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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자들, “종교, 세속화 편승 말고 정체성 확인해야”
  • 최진
  • 등록 2016-09-06 15:25:10
  • 수정 2016-09-06 15: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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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탈종교화 시대, 종교의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공동학술연찬회가 열렸다.



조계종 포교연구실과 불광연구원은 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탈종교화 시대, 종교의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학술연찬회를 개최했다. 


이날 연찬회에서는 한국 종교계에서도 뚜렷한 사회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는 탈종교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종교의 본질을 성찰하고 내부 정화를 통해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종교학자들은 각 종교가 직면한 상황을 진단하며 현대사회에서 종교가 나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종교가 이 시대에서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은 종교의 위기가 아니라 민중의 위기다


조성택 고려대 교수가 연찬회 사회를 맡았고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장과 김진호 제3 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은유와 마음연구소 대표 명법 스님,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이 발제에 나섰다. 종교학자들은 종교가 물질·자본주의를 바탕으로 세속화에 편승하고 있으므로 탈종교화 현상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정경일 원장은 ‘종교 이후의 사회적 영성’ 발제에서 종교가 ‘탈종교화’를 우려하는 것이 아니라 ‘탈사회화’와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가 지금과 같은 고통의 시대에서 현실의 아픔을 잊게 하는 ‘아편’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대의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종교인의 화두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종교가 이 시대에서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은 종교의 위기가 아니라 민중의 위기다”라며 “그것이야말로 종교의 존재 이유인 ‘고통으로부터의 구원’을 실천하는 ‘종교본색(宗敎本色)’이다”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종교개혁은 ‘국경 없는 종교’나 ‘약한 국경의 종교성을 지향하는 종교 되기’라고 할 수 있다


김진호 연구실장은 ‘교회 국경을 넘는 신자들, 종교 국경도 넘다’ 발제에서 탈종교화 위기의 원인으로 개신교와 주류 종교들이 근대적 국경화 의식을 추구했던 것을 지적했다. 또한, 전통적으로 종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인간 정신 영역도 ‘힐링’을 앞세운 산업화가 이뤄지기 때문에 종교가 더는 울타리를 고집하고 있으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 실장은 “기업은 영성을 포함한 힐링 산업을 활발히 도모하고 있고, 대중스타에게 집중된 ‘팬덤(fandom)’은 청소년들에게 유사종교 현상을 불러일으킨다”며 “새로운 종교개혁은 ‘국경 없는 종교’나 ‘약한 국경의 종교성을 지향하는 종교 되기’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불교의 문제는 승려의 탈선이나 재정추문, 기복신앙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와 소통하지 않으려는 고립된 의식이 복합돼 드러난 것


명법 스님은 ‘위기의 한국불교, 전통과 근대, 탈근대 가로지르기’ 발제에서 불교가 내부 개혁을 통해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불교의 문제가 승려의 탈선이나 재정추문, 기복신앙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와 소통하지 않으려는 고립된 의식이 복합돼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불교가 다문화·다종교·다불교로 변하는 현대사회의 상대주의를 읽어낼 만한 성찰이 부족하므로 권위주의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단편적인 현상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교의 역사적 위치를 자각하고, 이를 다시 현재 한국사회에 접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교 제도 개혁이 가톨릭 개혁의 핵심과제 


김근수 소장은 ‘가톨릭 진짜 잘하고 있는가?’ 발제에서 성직자 독재, 여성차별, 평신도와의 소통 단절 등 가톨릭이 지니고 있는 고질적 문제점들을 고백하며, 불교가 이와 다른 모습을 보이길 희망했다. 그는 ‘신도보다 가난한 사람을 편들 것’, ‘부자와 권력자를 멀리할 것’ 등을 제안하며 한국 천주교가 평신도에게서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주교 제도 개혁이 가톨릭 개혁의 핵심과제라고 강조하면서 불교계가 총무원장 선거를 보다 민주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종교가 부동산이나 건축 등으로 돈을 축적하기보다 사람을 위해 돈을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교가 부를 추구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성장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종교에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준 지도부 교체, 인적 청산, 개혁의 길이 불교에도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며 “시대의 아픔을 보고 종교와 기도 속으로 숨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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