만이 떠올랐다. 단신의 키에 큰 엉덩이와 작은 뇌를 지녔던 이 여인은 1810년 영국의사의 꾐에 빠져 대서양을 건넜다. 런던과 파리 등의 대도시에서 인종전시를 당하면서, 생식능력이 발달한 미개인의 상징으로 둔부와 성기를 노출시켜야 했던 이 젊은 아프리카의 처녀는 고향을 떠난 지 5년만에 파리에서 숨을 거둔다. 그녀의 작은 뇌와 성기는 적출되어 프랑스 인류학 박물관에 소장되면서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주의 이데올로기의 증좌가 되기도 하였다. 이후 만델라 정부의 오랜 노력 끝에 사후 192년 만에야 고향땅의 강가에 잠들 수 있었다.
지구의 역사 50억년의 끝자락에서 인간은 생태계의 가장 강력한 포식자로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현대의 과학기술은 도도새의 사체에서 DNA를 검출하여, 가장 가까운 친족인 남아시아의 니코바 비둘기를 통한 재생의 꿈까지 불어넣고 있으니, 이제는 인간이 창조주의 자리까지 넘볼 태세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인간의 권능과 오만이 나는 이제 두려울 뿐이다.
이형대 ㅣ 시민행성 대표,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