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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쟁시민칼럼] 비판과 비난
  • 편집국
  • 등록 2015-12-28 11: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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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우리는 사람들의 다양한 시선과 마주해야만 한다. 따뜻한 시선과 따가운 시선, 무관심한 시선 또는 무심한 시선 속에서 하루를 애면글면 감당해내곤 한다. 좋은 것이야 당연히 따뜻한 시선이겠지만, 살다보면 그런 시선만을 기대하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깨닫기 어렵지 않다.


사람은 타자의 인정을 갈구하는 존재이고, 그러다보니 삶은 인정을 얻기 위한 투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독일 사회철학자 호네트(A. Honneth)에게 모든 사회적 관계는 결국 인정을 중심에 두고 형성되는 인정질서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이 인정질서가 다시 사적 영역의 사랑과 공적 영역의 권리와 업적이라는 세 영역으로 분화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질서가 확립되었다고 말한다.(낸시 프레이저· 악셀 호네트, 김원식·문성훈 옮김, 『분배냐 인정이냐: 정치철학적 논쟁』, 사월의 책, 2014, 212쪽 참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향하는 시선이 늘 따뜻한 것일 필요는 없다. 때로는 따끔한 시선을 보내주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우리는 비판과 비난이라는 오래된 난제와 만나게 된다. 준거가 있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선을 비판이라 하고 감정을 기반으로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시선을 비난이라고 구별해볼 수 있지만, 실제 상황 속에서 이 둘은 엄밀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비판이나 비난 모두 남의 잘못을 일정하게 들춰내는 일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문제는 그 과정을 어떻게 진행하느냐 인데, 그것은 다시 마음가짐이나 말과 시기의 선택 같은 기준에 따라 둘로 나뉘게 된다. 


어느 날 사리불이 붓다에게 남의 잘못을 들춰내면서도 어떻게 하면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먼저 그 잘못이 사실인지를 확인해야 하고, 시기는 적절한 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인지를 판단하면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들춰내야만 평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붓다가 제안하는 비판의 정도이다.(『잡아함경』 18권) 우리는 그런 따뜻한 비판이 그리운 시절을 살아내고 있다.



박병기 ㅣ 화쟁문화아카데미 상임운영위원,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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