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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 없는 교구 쇄신위, 희망원사태 해결 누가 하나
  • 최진
  • 등록 2016-11-03 18:46:40
  • 수정 2016-11-03 19: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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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희망원 전국대책위는 대구 계산성당 앞에서 천주교 대구대교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제공=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6개 장애인단체가 연대해 결성한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을 위한 전국 장애계 대책위원회’(이하 희망원전국대책위)가 3일 오후 대구 중구 계산성당 앞에서 천주교 대구대교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대구대교구가 희망원 사태를 해결코자 구성한 교구 쇄신위원회의 자정 노력이 사실상 허사로 돌아갔다고 평가하며, 대구대교구장인 조환길 대주교가 사태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야 한다고 규탄했다.


희망원 전국대책위는 “장애인 시설 비리와 인권유린의 문제는 이제 지긋지긋할 정도로 반복되고 있다”라며 “희망원 사태가 올바르게 해결되길 바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물론, 향후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자 1박 2일 간의 집중행동 집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후 3시 규탄집회를 시작으로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희망원 시설수용 희생자 추모 문화제를 진행한다. 4일 오전 8시부터는 계산성당부터 대구시청까지 교구의 운영권 반납과 희망원 시설 폐쇄 등을 요구하는 시내 행진을 진행한다. 이후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시립희망원 탈시설 추진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끝으로 이틀간의 규탄집회를 마친다.


“말뿐인 교구 쇄신위원회, 이제 교구장 책임”


규탄집회 책임자인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국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대구대교구가 쇄신위원회를 구성하고 희망원 문제를 교구 쇄신의 첫 번째 과제로 삼았다는 소식에 많은 기대를 했었다”라며 “그러나 쇄신위는 대책위의 내용을 수용한다면서도 실질적인 내용은 전혀 아니었다. 이제는 교구장 주교님이 희망원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대교구가 운영해온 희망원은 지난 8월부터 의료 불찰로 인한 사망자 발생과 이를 은폐하려는 조치, 생활인 감금 및 폭행, 이중장부를 사용한 급식비 횡령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의 2차례 직권조사를 시작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특별감사, 대구시 특별감사, 검찰 압수수색 등이 진행됐으며, 조환길 대주교는 지난달 12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협조하기로 약속했다. 


이어 20일 교구 쇄신위원회가 구성돼 문제 해결을 위해 대책위와 대화를 시작했다. 시민대책위는 교구의 자정 활동을 반기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를 위한 협조, 희망원 시설 운영권 반납 등을 골자로 한 요구안을 교구에 전달했다.


▲ 이날 이들은 희망원 사태가 올바르게 해결되길 바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물론, 향후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코자 1박2일 간의 집중행동 집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그러나 이달 1일 발표한 쇄신위의 입장문에는 대책위가 요구한 핵심적인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 희망원 문제에 긴밀히 관련된 원장신부들과 사무국장 대신 상대적으로 관련성이 낮은 주변 직원들에 대한 직권해제 조치를 책임자 처벌 사례로 제시했다.


또한, 대구시 특별감사가 진행되자 희망원 측은 대량의 문서를 파기해 증거 인멸 의혹이 제기 되는가하면 인권위의 직권조사를 받은 직원들에게 조사보고서를 작성하게 했다. 철저한 진상규명에 대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전근배 국장은 “희망원이 언론 앞에서 사과문을 발표할 때는 원장신부를 포함해 24명의 간부가 사퇴를 약속했다. 그러나 쇄신위의 이번 인사처분에서는 희망원 문제에서 직접 행동했던 사람은 다 빠져있다”며 “희망원 사태를 제대로 조사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활동하며 사건과 깊게 연루된 원장신부들과 고위 간부들에 대한 직권해제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구가 운영권 반납을 약속하지 않을 경우, 문제 해결 보다는 적정선을 찾게 될 것”이라며 “예전 ‘도가니’ 사태가 그랬고, 남원 평화의 집 인권유린 사태가 그랬다. 천주교가 문제를 제대로 파악했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운영권 반납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 쇄신 바라지 않는 세력 많다”


지난 1일 시민대책위는 성명서를 통해 희망원 문제 해결을 위한 교구쇄신위원회가 관련자를 상대로 제대로 된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민대책위에 따르면 교구쇄신위원회는 이번 희망원 사태 책임을 놓고 대구시립희망원 원장 1명과 사무국장 2명, 팀장 1명 등 4명을 직위해제 했다.


이에 교구쇄신위 관계자는 “사태에 핵심인 관계자들을 한꺼번에 모두 자를 수 없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해임하는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쇄신위원장을 맡은 김철재 신부는 예전 희망원 8대 원장신부였고 희망원에서 교구가 손을 떼야 한다고 말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다고 해서 부딪쳐야 할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김철재 신부가 1일 입장문 발표를 마지막으로 쇄신위원장 직을 사퇴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신부가 시민대책위와 교구 사이에서 권한 없는 위원회를 맡으며 고충이 많았다고 전했다. 쇄신위원회라고 할지라도 인사권이 교구장에게 있으므로 실질적인 쇄신 정책을 시행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원래 이번 인사처분에서는 희망원 4개의 시설에서 원장신부와 사무국장 둘 중 한 명씩을 직위 해제하려고 했다. 갑자기 다 그만두게 하면 행정상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라며 “그러나 교회 안에서 성직자의 처벌을 반대하는 사제들이 있었다. 이번 인사처분에서도 한 명의 원장신부가 직위 해제 대상이었지만 결국 다른 직원으로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3일 대구대교구 사제총회 때 새로운 쇄신위원장 신부가 선출될 것이라고 전하면서도 “교구장 주교가 희망원 사태와 관련해 인사권을 위임하지 않는 한, 쇄신위원회의 역할이 그리 대단치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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