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공정을 지키고 정의를 실천하여라”(이사 56,1)
-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즈음한 담화문 -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과 자비가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 우리나라와 온 세상에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더 이상 캄캄한 무덤에 계시지 않고 부활하시어 우리의 참된 빛이 되셨습니다. 그 빛은 거짓과 기만에 싸여 있던 이 땅에 어둠을 몰아내고 정의와 평화의 새로운 역사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의 발걸음을 비춰주는 촛불로 밝히 드러났습니다. 우리는 역사의 갈림길에서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넘어, 하느님께서 이 시대의 우리에게 원하시는 바를 알아듣고 따르도록 초대받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맞이하여,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양심과 냉철한 판단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여 하느님의 초대에 응답합시다.
1. 공동선을 위해 사용하는 투표의 막중한 권리와 의무를 잊지 맙시다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는 정치 대표를 선출하고 교체하는 선거를 통해 정치 권위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국민의 의무와 책임을 분명하게 가르칩니다. 선거 참여는 국민으로부터 모든 권력을 위임받는 민주주의의 신성한 의무이며 권리입니다. 공동선을 위해 존재하고 공동선 안에서 고유의 권리를 부여받는 정치 공동체를 생성하고 양육하는 국민의 임무가 선거를 통해 실현되기 때문입니다. 선거 참여를 통해 권력과 자유, 사회단체의 연대성과 다양성의 조화로운 성숙을 증거합시다.
2. 정치인들의 귀중한 소명을 일깨우는 선거를 이룩합시다
교회는 국민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국가 복지에 헌신하며 임무의 중책을 수락하는 사람들의 활동을 높이 평가합니다(사목 헌장 75항 참조). 책임 있는 정치 권위는 공동선을 정치 활동의 참된 목표로 인식하고 봉사의 정신으로 임하는 이들에만 부여됩니다. 선거는 국민과 인류 가족 전체의 공동선에 이바지하는 중재와 통합의 임무를 정치인들에게 준엄하게 요구하는 행동입니다. 당리당략을 위해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을 거부하고, 자유와 책임의식에 기초한 도덕적 힘으로 전 국민의 힘과 마음을 공동선과 한반도의 평화 증진으로 모아내는 정치인의 소명을 일깨웁시다. 국민의 운명과 온전히 함께하며 사회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성실한 책임을 다하는 정치인들을 가려냅시다.
3. 성숙한 민주주의 도약에 참여하는 대중매체의 역할을 촉구합니다
정치 공동체의 상황과 사실 및 제시된 해결책에 대한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는 민주적 참여를 위한 주요한 도구입니다. 국민은 진실과 자유와 정의와 연대 의식에 근거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으며, 대중매체는 공동선을 증진하려는 성실한 자세로 공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특정한 정치인이나 정당의 이익을 위해 정의를 기만하고 진실을 은폐하며, 악을 선으로 위장하는 모든 행위는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한국 언론매체가 역사적 기로에 선 우리나라의 정치와 민주주의의 진실한 도약대가 되어주기를 촉구합니다.
현대 민주주의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연 촛불의 진정한 의미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국민을 위해 투철한 사명감으로 봉사하는 대통령을 선출함으로써 온전한 매듭이 새로운 민주주의의 장을 열게 됩니다. 귀중한 한 표에 담긴 막중한 권리와 의무를 성실하고 책임 있게 행사하는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합시다.
2017년 4월 23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유흥식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