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덕담을 나누는 때다. 그런데 요즘은 ‘새해’라는 말, 이 시기에 우리가 서로에게 축원하는 ‘복(福)’이란 무슨 뜻인가 생각해 보기도 한다. 

인간에게는 ‘새해’라는 개념이 있다. 달력의 마술을 통해 인간은 매년 이 시기에 ‘새해’를 맞는다. 많은 사람들에게 ‘새해’는 재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못했던 일들, 아쉬웠던 일들, 후회스러웠던 일들이 있지만, ‘새해’라는 개념은 우리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준다. 종교학자 엘리아데에 따르면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해(year)’라는 말을 ‘세계(world)’라는 말과 동의어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 고찰에 따르면 ‘새해(new year)’는 ‘새로운 세계(new world)’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에서 ‘복’은 새해에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라는 말과 크게 다른 뜻이 아닐 터이다.

이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과 용기는 늘 문학이 추구해 왔던 것이기도 하다. 시인 김수영은 이 말을 “꽃을 주세요 아까와는 다른 시간을 위해서”(<꽃잎2>)라고 표현했다. 모든 문학은 “아까와는 다른 시간”을 위한 기도다. 역설적으로 말해 그것이 ‘기도’가 되는 까닭은 ‘아까와는 다른 시간’으로 사는 게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고, ‘사는 대로 생각’하면 우리는 늘 ‘아까처럼’ ‘어제처럼’ ‘작년처럼’ 살게 된다. 삶의 관성이 우리를 삼킬 때, 정신은 나태해지고, 우리네 삶은 ‘아까’와 비슷해지며, 나는 주체성을 상실하고, 우리는 모두 비슷비슷한 ‘군중’이 된다. 그러한 삶에는 창조성만 없는 게 아니라, 책임감도, 공공적 삶에 대한 자성도 없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부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을 ‘새해에는 사는 대로 생각하지 말고,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 애쓰자’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여기에서 ‘복’은 하늘에서 받는 게 아니라, 나의 능동적 생각과 실천으로부터 비롯되는 어떤 것이다.

함돈균 ㅣ 시민행성 상임운영위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