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7일 일요일 84일차.
저는 지금 우리 집에 있습니다.
이틀 동안 우리 집에서 맘 편히 쉴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이 곳, 우리 집에서 길 위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 겁니다.
84일 동안 많은 것이 변한 것 같습니다.
계절이 한번 바뀌었고, 차갑던 길에는 꽃이 피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마음에도 조금은 봄이 온 것 같습니다.
이해 할 수 없는 일 들을 이제는 조금은 받아 들이는 척 이라도 하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내가 겪어야 하는 일 이라면 조금 더 덤덤하게 받아 들이고 싶어 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렵기만 합니다.
덤덤한 척 하는 저의 모습이 낯설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서 달라질 수 있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면 기꺼이 척 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처음으로 묵었던 진도 칠전리에도 이제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봄이 왔습니다.
84일 동안 칠전리에도 벌써 봄이 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토록 오고 싶었던 우리 집에 와 있습니다.
우리 동현이, 초롱이.
힘들었겠지만 잘 지내고, 잘 기다려 준 제가 사랑하는 저의 가족들 입니다.
조금만 더 힘들자고,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칠전리에 찾아 온 봄.
이아름 : 세월호 희생자 승현군의 누나이자, 이호진씨의 딸이다. 아름양은 지난 2월 23일부터 진도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