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주교회의가 신자들에게 성주간동안 십자가의 고통 체험행사보다 가난한 이들을 찾아가 달라고 호소했다. 주교회의는 성주간을 거룩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십자가 체험행사보다는 가난한 이들에게 자선을 베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필리핀 신자들은 그동안 성주간을 맞아 예수의 십자가 수난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십자가에 매달리고 채찍을 맞는 등의 고통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바티칸 라디오에 따르면 주교회의 의장 소크라테스 비예가스(Socrates Villegas) 대주교는 20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을 맞아 “가난한 이들을 향한 순례가 우리의 성주간을 더욱 충만히 만들 것”이라며 “정말 성주간을 거룩하게 보내려면 더 많이 사랑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더 많이 자선을 베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예가스 대주교는 성주간을 성스럽게 하는 것은 십자가 체험 등으로 고통을 자초하거나, 경건한 기도를 알리거나, 헛된 꿈을 묵상하는 것이 아니라, 측량할 수 없이 무한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자비의 실천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닐라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Luis Antonio Tagle) 추기경은 같은 날 마닐라 대성당에서 강론을 통해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예수의 자비와 연민의 마음을 원수에게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대인들이 돈과 무기 등에 의존하면서 자비심을 잃어버린다며, 이번 성주간뿐만 아니라 ‘자비의 희년’ 동안 자신의 자비심을 성찰할 것을 신자들에게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