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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쟁시민칼럼] 불교인은 예수를 믿으면 안되나?
  • 편집국
  • 등록 2015-10-28 10:08:17
  • 수정 2015-10-28 10: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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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5년마다 인구주택총조사를 실시하고 10년마다 종교인구조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특히 올해초 30년간 5차례의 한국인의 종교인구변화를 분석한 것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불교를 비롯하여 모든 종교는 자신의 종교인구의 증감에 따라 큰 잇슈가 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조사를 볼때마다 조금 불편한 생각이 듭니다. 이 조사는 은연중 종교간의 신도수 경쟁을 하게 만든다는 생각입니다. 개신교나 천주교처럼 유일신 종교는 자신의 종교를 신앙하면 다른 종교를 절대 믿지 않는 1인 1신앙의 종교이지만, 불교는 이렇게 배타적 경계를 명확하게 긋지 않았습니다. 실제 불교는 전통적인 신앙이나 다른 종교와도 경계없이 쉽게 넘나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조사가 반복될수록 경계가 불분명한 불교로 하여금 다른 종교처럼 자신의 울타리를 높이 치도록 하고 양적 규모를 확장하도록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이 통계를 보는 불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하루빨리 불교의 인구 점유율을 다른 종교보다 더욱 높여야 한다는 의지를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불교가 본래 이렇게 배타적인 맴버쉽 종교였던가요? 불교인은 오로지 하나의 종교만 가질수 있는 건가요? 2개 또는 3개를 신앙하면 안되나요? 불교인이면서 천도교의 수운과 해월의 가르침을 쫓고, 기독교의 예수의 삶과 길을 배우고 따르면 안되는 걸까요? 불교는 고집멸도의 길, 즉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알려주는 종교이며, 열반과 해탈에 이르는 깨달음의 종교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유일신 종교처럼 배타성이 강조되고 은연중 하나의 종교만을 절대적으로 신앙해야 하는 강박이 자리잡게 되었을까요? 미워하면 닮아간다는 말처럼 경쟁하면서 상대와 비슷하게 변해온 것입니다. 해방이후 기독교가 정치적으로 지원을 받아왔고, 근대화 과정에서 불교가 위축되다보니 타종교에 대한 피해의식이 이처럼 비불교적인 배타성을 강화시켜오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추측됩니다. 


불자들이라면 불법의 포교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신도수를 늘리는 양적인 포교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고통을 받는 많은 사람들을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드는 포교에 더 많은 관심을 돌려야 합니다. 급증하는 자살자, 과로사, 돌연사, 우울증환자,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탄압받는 약자들의 아픈 고통을 해소시키는 포교여야 할 것입니다. 그들에게 자신이 믿는 기독교, 천주교를 버리지 말고 그대로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증득하게 해주는 것이 올바른 포교가 아닐까요. 


서구에서 증가하는 불교는 유대인이면서 천주교인이면서 불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불교의 미래는 배타적으로 신도수를 늘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다른 종교를 신앙해도, 굳이 개종하지 않아도 불교인이 될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말은 그 반대도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진정한 포교는 동일한 평면위에서 인구수를 나눠갖는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한 차원 위에서 방법이 찾아져야 합니다.



유정길 ㅣ 화쟁문화아카데미 상임운영위원,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덧붙이는 글

화쟁시민칼럼은 화쟁문화아카데미(http://goo.gl/1UX8Y9)에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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