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는 19일, 법원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에 대해 논평을 발표했다.
교회협은 “사법부는 힘없는 노동자들에게는 가차없이 심판의 칼날을 들이대면서 정작 재벌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짐으로써 그 귄위와 기능을 스스로 내던져 버렸다”고 지적하며, 참된 민주주의를 열망하며 촛불을 든 국민을 배신하고 재벌의 편에 선 사법부의 이번 결정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입장 전문이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의 입장
대한민국 사법부가 또다시 재벌 앞에 고개를 숙였다. 국민은 언 손을 녹이며 광장에 나와 촛불을 밝혀들고 법과 상식이 통하는 공의로운 사회를 간절히 염원했다. 하지만, 정작 누구보다 이 일에 앞장서야 할 사법부는 본분을 망각한 채 재벌의 눈치를 보며 민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려 했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부장판사는 19일 오전 4시 53분,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김영수 특검팀의 구속영장 청구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그 사유를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움”이라고 밝혔다. 과연 그러한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대통령의 불법적 요구에 응하며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에 대한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재벌 총수는 자신의 불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미르, K스포츠 재단에 돈을 냄으로써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에 일조해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사법부는 힘없는 노동자들에게는 가차없이 심판의 칼날을 들이대면서 정작 재벌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짐으로써 그 권위와 기능을 스스로 내던져 버렸다.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를 어렵게 만들었으며, 오히려 삼성이라고 하는 거대한 조직을 총동원해 증거 인멸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줌으로써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지은 것이다.
우리는 참 된 민주주의를 열망하며 촛불을 든 국민을 배신하고 재벌의 편에 선 사법부의 이번 결정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다만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아모스 5:26)하신 말씀을 이루기 위해 촛불 시민들과 함께 명백한 불의에 눈 감고 재벌의 죄를 숨겨주는 결정을 내린 사법부를 심판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온 힘을 다할 것이다.
2017년 1월 19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남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