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사회정책연구소가 20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국책사업의 문제점과 불교계의 대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책사업의 문제점과 불교계의 대책을 주제로 열렸다. 이들은 4대강 사업이 경제적인 측면과 아울러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실패한 사업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통해 국책 사업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또한, 토론회는 국책사업의 이름으로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자연환경 파괴의 문제점을 살피고 대책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박창근 가톨릭 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의 엉터리 가뭄 대책과 바람직한 토목의 방향’을, 정민걸 공주대학교 환경생태학과 교수는 ‘민생파탄과 생명 파괴의 국책사업’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창근 교수는 우리나라가 잘못된 국책사업으로 막대한 국민 세금을 낭비하면서도, 개선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4대강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수많은 토목사업은 예산 낭비, 환경파괴, 사회적 갈등을 일으켰지만, 관료제의 병폐와 전문가들의 곡학아세, 사법부의 정치적 판단 등을 이유로,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22조 원이 낭비된 대국민 사기극 4대강 사업, 돈 먹는 하마가 된 시화호 사업, 17일 동안의 잔치 후 흉물로 남을 게 분명한 평창 동계올림픽경기장, 유령공항이 되거나 개장도 못 한 지방공항 사업,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는 댐 사업, 극한의 갈등을 겪은 송전탑 사업, 가치의 대결이 된 제주 강정마을 항만사업 등과 같은 수많은 토목사업은 예산 낭비, 환경파괴,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다”라며 사례를 제시했다.
산업화가 압축적으로 일어난 1960년대는 도로와 같은 사회적 기반시설이 거의 구축되지 않아, 국책사업이 나름의 타당성을 지녔었지만, 이제는 시대적 환경이 변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 사회는 잘못된 국책사업을 하느라 막대한 국민 세금이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교훈을 못 얻고 있다”며 “결국 문제는 정치다. 토목사업을 유치하면 지역이 발전하고 그것은 정치인의 능력이고 표로 직접 연결된다는 소아적 발상은 이제 버려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정된 국가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토목 정책이 필요하다”며 “토목사업이 공공사업인 만큼 공(公)을 최우선으로 삼는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민걸 교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 국가나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수의 지배구조를 고착화하기 위해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케이블카를 통해 국민이 쉽게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구실을 내세우지만, 정작 케이블카 장사꾼과 정상에 들어설 시설물들 사업자들의 수익을 위한 일이 될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케이블카 운행으로 늘어난 사람 중 상당수가 자연을 있는 그대로 관조하기보다는 도시에서처럼 쾌적한 환경을 요구하며 시설 개발을 주장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구실로 소수 민간 사업자들은 이윤을 보장하기 위한 국책이나 지방정책 사업을 추진해 우리나라의 중요한 자연환경이 훼손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국책사업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4대강 사업을 꼽았다. 그는 “4대강 사업의 대규모 하상 준설은 천연 수질 정화장치를 제거해 수질을 악화시켜 강바닥을 하수구 바닥과 같게 만들었다”며 “뭇 생명을 학살하고 중생을 도탄에 빠뜨리며 일부의 부를 추구하는 국책사업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자연을 인간의 방식대로 해석하고 즐기려는 자세가 자연을 파괴하는 국책사업을 묵인하게 하는 정신적 토대가 된다며, 자연을 존중하고 공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그릇된 관념이 살아있는 자연을 인공의 허상으로 만들어 자연 안에서 인간의 안방처럼 편안함을 찾게 한다”며 발표를 마쳤다.
불교 사회정책연구소 소장 법응 스님은 국토를 파헤치는 실상이 중생의 고통과 직결되기 때문에 불교계가 환경파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이는 4대강 문제를 제대로 정리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응 스님은 “실패한 4대강 사업을 보면 불교의 5계가 생각난다. 환경을 파괴해 살생했고, 국가 혈세를 도둑질했으며, 4대강 사업이 이로운 삶이라고 거짓말했다”며 “4대강 건설 잘못을 제대로 지적하지 않으면 다른 환경파괴가 지속된다. 이는 중생의 고통과 직결돼 불교계가 나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설악산국립공원 케이블카설치 허가로 신불산, 지리산, 마이산 등 전국 30여 개소에서 케이블카 설치 붐 ▲삼국유사 집필지인 인각사 대웅전에서 불과 650m 떨어진 지역에서 터널 공사가 진행 ▲범어사에서 불과 800여m 떨어진 지점에 ‘부산 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로 7km 상당의 터널 굴착 ▲해인사 인근의 대형 축사가 건축 등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책사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