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04 잊지 않을게’와 ‘리멤버 0416’ 등 시민단체들은 10일 오후 4시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명예 3학년 교실에서 ‘262명 우리에겐 겨울방학식입니다’라는 주제로 방학식을 열었다. 이날 방학식은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로 졸업을 못 하게 된 262명의 학생 희생자들을 위해 마련한 행사다.
시민모임은 “우리는 졸업식을 할 수 없는 262명의 학생들과 선생님이 되어 겨울방학식을 치른 것”이라며 “추운 겨울날에 가만히 기다리는 아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기 때문에 졸업하지 못하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밝혔다.
방학식은 명예 3학년 1반부터 10반 교실까지 자리 앉기, 출석 부르기, 방학식 메시지, 안산분향소 방문 등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방학식에서는 임시 담임교사를 맡은 시민이 참사로 희생된 262명 학생의 출석을 불렀다. 시민 262명은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대신해 명예 3학년 10개 반 교실 의자에 앉았으며, 방학식에는 희생 학생들의 유가족도 참석했다.
고(故)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 씨는 명예 3학년 3반 담임을 맡아 출석을 불렀다. 이름이 불릴 때마다 시민들은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대신해 “네”라고 대답했다. 딸을 대신해 교단에 선 김 씨는 “아직 수습이 안 된 희생자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마음으로 오늘 방학식을 한다”며 눈물을 훔쳤다. 시민들은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책상에 편지를 써 올려놓기도 했다.
방학식 참가자들은 생존 학생들에게 “살아 돌아와 줘 고맙다. 졸업을 축하한다”고 다 함께 외쳤다. 또 아직 돌아오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미안하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후 시민들은 교실을 둘러보고 안산분향소로 향했다.
4·16가족 협의회는 오는 12일 예정된 단원고 명예 졸업식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지난 5일 ‘단원고 졸업식을 앞두고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희생자 가족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12일 열리는 단원고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과 선생님이 있는데 우리 아이들만 먼저 졸업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단원고 주변에 지상 5층 규모의 교육원을 건립해 현재 학교 안에 보존된 2학년 교실 등을 옮기자고 유족들에게 제안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진상규명과 인양 등 상황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실 없애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