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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와 목탁만으로는 나라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
  • 최진
  • 등록 2016-06-16 19:49:39
  • 수정 2016-06-17 16: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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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는 ‘한국사회 불평등과 종교의 역할’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 최진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이하 불사연)는 1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한국사회 불평등과 종교의 역할’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불평등으로 인한 한국사회 병폐를 진단하고 종교계 역할을 조명하는 자리였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와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발제하고,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성식 고려대 교수,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이 토론을 통해 의견을 나눴다.


불교사회연구소 소장 법안 스님은 “치명적인 ‘사회적 질병’인 빈부격차와 불평등이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며 “종교계는 이러한 국민의 고통에 귀 기울여 사회갈등을 깊이 성찰하고 올바른 대안과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오늘 세미나가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와 해결방법을 깊이 성찰하는 기회가 되길 무거운 마음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법안 스님은 빈부격차와 불평등이 심각해지는 오늘날 종교계는 국민의 고통에 귀 기울여 사회갈등을 깊이 성찰하고 대안과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 최진


이날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기조발표를 통해 성장지상주의와 경쟁지상주의를 추구하다 위기에 빠진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되짚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불평등 한국의 현황과 원인’을 주제로 한국 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의 실상을 설명했으며,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에 대한 대책을 제안했다.


“종교, 스스로 ‘평등’ 위해 노력해야”


윤성식 교수는 종교계가 불평등의 문제를 자비와 복지의 관점으로만 해석하려 하지 말고 제도와 구조적인 측면에서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가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평등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종교 스스로가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없다”며 “불교 교단 스스로가 정치‧경제적인 측면에서 세상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경전에 나타난 평등의 개념을 교단 내 제도적 장치로 구현해 구성원들의 권리와 소망을 평등하게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교가 자신들의 이상이 현실 정치‧경제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정치에 참여해 자신들의 교리를 주장하기보다는 종교 스스로가 모범을 보여 사회가 이를 따라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윤 교수는 종교 스스로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최진


윤 교수는 “진정한 불자라면 깨달음을 통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평등한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하며, 불교의 평등사상이 오늘날 사회가 처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평등의 가치가 훼손된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부처님 정신을 외면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경제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불평등도 불교의 평등사상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익 창출에 기여한 사람들이 자신의 몫을 정당하게 받지 못하고, 특정 산업과 인물에 치우치는 천민자본주의는 부처님이 강조한 평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연기사상으로 바라보면 기업의 이익은 많은 사람의 노력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지만, 시장자본주의는 이를 공정하게 분배하지 않는다”며 “불교는 스스로가 가르치는 교리에 따라 이익 창출에 기여한 모든 이가 정당한 제 몫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를 향해 주장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종교계 현실, 노동자로부터 신뢰 잃었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은 한국사회의 불평등 문제에 대처하는 종교계의 태도를 설명하며, 종교가 노동자들에게 현실적으로 신뢰조차 얻지 못할 정도로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교인들이 신앙과 수련만 할 것이 아니라 자본으로 대표되는 부당한 사회 불의에 대해 저항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종교는 노동자와 사회 약자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한상균 위원장 사례를 봐도 성당과 교회에 못 가서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불교다”라며 “한국 사회의 불평등문제, 비정규직 문제, 노동문제, 자본의 문제가 커지고 있지만 이를 고민하는 종교적 지평은 거의 없다.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강하게 말하면서도 이상하게 자본의 문제에서는 종교가 입을 닫는다”고 말했다. 


▲ 양 위원은 종교는 노동자와 사회 약자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며 자본 문제에서는 종교가 입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 최진


그는 “매우 힘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시위현장에서는 신부님이나 스님, 목사님들을 간절하게 찾는다. 종교인들의 방문이 큰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교인들에게 이를 부탁하면 못하겠다고 가버린다. 문자로 간단하게 ‘고생하는데 미안하다’며 끝낸다. 이것이 종교의 현실이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명의 스님을 모아도 현재는 10명도 안 남았다. 천주교는 두 명의 신부님이 노동자 문제 전체를 돌아다닌다. 기독교는 목사님 몇 명이 인권‧빈곤‧통일‧민주‧복지 등을 다 담당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이 있는 곳에서 연설하기에도 급급한 것이 오늘날 한국 종교다”라고 설명했다.


양 위원은 기도와 목탁만으로는 나라의 구조가 바뀌지 않기 때문에 종교가 자신들이 가르치는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자본에 대해 과감하게 지적하고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자들에게 천국과 극락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문제에 맞서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을 하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는 “노동자 대부분은 천주교‧개신교‧불교 신자들이다. 이들이 콩나물 팔고, 두부 팔고, 막노동을 해서 헌금을 낸다”며 “그렇다면 종교인들이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 도시 빈곤층, 철거민, 노점상이 길거리로 쫓겨나 죽임을 당하는 문제들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올바른 방향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컵라면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신자들에게 종교인들이 기도와 수행을 권유할 것이 아니라 정말 그들을 걱정하고 그들의 편에 서서 잘못된 사회를 꾸짖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종교인들이 거대한 국가와 자본에 대항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목소리가 돼 주는 것이 불평등한 한국 사회 속에서 종교가 할 진정한 역할이다”라는 발표를 마쳤다.


▲ 이날 세미나에는 스님과 불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 최진


이날 세미나에는 스님과 불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불교사회연구소는 2011년 2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종교적 사명과 역할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설립돼, 지난 5년간 ‘대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양극화‧다문화‧빈곤 등에 관한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연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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