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아픔을 겪었던 제주 강정마을에서 평화의 가치를 담은 영화제가 열린다.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조직위원회는 6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시민청에서 제1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3박 4일 동안 서귀포 강정마을(마을회관·평화센터)과 예술의전당에서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주제표어는 ‘모다들엉, 평화’로, 모다들엉은 ‘모두 모여’라는 뜻의 제주말이다. 영화제 개막식은 23일 오후 6시 서귀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며, 개막작으로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김동빈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업사이드 다운’이 선정됐다.
조직위원회는 “강정국제영화제의 의미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삶’이다”라며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 보고 대화할 것을 요청하기 때문에 이번 영화제는 세상과 소통하는 시대의 메시지를 담는 자리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양윤모 집행위원장은 “많은 영화제가 우리나라에 있지만, 평화를 주제로 하는 영화제가 없었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평화의 의지를 담은 영화제를 마련하게 됐다”라며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비(非)산업적으로 복지를 제공한다는 마음으로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시대의 아픔을 담은 다양한 영화들이 모여 벽이 없는 광장 같은 영화제를 만들 것”이라며 “단순히 영화를 소비하고, 떠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영화에 대한 가치를 확산하고 재조명할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는 10개국 34편의 작품들이 평화와 관련된 다섯 주제로 나뉘어 상영된다. 각 주제는 제주 강정마을의 생태환경을 상징하는 멸종위기 동‧식물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으며, 주제마다 평화·환경·인권·여성·생명·노동·농업 등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작품이 상영된다.
첫 주제는 구럼비가 사라지면서 서식지를 잃은 ‘기수갈고둥’이 상징하는 ‘벼랑 끝의 삶’으로, 철거와 추방, 난민, 환경파괴 등의 문제를 다룬 여덟 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두 번째 주제는 환란 속에서도 생명력을 꽃피운 여성들을 상징하는 ‘돌가시나무’로, 여성에게 전쟁이 어떤 의미인지를 고민케 하는 다섯 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이 밖에도 저항의 삶을 표현한 ‘층층고랭이’, 세계로 뻗어갈 평화의 의지를 나타낸 ‘연산호 군락’, 4·3사건과 세월호참사 등으로 제주도의 슬픈 4월을 나타내는 ‘구럼비’가 영화제 주제의 특성을 나타낸다. 작품은 모두 무료로 상영되며, 26일 폐막식에서는 강정평화영화상 시상이 이뤄진다.
이날 영화제 홍보대사로 위촉된 부지영 감독은 “영화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무조건 이 영화제가 개최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어떻게든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이 시대에 정말 요구되는 시민참여·시민주체로 열리는 이번 영화제가 앞으로도 그 의미를 지속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화포럼도 진행된다. 영화제 중에 열리는 세 차례의 평화포럼은 영화를 제작한 감독들이 패널로 나와 참석자들에게 영화를 제작한 동기와 영화에 담지 못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또한 전성태 소설가와 박성우 시인, 강봉수 제주대 교수 등이 참석하는 ‘북 토크’ 행사, ‘평화 영화학교’ 등의 행사도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