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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구형
  • 장영식
  • 등록 2015-08-21 16:00:43
  • 수정 2015-12-18 12: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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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식



819일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에서는 밀양송전탑 반대운동과 관련해 기소된 18명의 주민에 대한 38건의 사건이 병합된 결심공판이 진행됐다. 밀양송전탑 반대운동에 연루되어 기소된 사람은 모두 65명으로 이날 공판은 기소된 사건 중 가장 큰 규모의 결심공판이었다. 이들 주민들은 주로 한전의 공사 진행을 막은 혐의(업무방해), 공사 저지과정에서 경찰과 마찰을 빚은 혐의(공무집행방해) 등을 받았다.


재판정은 빈자리가 없어서 서서 듣는 이도 많았고, 무려 4시간 넘게 진행되었다. 6명의 변호인단은 1천 쪽이 넘는 변론요지서와 증거서류들을 제출했고, 파워포인트와 동영상 자료를 통해 '밀양송전탑 반대 싸움이 시민불복종 투쟁'임을 논리적으로 입증하였다.


6명의 변호인단은 공소 사실의 부당함과 주민들의 정당성을 조목조목 주장하였고, 김자연 변호사는 지난 2년여 동안 밀양과 서울을 오가며 밀양 주민을 변호한 '개인적인 감회'를 말하며 감정이 벅차올라 잠시 말을 멈추기도 하였다.


이날 검찰은 18명의 주민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구형하였다.


윤여림 어르신 징역 4, 한옥순 어르신 징역 4, 이남우 어르신 징역 3, 이계삼 사무국장 징역 3년 등등. 이날 검찰이 18명에게 구형한 형량을 모두 합하면 징역 284개월, 벌금은 1,300만원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최후진술을 하였다. 때로는 격앙된 목소리로, 때로는 눈물지으며, 담담하고 뜨겁게 한 분 한 분씩 최후 진술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내 재산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 싸웠다. 그러나 싸우면 싸울수록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이 나라가, 이대로 가다가 이렇게 마구잡이로 원전 짓고 온 산천에 철탑 꽂아가다 보면 어떻게 되겠느냐. 우리는 후손에 떳떳하고 싶었고, 부끄럽지 않은 어버이가 되고 싶었다."


18명이 두 시간 넘도록 이어가는 최후진술을 재판정을 가득 메운 70여 명의 주민과 연대활동가들은 눈물과 탄성으로, 침묵과 한숨으로 경청하였다. 녹음도 촬영도 불허된 곳에서, 지난 10년의 간난신고를 버텨온 어르신들이 피어린 민주주의의 한 페이지를 눈물로 써 내려간 하루 동안의 재판이었다.


결심 공판을 마친 후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우리는 무죄로써 이 기나긴 법정싸움을 마무리 짓고 싶다. 자신의 생존권과 삶의 평화와 이 땅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수년을 온 몸을 다해 바쳐 싸운 70대 노인들에게 징역 3년과 4년을 구형하는 것이, 암 투병 중인 노인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하는 것이, 비닐하우스에서 하루 4만원씩 벌어 겨우 사시는 70대 할머니가 끌려 나가며 발버둥치다 여경 손가락을 물었다는 이유로 벌금 500만원을 구형하는 것이 이 나라 검찰의 사법정의이고 민주주의인가?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가?”라며 분노했다.


밀양 주민 18명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은 915일 오후 2,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에서 열린다.



[필진정보]
장영식 :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이다. 전국 밀양사진전 외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했고 사진집 «밀양아리랑»이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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