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연대와 시민단체들은 3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세월호 참사 2년, 진상규명의 현황과 특별법 개정의 필요성’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이들은 두 번에 걸친 청문회 때마다 거듭 새로운 정황이 드러나고 미수습자 9명 중에 아직 단 한 명도 수습되지 못했지만,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활동기간이 오는 6월이면 종료되기 때문에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세월호 특별법)에 따르면 특조위의 조사활동 기간을 ‘위원회가 그 구성을 마친 날’로부터 1년 6개월로 규정하고 있어, 특별법이 제정된 2015년 1월 1일을 기준일로 한다면 특조위 활동이 오는 6월 종료된다.
특히 세월호 선체인양 완료 시점이 7월로 예측되어 6월에 활동이 중단될 경우, 특조위는 세월호 선체에 대해 조사를 할 수 없다. 또한, 현 특별법에는 세월호 인양과정에 대한 모니터링과 인양된 선체에 대한 조사 권한이 명시되지 않아 유가족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4.16연대와 시민단체들은 “정부·여당이 세월호 특별법의 조문과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특조위의 조사 기간을 6월로 중단시키려 하고 있다”며 “특조위의 원활한 조사 활동과 충분한 활동 기간을 보장하기 위해 세월호 특별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 긴급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정부·여당의 주장대로 특조위 활동이 6월에 중단될 경우 인양될 선체의 조사는커녕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접수한 238건의 사건조차도 버거울 것”이라며 “국민의 힘으로 특조위까지 마련된 특별법을 이렇게 끝낼 수 없다. 오늘 이 자리는 특조위의 법적,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 방향을 제안하기 위한 것이다”고 밝혔다.
“특조위 기간, 연장이 아니라 보장”
토론회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태호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세월호 특별법의 의미와 제정 과정 등을 설명하며 특별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 특별법 시행 100여 일 후 위원 임명장 수여 ▲ 특조위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시행령 입법 예고 ▲ 특조위의 조사활동 예산안 삭감 ▲ 특조위에 대한 해양수산부의 ‘대응방침’ 문건 등을 들어 정부가 특조위의 활동을 직접적으로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이태호 위원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전무후무한 650만 국민의 뜻이 특조위에 담겨있다”며 “정부의 각종 방해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청문회를 통해 특조위의 활동이 차츰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검찰과 감사원의 수사와 검사 과정에서 놓치거나 외면한 혐의점과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1, 2차 청문회를 통해 밝혀진 10여 가지의 중요한 사실들을 볼 때 향후 특조위가 특별법에 실린 국민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조사활동과 인력, 예산, 활동 기간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조위가 조사한 자료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용역 업무를 해수부가 해주겠다며 예산을 삭감했다. 심지어 기획재정부로부터 세월호 선체인양 조사와 관련된 비용을 해수부가 챙겨가기도 했다. 해수부는 조사대상 기관인데 특조위를 검사하는 기관인 줄 안다”며 “이런 식으로 특조위 활동의 핵심인 진상조사국 예산 91%가 삭감됐다. 적어도 50%는 보장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선체 정밀조사 예산은 전액 삭감해서 사실상 특조위가 선체 조사를 못 하게 막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별법은 개정까지 갈 필요 없이 ‘특조위 구성을 마친 날’이라는 상식적인 문구를 상식적으로 해석하면 되는 것이다”라며 “박 대통령이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 기간에 대해 세금을 운운했지만, 특조위 활동 기간의 쟁점은 ‘연장’이 아니라 ‘보장’이다”고 덧붙였다.
“특조위, 세금 문제 아니라 국민보호 문제”
세월호 유가족의 법률대리인으로 알려진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박주민 변호사는 특별법에 나온 ‘구성을 마친 날’을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위원회가 진상규명 조사를 시작할 수 있는 인적·물적 구성을 마친 날로 봐야 하며, 따라서 특조위가 조사활동을 시작한 2015년 7월 27부터를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특조위의 활동 기간에 대한 문제는 해수부가 상식을 벗어난 해석하는 것이 문제”라며 “국회에서 합의한 것을 정부가 너무 멋대로 해석하고 있다. 이 문제는 법을 개정할 필요도 없이 해석만 제대로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특별법이 제정된 의미를 생각한다면 기간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참사의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특조위의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는 특별한 사람들이 겪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재발방지 대책을 위해 특조위가 마련된 것은 ‘세금’을 쓴다는 개념이 아니라, 국민을 ‘보호’하고 이 사회를 ‘발전’ 시킨다는 의미다”라며 “특조위 구성과 보장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국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19대 국회에서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특조위 조사 기간과 권한을 보장하는 특별법 개정 결의안 채택과 특검 처리 등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에 마지막까지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특별법 개정안은 특별한 내용이 아니라 상식적이고 반박할 수 없는 사안이다. 재발방지를 위한 19대 국회의 신속한 결정이 요구된다”며 발제를 마쳤다.
“세월호 진실규명, '아픈 이유' 찾는 것”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세월호참사대책위 부위원장 김현호 성공회 신부는 특조위가 활동기간 문제로 선체를 조사하지 못한다면 참사의 진실은 어둠 속에 묻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신부는 한국교회가 참사 2주기를 맞이해 진실규명을 향한 행보를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며, 특조위 활동이 예산조차 제대로 책정받지 못하고 해산해야 하는 상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내가 왜 아픈지를 잘 따져보고 그에 맞는 처방을 찾는 것이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상식이다”라며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가 보여준 것은 상식을 벗어난 일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라면 우리가 아픈 이유를 찾아야 하고, 이런 측면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특조위의 활동 기간은 세월호가 어둠 속에 잠겨 감추고 있는 진실들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세상에 드러날 때까지 보장돼야 하며, 세월호 특검을 도입해 어떠한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진실규명 권한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안전한 사회를 원하는 국민의 염원이 지난 제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의 국면을 만들어냈다며, 새롭게 뽑힌 20대 국회가 이러한 국민의 열망에 호응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19대 국회는 자성하는 마음으로 특조위 활동 기간 보장과 특검 도입해 차기 국회가 진실을 향한 국민의 뜻을 더욱 잘 실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는 이날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특검 실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19대 국회는 세월호 참사 당사자로서 ‘결자해지’의 자세로 남은 임기 내 특별법 개정과 특검을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특조위가 선체인양 후 독립성을 가지고 선체를 조사할 수 있도록 특별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는 19대 임시국회가 끝나는 20일까지 국회 정문 앞에서 매일 2시간씩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특조위가 제출한 ‘특별검사 수사를 위한 국회 의결 요청안’도 추진코자 했으나 여당의 반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세월호 특검 요청안은 19대 국회 종료일인 29일까지 처리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되며, 20대 국회가 시작돼야 다시 요청안을 제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