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가족협의회(이하 가족협의회)는 6일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에 마련된 기억교실 이전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기억교실은 세월호 참사 당시 2학년이었던 희생 학생들의 유품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그동안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간으로 남아있던 곳이다.
유경근 4·16연대 집행위원장은 단원고 본관 1층 로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부의 말을 며칠 동안 고민했지만 ‘원망’뿐이었다”며 “유가족들은 두 분 선생님과 네 명 학생들(단원고 미수습자 6명)이 돌아올 때까지만 기억교실을 지키고자 했던 것인데, 그것조차 유가족의 욕심으로 비쳤다는 것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교실을 지키기 위해 2년 동안 교육청에 호소하고 무릎도 꿇어봤지만, 결국 못난 엄마, 아빠들 욕심이 됐고, 대다수 사람에게는 애물단지였다”며 “그러나 옮겨 가는 곳은 우리 아이들이 어떤 슬픔과 고통, 원망 없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교실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2주에 걸쳐 진행되는 기억교실 이전 과정을 설명하다가 목이 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유가족과 자원봉사자 등 참석자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후 참석자들은 교실 이전 시작에 앞서 묵상을 통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을 추모했으며, 이후 7대 종단이 주관하는 참회 기도가 이어졌다.
수원교구 안산대지구 사무국장 손창현 신부는 기억교실이 이전될 때까지 참사의 진실이 드러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떠나보낸 아이들을 기억하면서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자고 기도했다.
안산 희망교회 김은호 목사는 기억교실을 정리하는 상황이 죄송하고 부끄럽다며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그 날까지 투쟁의 길을 함께 걷자고 말했다. 안산 부곡 종합사회복지관장 도선 스님은 단원고 희생자들이 꿈과 추억이 깃든 교실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어느 곳에서나 빛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며 반야심경을 봉독했다.
기도가 끝나자 교실과 교무실 입구 복도 등에 출입통제선이 설치됐고, 추모 꽃다발과 메모 등 기억교실 내부와 복도 등에서 소독작업이 시작됐다. 소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일부 유가족은 자리를 뜨지 못하고 교실에 남아 자식이 앉았던 의자에 앉아 교실을 둘러보고 글을 쓰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오후 3시께 마지막으로 교실을 둘러본 뒤 13개의 기억교실 공간을 미리 촬영해 만든 액자를 들고 안산 화랑유원지 내 정부 합동분향소를 향했다. 기억교실은 16일 전까지 물품 정리를 마친 뒤, 20일부터 이틀에 걸쳐 안산교육청 별관으로 반출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유가족들은 이날 마지막 방문을 마쳤다.
옮겨진 물품들은 4·16 안전교육시설이 건립돼 기억교실이 복원될 때까지 교육청에 임시보관·전시된다. 또한, 이전 전날인 19일에는 단원고 운동장에서 유가족, 재학생, 학부모, 시민 등이 참여하는 ‘기억과 약속의 밤’ 추모행사가 진행된다.
기억교실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사용했던 10개 교실로, ‘존치교실’, ‘416교실’ 등으로도 불렸다. 그동안 기억교실은 교실 부족을 이유로 철거를 요구하는 신입생 학부모 측과 보존을 희망하는 유가족들의 입장이 맞서면서 갈등이 생겼다. 양측은 지난 1일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의 중재에 따라 기억교실을 여름방학 동안에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이전할 것을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