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인가 정유라의 부정한 대학입학과 학점취득과정 그리고 그 어머니의 이화여대 방문과 부적절한 언행 등이 보도되어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그 사건이 그토록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정유라의 부친이 이미 알려진바 정권의 ‘문고리 삼인방’이라는 구설수에 오른 인물이었으며, 그 본인이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에 있어서 대통령의 ‘나쁜 사람’ 발언으로 인한 찍어내기 인사와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이와 관련된 사건과 상황은 한 달여의 기간 동안 개인의 일탈과 부정을 넘어서서 조직적인 ‘국정농단’, ‘국기문란’, ‘권력과 대기업의 정경유착과 관련된 의혹’ 등으로 밝혀졌고, 이에 온 국민의 분노가 ‘대통령의 하야’, ‘퇴진’, ‘탄핵’ 등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대통령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 전격적인 개각을 단행하는 모습이지만, 이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주체로서의 동력과 자격을 잃은 모양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하지만 이처럼 중대한 잘못을 저지른 범죄자가 문제해결의 주체로 나서는 모습은 추해 보일뿐이고 스스로의 과오를 덮으려는 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현재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수행이 불가능해 보이고 그가 속한 여당(새누리당) 또한 내부적으로 와해되어 가는 모습이다. 그리고 일부 언론에 의해 정치적 문제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상호 의존해 왔던 권력과 재벌들의 야합까지 들어나고 있다.
광화문에서는 이 나라의 주인들이 연일 또다시 촛불을 손에 들고 새로운 변화를 외친다. 학생들을 포함한 시민사회와 교육계, 종교인, 정치가들이 자격 없는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고 있으며, 이제는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실정을 무마하고 국면전환을 위하여 어떤 새로운 방책을 제시하더라도 먹히지 않을 것 같다. 대통령이 하야하든지 아니면 다른 모습으로 그 권력이 이동하든지 이번에는 분명 무엇인가 시민의 힘으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긴다.
나는 1987년 6월 항쟁을 경험한 세대로서, 큰 희생을 통해 얻어낸 민주화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함께, 금번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권력을 향해 치켜든 횃불 같은 우리의 촛불들이 이번에는 결코 그냥 치워질 촛농으로 남는 전철을 되밟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과거에 민주화라는 결과을 믿었고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믿었다.
하지만 우리가 믿었던 그 좋은 제도들은 결국 올바른 주인들을 만나지 못했으며 허울뿐인 자유방임적 자본주의의 민낯만 드러낸 비루한 형국이다. 정의로운 자유는 사라졌고, 자본가를 위한 자유와 권리향상을 위한 나라가 되어버렸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삼포, 사포, 칠포… 자포자기의 헬조선을 외치고 있으며, 전체 월급생활자 중에서 월 200만원을 벌지 못하는 비율이 46%인 국민이 가난한 나라가 되었다. 이 나라의 행정, 정치, 대기업의 통계로 나오는 1인당 GDP $30,000 이라는 숫자는 결국 1%의 재벌들과 큰 부자들로 인한 평균효과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믿으며,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렇게 믿고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개인적 부의 추구와 내 가족 (더) 잘 살기로 애쓴다면 또 다시 더 나은 민주화가 되더라도 우리는 또 무관심 해질 것이고, 또 그 권력을 주인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는 현 정권과 같은 몰염치한 위정자와 그 측근들의 손에 무상으로 넘겨버릴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의 횃불은 그 무엇보다도 우리 젊은이들과 그 다음 세대를 위하여 들어야 한다. 또다시 권력을 잡게 되는 새로운 지도자들(누가 되던지)에게 모든 권력을 넘겨버리는 대한민국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엄정하고 민주적인 절차로 만들어진 시민사회가 권력을 통제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번 기회야말로 선진국의 그것 이상으로 진보된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대통령과 몇몇 정치와 행정의 지도자가 바뀌는 것으로 횃불을 내려 버린다면 우리는 얼마지 않아 또다시 횃불을 들 수밖에 없고 또다시 물대포를 맞으며 두려워 할 수밖에 없다.
시국이 수상하니 잠룡(潛龍)들이 고개를 내민다. 하지만 이무기 같은 잡룡(雜龍)들도 있음직하다. 권력을 혼자 잡으려는 사람은 경계해야 한다. 권력을 그 주인인 국민들에게 돌려주고 국가의 시스템을 올바르게 세울 사람이 필요한 시국이다.
덧붙이는 글)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에서 한 발짝 떨어진 베이징에서…
광화문과 전국에서 피어나는 촛불과 함께하지 못하지만, 책상 앞에서 세례초를 태우며 기도로 함께 합니다. 우리의 열기가 좋은 사회를 만드는 날까지 지속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