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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병두] 정교 분리 원칙, 종교 쪽에서 먼저 실천에 옮겨라!
  • 이병두
  • 등록 2016-04-22 10:13:41
  • 수정 2016-04-22 10: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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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좌)나경원의원 블로그 / (우) ⓒ 최진


우리나라는 헌법상 ‘정교 분리’를 분명하게 못 박고 있다. 헌법 제20조에서 “①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②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확실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948년 제헌 헌법에서부터 이 중요한 원칙을 정해놓았지만,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걸핏하면 이것을 깨뜨리고 특정 종교에 편중된 정책을 계속 펼쳐왔고 고위직 인사에서는 개신교에 치우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나 유교 등 이른바 전통 종교는 이승만에 잘 보이려고 그에게 굽실댔으며, 그에게 기대어 자기 종교 내에서 권력 장악을 하는 데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고 유교에서는 개신교 장로인 그를 유도회(儒道會) 총재로 추대하는 짓거리를 하고 불교에서는 그의 유시를 받아내 ‘비구-대처 갈등’과 내부 권력 투쟁을 마무리하려고 하였다.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 시기까지도 정치권력에 기대는 종교계 속성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그 관계가 바뀌기도 하였다. 과거의 ‘정부(정치권력)의 절대적 우위’에서 벗어나 균형을 이루기도 하고, 민주화 이후에는 ‘표’를 구걸해야 하는 정당과 후보자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때로는 주요 종교 권력이 정치권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정치인들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일까지도 일어났다. 


그뿐 아니라, 여야 당대표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취임하면 국립현충원 참배 다음으로 하는 일이 불교‧개신교와 천주교 등 주요 종교계 행정 수반들을 예방하는 일이 되기도 하였다. 그만큼 종교계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이 각 종교계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신뢰까지도 높아졌다는 뜻은 아니고, 각종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교계에 대한 신뢰는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번 총선에서도 각 종교계를 찾는 여야 각 정당 선거대책위원회와 후보자들의 발길이 매우 잦았다. 종교 지도자들 중에는 이들의 방문에 잔뜩 부풀어 올라 목에 힘을 주는 이들도 있었고, 자기네 신도를 당선시키려고 애를 쓰는 이도 있었으며, 후보자의 종교와 관계없이 오로지 ‘우리 절‧성당‧교회에 유리할까, 아닐까?’ 계산하며 국회의원 당선 뒤 활용 가능성만을 탐색하던 이도 있었을 것이다. 후보자들이나 정당 관계자가 절‧성당‧교회를 찾아오면, 구체적인 민원을 부탁하는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각 종교가 본래 추구하는 목적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정교분리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임을 잊으면 안 된다.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100% 완벽한 정교분리’가 이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을 것이라는 현실론에는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루어진 적이 없다고 해서 우리가 그 ‘정교분리 원칙’을 팽개쳐버리게 되면 안 될 것이다. 끊임없이 그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또 확인해야 종교가 살고 나라가 갈등 상황에 휘말리지 않는다.


정치인들과 각 정당, 심지어 행정부에서도 명분으로는 ‘정교 분리’를 내세우지만 결코 이 원칙을 지킬 뜻은 없다고 믿는다. 왜? 그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 쪽에서는 가능한 이 원칙을 지키려고 애써야 한다. 왜? 그렇지 않으면 종교가 정치에 이용‧악용만 당하다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동서양의 역사에서 이렇게 정치에 기대어 한때 권력을 잡고 그것을 누리기도 했지만 결국 사라지고 말았던 종교와 종파가 숱하게 많다는 사실을, ‘정교 유착’의 피해를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곳은 정부나 정당이 아니라 종교 쪽이라는 사실을 각 종교계는 잊지 말아야 한다.


종교 쪽에서 맨 먼저 할 일은 각 종교계 행사에 대통령‧국무총리와 각부 장관을 비롯한 행정부 인사와 국회의원‧시도지사‧시장군수 등을 초대하여 축사를 부탁하는 일을 끊는 것이다. 현재처럼 “제발 와서 축사를 해달라!”고 사정하고 때로는 협박을 하는 일을 당장 멈추고, 설사 정치권력에서 요청이 와도 정중하게 사절하는 의연함과 당당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 다음 할 일은, 예산 지원해달라고 이들을 찾아다니는 일을 단호하게 끊는 것이다. 물론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당장 종교 시설을 유지하는 일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정부 예산에 기대어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하여 잠시만 진지한 고민을 해보아도 그 답은 나올 것이다. 현재 법적으로 규정된 범위 안에서만 예산 지원을 받되, 중장기적으로는 이것까지도 끊겠다고 각오하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스스로 가난해지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알 수 없다. 언제까지 정부 예산으로 종교계를 지탱해줄 수 있다고 믿는가?


또 한 가지 덧붙인다. 각 종교계 언론에서도 제발 선거 때마다 ‘우리 종교 쪽(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 등)에서 누구누구 당선되었다’며 명단을 공개하고 그들의 인터뷰를 싣는 일을 멈추기 바란다. 꼭 필요하다면, 서로 다른 종교를 갖고 신앙생활을 하는 정치인들에게 ‘부처님‧예수님 가르침에 따라 올바른 정치를 해주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선에서 머물러야 한다. 현재와 같이 각 종교계가 당선인 숫자를 조사해 발표하는 일이 계속되면 자칫 종교 갈등을 유발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거듭 당부한다. 정교 유착의 과보는 종교가 받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필진정보]
이병두 : 종교 칼럼니스트이며 종교평화연구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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