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남학생들의 유가족에게 징병을 위한 신체검사 통지서를 발송했다. 병무청은 징병검사 안내문을 받은 희생자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병무청은 6일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남학생 140명 가운데 올해 징병 검사 대상자인 1997년생 92명에게 ‘징병검사 일자 및 장소 선택 안내문’을 발송했다. 유가족 상당수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사망신고를 미루고 있었지만, 병무청은 주민등록상 사망 신고가 돼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신체검사 통지서를 발송했다. 사망신고를 한 남학생은 27명뿐이다.
대한민국 남자 성인이면 누구나 받게 되는 신검통지서이지만, 유족들에게는 야속한 국가행정을 느끼게 해주는 안내서였다. 유가족은 “(신검통지서를 받고) 밤새 울고 또 울었다. 아직 수습되지 않은 희생자들이 있고, 참사의 진상도 밝혀지지 않아 사망신고를 할 수 없는데 이런 영장을 보내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정부 행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남학생들 유가족에게 신검통지서가 발송된 이유는 희생 학생 상당수의 출생연도가 1997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족들은 지난해 말에도 희생 학생 2~3명의 집으로 통지서가 전달돼 부모들이 가슴을 쳤다고 전했다.
병무청은 “사망신고를 마친 27명을 제외한 올해 징병검사 대상자에게 안내문이 발송된 것이며, 이번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지난 14일 국무조정실과 협의해 유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사망자 명단을 확보한 뒤 140명을 징병검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결과적으로 유가족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아프게 한 점에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가족관계등록에 관한 법률 87조에 따르면 ‘수해, 화재나 그 밖의 재난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조사한 관공서는 지체 없이 사망지의 시·읍·면의 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유족의 사망신고에 의지하기보다는 병무청과 관련 기관이 긴밀하고 적극적으로 ‘국가 재난 희생자’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