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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반대투쟁 10주년 기자간담회
  • 최진 기자
  • 등록 2015-12-18 11:33:15
  • 수정 2015-12-18 11: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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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밀양송전탑 투쟁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0년의 투쟁사를 돌아보며 송전탑이 없어지는 그 날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 최진 기자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7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밀양송전탑 투쟁 10년, 우리는 이미 승리하였습니다’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0년의 투쟁사를 되돌아보며 송전탑이 없어지는 날까지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밀양 송전탑 사태에 참여한 마을주민과 활동가, 관련 책 저자와 정치인 등이 당시 밀양 송전탑 투쟁의 기억을 나누고 투쟁에 함께 연대해 준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밀양송전탑 투쟁을 해왔던 밀양마을 주민들과 용산참사 유가족, 시민사회단체와 인권운동 활동가, 정치인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활동가는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은 2005년 12월 5일 첫 번째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진행됐다. 오늘 이 자리는 지난 10년을 기억하며, 함께 연대했던 많은 분들과 마음을 나누는 자리이다”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간담회 첫 순서로 밀양송전탑 투쟁 과정에서 목숨으로 송전탑 건설을 저지했던 이치우·유한숙 선생과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현재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 선생의 쾌유를 위해 묵상했다. 이치우 선생은 2012년 1월 16일 당시 한전이 용역을 동원해 철탑 공사를 밀어붙이자,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겠다”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밀양 송전탑 사태가 더욱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밀양 주민들을 돕는 발길이 이어졌다. 유한숙 선생은 밀양 송전탑 투쟁 중 음독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 이날 간담회에는 밀양송전탑 투쟁을 해왔던 밀양마을 주민들과 용산참사 유가족, 시민사회단체와 인권운동 활동가, 정치인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 최진 기자


대책위 공동대표 김준한 신부는 “이 10년이 향후 10년을 이어주기 위한 자리였으면 한다. 분명 철탑은 들어섰지만, 300명의 어르신이 아직도 합의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것이 가장 큰 희망이다”며 “마지막 철탑이 뽑히는 그 날까지 어르신들과 함께하기를 희망한다. 어디든지 밀양 어르신들은 불의한 자리에 함께 연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정의당 김재남 의원은 “밀양 투쟁 10년은 반생명적인 정부 정책에 맞서서 생명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다. 또한 국가 폭력에 맞선 평화를 위한 투쟁이고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다”라며 “비록 69개의 철탑이 만들어졌고 송전 철로가 연결되었지만, 생명과 평화, 정의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연대가 전국에 퍼졌기 때문에 우리는 절대 지지 않았다. 연대의 힘으로 반드시 진실은 이긴다”고 말했다. 


녹색당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은 “꿈을 잃지 않고 꿈을 꾸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세월호 청문회를 보면서 밀양 청문회가 열리는 날을 꿈꿨다. 공론의 자리에서 밀양 송전탑 사업자체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따졌으면 좋겠다”며 “일본은 무분별하게 지어진 댐을 철거하는 사례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오늘 이 자리는 지난 10년간을 돌아보며 앞으로 싸움을 시작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반드시 송전탑을 뽑아내겠다는 꿈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인내해 오신 어르신들의 진정한 명예회복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밀양 평밭마을 이남우 씨는 “전기와 송전탑이 전혀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다. 경제원칙을 부르짖는 지도자와 책임자들은 지인들의 땅으로 송전탑이 지나가자, 마을이 있는 곳으로, 사람이 사는 곳으로 먼 거리를 돌아서 송전탑 공사를 변경했다. 사람 바로 코앞에 765kV가 흐르게 변경했다”며 송전탑 건설의 경로 변경 의혹을 주장했다. 


이 씨는 “이것이 공기업의 정신인가. 송전탑으로 사람들이 각종 암에 걸려 죽어가는데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해 3,000명의 젊은 경찰들로 마을을 침략했고 철탑을 세웠다”며 “밀양 송전탑 싸움은 진실과 거짓의 싸움이다. 또한, 헌법과 법의 싸움이고 법이 지금 헌법을 짓밟고 있다. 목숨을 바쳐가며, 징역을 살아가며 마을과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마을 주민들을 위협하고 쫓아냈다”고 규탄했다. 


▲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밀양 평밭마을 이남우 씨는 사람들이 암으로 죽어 가는데 정부는 공권력을 투입해 마을을 침략하고 철탑을 세웠다고 규탄했다. ⓒ 최진 기자


단장면 용회마을 구미현 씨는 “송전탑이 오만하고 방자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과정도 오만하고 방자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방식이다. 우리는 수많은 움막생활과 길거리 노숙 등 많은 과정을 거쳤다. 우리의 의견은 묵살당하고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폭력이었다”고 말했다. 


구 씨는 울음을 참아가며 말을 이었다. “10년의 투쟁, 갈수록 어두워졌다. 우리의 요구가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고 그 세월 동안 우리의 그 눈물, 한숨은 말할 수 없다. 이제 오만방자한 송전탑을 지켜볼 수 없다. 그것이 무너지는 날까지 앞으로도 계속 투쟁하겠다. 지나온 10년보다 혹독한 10년이 기다릴 수 있지만, 우리의 결심은 그래서 더욱 새롭다” 


상동면 여수마을 김영자 씨는 “처음엔 10년의 싸움이 될 줄 몰랐고 10년의 싸움이 될 줄 알았으면 시작을 했을까 싶다. 그래도 전국의 연대하는 여러분이 없었으면 그 순간에 무너졌을 것이다”라며 “우리 싸움은 이긴 싸움이라고 본다. 밀양을 계기로 해서 사회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본다. 부산 고리 원자력 발전소를 막기 위해 삼척이나 영덕 같은 경우도 우리의 힘이 조금은 보태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책위는 송전탑 반대 투쟁 10주년을 맞아 지금까지의 투쟁기록 등을 담은 ‘밀양송전탑 반대 투쟁 백서’와 투쟁현장을 사진으로 엮은 ‘밀양, 10년의 빛’ 화보를 공개했다. 현장에서 밀양 송전탑을 투쟁했던 대책위와 인권시민 활동가 등 17명의 필진이 참여한 백서에는 밀양 송전탑 사태에 대한 원인과 공권력 행사와 인권침해, 사법처리 현황과 마을 공동체 파괴, 환경 변화 등이 담겼다. 


▲ 12월 26일 토요일 밀양에서 765kV 밀양 초고압 송전탑 반대투쟁 10년 문화제가 열린다.


대책위는 오는 12월 26일 오후 2시, 밀양시 삼문동 문화체육회관에서 밀양 송전탑 투쟁 문화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이날 문화제에는 어르신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3부에 걸쳐 지난 10년간의 투쟁 세월을 공연할 예정이다. 어르신들이 직접 준비한 문화제에 많은 참여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밀양 문화제 서울 셔틀버스는 당일 오전 9시 대한문 앞에서 출발한다. 


밀양 송전탑 사태는 2005년 밀양 주민들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북경남변전소를 잇는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하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마을 주민 2명이 분신·음독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주민과 활동가 등 383명이 사법처리 됐다. 한국전력은 2014년 공권력을 투입해 공사를 강행, 현재는 송전탑이 완공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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