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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엘리트’는 교회를 매개로 만들어져
  • 문미정 / 곽찬
  • 등록 2017-01-12 17: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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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서울 중구 만해NGO교육센터에서 ‘한국 정치의 종교 과잉을 진단한다’는 제목의 집담회를 열었다. 이날 집담회에서 가톨릭, 개신교, 불교와 한국 정치의 결탁관계를 진단했다. ⓒ 곽찬


최근 종교계 인사가 정치 요직에 중용 되면서 정치와 종교가 분리돼야 한다는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한국 사회에서는 현실적으로 정교 분리 원칙이 지켜질 수 있는 상황인가 또, 종교와 정치는 분리되는 것이 맞는 것인가를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11일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서울 중구 만해NGO교육센터에서 ‘한국 정치의 종교 과잉을 진단한다’는 제목의 집담회를 열고 가톨릭, 개신교, 불교와 한국 정치의 결탁관계를 진단했다. 


그리스도교인의 정치활동 참여는 정당한 것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심현주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위원은 가톨릭교회와 정치의 관계에 대해 풀어나갔다. 


심현주 연구위원은 정치 공동체와 교회에 대한 내용을 담은 사목헌장 76장을 인용했다. 시민사회에 속하는 하부구조인 교회는 정치인들의 직업적 정치활동과 시민사회의 정치 활동을 엄격히 구분하면서, 개인들의 영적·사회적 상황에 대한 개입은 정당한 것으로 선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심현주 연구위원은 가톨릭교회와 정치의 관계에 대해 풀어나갔다. ⓒ 곽찬


민주화 이후 정치권과 제도교회는 서로 밀착되면서 문제점을 낳았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사목방문을 마치 정부에서 초빙한 것처럼 보이려 하는 등 ‘정권의 도덕적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또한 4대강 사업에 암묵적으로 동의해 명동성당 재개발권을 획득하는 등 ‘교세 확장 및 교회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데에 정권이 이용’되기도 했다. 


이 같은 정치권과 제도교회의 밀착현상에 심 연구위원은 제도교회나 교회 권위자가 개인의 사회적 권력 및 교권확장을 위해 정치권에 개입하거나 긴밀한 관계를 맺을 때 교회 자체에서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시민사회가 종교에 대한 정부 지원을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리스도교인이 직업정치인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거나 사회제도개선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는 등 시민자격으로 정치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작은 교회 운동’이 내포하는 공공적인 파워엘리트 체계가 자리 잡아야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한국의 파워엘리트 시스템과 개신교가 그 시스템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했다. 


김진호 연구실장은 한국에서 파워엘리트가 되려면 강남 지역 특목고 출신, 국내·외 명문대학 출신 등의 스펙이 필요하며, ‘종교’가 이러한 권력 획득을 위한 경쟁에서 ‘연줄망’을 형성하고 견고하게 하는 중요한 매개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김진호 연구실장은 한국의 파워엘리트 시스템과 개신교가 그 시스템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했다. ⓒ 곽찬


특히 개신교는 효과적인 파워엘리트 형성 메커니즘이 잘 작동하고 있는데, ‘강남권 대형교회 장로 되기’ 시스템이 대표적인 사례다. ‘장로 되기’는 교회의 파워엘리트를 만드는 과정이면서 사회적 파워엘리트로서 성공하는데 중요한 자원 형성과정이다. 


김 연구실장은 “장로가 되는데 성공한 이는 이후 교회를 매개로 인맥 메커니즘의 중심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교회 인적 자원을 동원해 형성된 사회적 연결망에서 이른바 ‘힘 있는 파워엘리트’가 되어, 교회를 넘어 사회적 파워엘리트 경쟁에서 이 연결망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교회야말로 파워엘리트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파워엘리트들과 연결망을 형성하기에 유용한 장소라는 것이다. 


김 연구실장은 교회를 매개로 하는 인맥들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수많은 국정농단과 부패, 비리에 얽혀 있었다며, “파워엘리트의 ‘공공성’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결여된 상태에서, 교회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연결망도 부정부패의 소용돌이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올해, 개신교회는 지난 500년간 실패해온 방식이 아닌 새로운 종교 개혁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개혁에는 ‘작은 교회 운동’이 내포하는 공공적인 파워엘리트 체계가 개신교회를 대표하도록 하는 시도와 종교-종교, 종교-비종교간 더 민주적·인권적·상생적인 사회를 향한 연대도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와 현실 참여는 모든 종교가 가야 할 길     


▲ 조재현 사무총장은 “이제 사부대중이 머리를 맞대고 정치현실 참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참여를 고려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곽찬


조재현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총장은 이제 한국사회에서 종교의 정치 참여와 세속화에 대한 명분과 조건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불교는 자본과 연결되어 있는데 자본은 불교가 정치와 유착되고 결탁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치와 유착된 내부 깊은 곳을 살펴보면 정치권력을 존중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돈의 권력과 가깝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불교가 또다시 정치와 불법적으로 유착해 승가공동체 본연 이상을 잃고, 정치권력에 순응하고 금권에 의지하기 보다는, 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현실 문제를 정확히 바라보고 공공선을 위한 세속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된다면 상식과 정의에 맞는 한국 불교 정치참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치와 현실에 참여하는 것은 어쩌면 모든 종교가 가야할 길이라면서, 정치권력·자본권력과의 견제를 통해 종교권력이 균형성을 갖는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불교도 순수 정교분리를 외칠 것이 아니라, “이제 사부대중이 머리를 맞대고 정치현실 참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참여를 고려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담회의 좌장을 맡은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는 종교인이라고 정치를 못할 것은 없지만 ‘공공성’에 대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서로 간의 장점을 극대화 하는 것은 정치 공공의 영역에서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집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각 종교가 가진 신념이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기능을 하고, 종교 특유의 깊은 생각과 연대감이 선 기능을 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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