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균 전 해경청장, ‘500여명 잠수인력투입’은 ‘잠수’ 의미가 아니라 ‘동원’을 의미?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의 제1차 청문회가 이틀째 열리고 있는 15일 오전,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과 김석균 전 해경청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해경 본청과 서해 해경의 구조 실패 책임 여부에 대한 질의가 오고 가는 가운데, 당시 ‘경위’ 직책에 불과했던 김경일 123정장만이 형사처벌을 받고 다른 해경 지휘부는 모두 면죄부를 받은 사실에 질타를 받았다.
특히 참사 당일 현장통제 지휘부로 지목된 바 있는 서해해경청의 김수현 청장은, TRS로 “세월호가 잠시 후 침몰함” “승객 절반 이상이 못 나온다”는 보고가 올라온 후에도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정시키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퇴선 지시를 하지 않고 침몰하는 배 안에 승객들을 그대로 머무르게 한 것이 세월호 참사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이 같은 서해해경청장의 부적절한 지시는 직무유기에 해당 할 뿐 아니라 구조 실패의 중요한 정황 단서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날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세월호 침몰 당시의 발표 ‘500여명의 잠수인력 투입’은 “잠수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동원을 의미한다”고 발언하여 세월호 특조위의 강한 질타를 받았다.
김 전 청장은 세월호 침몰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했을 당시, 대통령과 가족들 앞에서 “잠수 인력 500여명이 투입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특조위 이호중 위원이 “한 번에 잠수사 2명, 많이 해 봐야 하루 20명 정도가 투입된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대통령과, 국민, 가족들에게 어떻게 500여명이 투입됐다고 거짓말을 할 수 있었느냐”고 질문했고 이에 ‘500여명의 잠수인력 투입’은 “잠수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동원을 의미한다”고 말한 것이다.
김 전 청장의 이 같은 발언에 이 위원은 “당시 가족들과 국민들의 최대 관심은 몇 명이 잠수 하느냐 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500명 투입’이 ‘잠수 인원’이 아니라 전국에서 ‘동원한 인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증인은 참 나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해양경찰 청장이라는 게 국민으로서 정말 부끄럽다”며 강력하게 질타했다.
승객구조 보다 해경청장 의전에 신경 썼던 증거, 녹취록 공개
오늘 청문회에서는, 해경 본청이 승객구조 보다 해경청장에 대한 의전에 더 신경을 썼던 정황을 보여주는 녹취록도 공개됐다. 세월호가 침몰중 이었던 9시 54분경, 본청 경비계장은 인천서 회전익항공대와 통화를 했다. 회전익항공대는 비행사 중에서도 우수한 실력의 비행인력이 많이 배치된 부대로써 당시 구조임무에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09:54경 본청 경비계장-인천서 인천서 : 예 감사합니다. 회전익 항공대 ***입니다. 본청 : 본청 경비계장입니다. (중략) 본청 : 일단은 이륙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주세요. 인천서 : 예 본청 : 청장님이랑 타고 나가실 수도 있습니다. 인천서 : 청장님이 타고 나가실 수도 있다는 겁니까? 본청 : 예 그래서 준비하는 거에요. 인천서 : 저희가 직접 구조임무보다는 청장님 입장할 수 있게끔 준비하라는 겁니까? 본청 : 예 인천서 : 예 알겠습니다. |
또한, 4월 16일 9시 39분 해경 본청은 경찰청(육경)의 “현재 상황이 급박한 겁니까?” 라는 질문에 “구조가 전부 가능하다”고 말하며 구조 지원 의사를 거절한 부분의 녹취록도 공개됐다.
09:39 본청상황실-경찰청(육경) 경찰청 : 현재 침몰된 상황이 급박한겁니까 아니면 본청 상황실 : 현재 지키고 있으니까 가능합니다. 경찰청 : 구조가 전부다 가능합니까 본청상황실 : 예 경찰청 : 구조가 전부다 가능하고 본청상황실 : 예 전부 가능합니다. 경찰청 : 전부가능하고 저희 육경에서 도와드릴거 없습니까 본청상황실 : 육경이죠? 우리가 다 했으니까 우리 해경하고 해군하고 다 하고 있으니까… |
해경 지휘부는 세월호 참사 구조실패와 관련해 전원 면죄부를 받았다.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이 강등 처분을 받는 등 대부분 가벼운 징계에 그쳤고 김수현 서해해경청장만이 해임 처분을 받았지만 역시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통령이 뒷북지시를 했다는 진술도 나와
‘지휘체계 및 정부 대응의 적정성’을 집중 신문했던 이날 청문회에서는 대통령이 뒷북지시를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진상규명소위원회 김서중 위원은 “사고 발생 직후 구조가 긴박한 상황에서 청와대 관계자 등이 구조지휘자에게 ‘현장 영상을 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영상을 찍고, 보내느라 시간을 보낼게 아니라 구조 상황을 고민을 해야 됐던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또한 김 위원은 사고 당일 오전 10시30분께 박근혜 대통령이 김 전 청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이에 김 전 청장은 “사고 상황을 보고 드렸고 대통령으로부터 지시사항을 들었다. 짧은 전화 통화였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 지시 내용에 대해 묻자 “특공대 등 모든 구조세력을 총동원해 구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앞선 증언들을 종합 해 볼 때 사고 당일 오전 10시 30분께에는 이미 특공대 투입 명령이 내려진 후였다. 이에 김 전 청장은 “내부에서 특공대 파견 지시가 내려진 후였다. 대통령 지시를 받고 재차 구조인력 총동원을 지시한 것이다”라고 답했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중인들의 “잘 모르겠다” “그럴 것으로 추측했다”는 등 책임회피성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방청석에서는 깊은 한숨과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유가족 김영오씨는 한 언론사 기자와의 대화를 통해 “왜 대통령이 뒷북 지시를 했는지, 언론에 보도된 사고 발생 후 7시간동안 대통령은 대체 무엇을 했는지 진실을 알고 싶다. 왜 우리 아이가 저 세상을 갔는지 진실을 찾기 위해 가족들이 600일이 넘게 이렇게 싸우고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도 여당 추천 위원인 이헌 부위원장,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 황전원 박사, 석동현 변호사, 차기환 변호사는 모두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