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농민, 학생을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의 민중들이 14일 서울 전역에서 노동 개악 중단과 밥쌀 수입 철회,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등을 위해 집회를 했다. 이날 집회에는 노동자 8만 명과 농민 2만 명 등 13만 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이에 정부는 전국의 경찰 병력을 동원해 차단벽과 물대포 등으로 이들을 강경 진압했다.
이날 집회는 서울 전역에서 단체별 사전집회를 열고 오후 4시 서울광장에 모여 광화문으로 행진을 할 예정이었다. 서울역 광장에서는 ‘빈민·장애인 생존권 쟁취! 빈민·장애인대회’가 오후 1시부터 열렸고 같은 시간 한국관광공사 앞에서는 ‘노동 개악 저지! 자본을 향한 노동자 민중의 맞불! 재벌 사내유보금환수 결의대회’가 열렸다. 오후 1시 30분 대학로에서는 ‘역사쿠데타 저지! 세월호 진상규명! 민주 민생수호 범시민대회’가 열렸고, 오후 2시에는 ‘못 살겠다! 갈아엎자! 농산물 가격 보장! 농민생존권 쟁취! 농민대회’와 ‘혐오에 맞서는 우리들의 외침! 성 소수자 궐기대회’, ‘헬조선 뒤집는 청년 총궐기’가 각각 태평로와 삼일교 북측 산업은행 앞, 대학로에서 열렸다. 또한 오후 2시 30분에는 서울 시청광장에서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시민들은 사전집회 후 서울광장에 모여 정부의 노동‧인권 관련 정책들을 규탄하며 광화문거리를 행진했다. 노동자들은 노동 개악 중단과 비정규직 차별철폐, 노동자 인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행진했으며 경찰은 차단벽과 경찰버스를 동원해 이들을 저지했다.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현상수배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총궐기 집회현장에 나타나 자신도 노동 개악 저지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임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국회에서 노동개혁 개악안이 통과된다면 12월 초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민 2만여 명은 농민대회에서 ‘밥쌀 수입 저지’, ‘국가 수매제 도입’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의 쌀 개방정책과 국내 쌀 유통 정책을 규탄했다. 이들은 한중 FTA 반대와 밥쌀 수입 반대를 주장하며 농산물을 아스팔트에 쌓고 시위를 벌였다. 가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은 “정부와 국회를 갈아엎어야 한다”며 “농민이 사람 대접받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말했다.
청년들과 대학생, 교사와 학생들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외치며 집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강행하는 정부를 비판하며 ‘헬조선을 뒤집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한 현 시대 젊은이들이 재벌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에 끌려가지 말고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시위대 예상 행진 경로를 차벽으로 차단하고 화학약품이 섞인 물대포로 시위대를 진압했다. 이날 경찰은 최루액과 식용유 등이 섞인 물대포를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을 향해 조준 사격해 시위에 참가한 농민 백남기 씨가 중태에 빠지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이 ‘살인 무기’와도 같은 물대포로 시민들을 조준 사격했다며 경찰이 ‘미필적 살인혐의’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날 시민들과 경찰의 충돌로 생명이 위독한 농민 백 씨를 비롯해 수십 명의 참가자들이 부상을 당했고 49명은 폭력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11시까지 세종로사거리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집회 지도부는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의식을 잃은 60대 농민이 입원 중인 서울대병원으로 함께 가 달라”고 호소하며 공식적인 집회를 마무리 했다. 민주노총은 “예상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모여 의미가 있었다”며 농민과 노점상인들도 참여하는 12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어 “12월 5일 2차 민중 총궐기 때 오늘보다 더 큰 함성을 보여주자. 박근혜를 퇴진시킬 때까지 2차, 3차 민중 총궐기 투쟁을 조직하고 투쟁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