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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예수의 이름으로 사람을 내몰 수 있단 말인가’
  • 문미정
  • 등록 2017-05-29 14:39:07
  • 수정 2017-05-29 19: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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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서울기독교대는 신앙인의 정체성 훼손, 성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23년간 재직했던 손 교수를 파면시켰다. ⓒ 문미정


손원영 교수는 개신교인이 저지른 개운사 불당 훼손 사건에 통감하며, 한 명의 종교인으로서 대신 사과하고 불당 회복 모금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서울기독대학교는 지난 2월, 23년간 재직했던 손 교수를 파면시켰다. 우상숭배에 해당하는 불상을 회복하기 위한 활동이 신앙인의 정체성을 훼손시켰다는 이유다. 또한 과거 손 교수가 징계위원회의 조치로 작성한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드리는 호소문’에서 약속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아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를 덧 붙였다.


이같은 손 교수 파면 사건에서 드러난 시민사회적 의미를 찾는 토론회가 지난 26일 서울NPO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찬수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는 1794년 독일 예나대학교서 불가피하게 일요일에 강의를 진행했다가 곤혹을 치렀던 철학자 피히테의 사례를 설명했다. 


▲ 이찬수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 문미정


220여 년도 더 지난 21세기 한국, 그것도 기독교 국가도 아닌 나라에서도 여전히 기독교의 이름으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한국 사회, 특히 개신교계의 후진성을 잘 보여 준다.


이 교수는 “예수의 삶을 기준으로 보면, 사람의 아픔에 동참하는 행위를 우상숭배에 준하는 행동처럼 여긴 처사야 말로 범죄 행위로 보인다”라며 “교단측 징계위원들은 도대체 예수를 어떤 분으로 생각하기에 예수의 이름을 팔아 사람을 몰아내는 것일까”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종교적이고 교육적인 대학이 되고자 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데 서울기독대는 그 반대의 길에 서 있는 것 같다면서, “손 교수 한 사람이, 손 교수를 파면한 대학과 교단 전체보다 더 옳아 보인다”고 말했다.


동일성에서 비롯된 타자에 대한 배제·폭력


▲ 이도흠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 문미정


이도흠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는 ‘눈부처의 차이론’을 펼쳤다. 눈부처는 상대방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을 뜻하는데, 내 안의 타자를 찾아내 자신의 동일성을 버리고 내가 타자가 되는 것이다. 


학살이나 집단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은 동일성에서 비롯된 타자에 대한 배제와 폭력이며, 특히 종교는 동일성을 강력하게 강화하는 이데올로기 기능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동일성을 근본적으로 해체하는 눈부처의 차이로 서로 대화하고 공감하며 서로를 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픈 곳이 우리 몸의 중심”이라면서, 난민과 굶주리는 어린이와 노인,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멸종 위기의 생명이 있는 곳이 이 지구의 중심이며,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그 자리에 부처와 예수가 자리한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양희송 청어람ARMC대표,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이자 전국교수노조 위원장 ⓒ 문미정


양희송 청어람ARMC대표는 “손 교수는 상을 받을 일을 한 것이지 처벌 받을 일을 한 것이 아니다”라며, 대학측의 처사는 우리 개신교인들에게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안겨주었다면서 신속한 시정을 요구했다.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이자 전국교수노조 위원장은 “서울기독대가 손 교수에게 사형 선고에 해당하는 파면처분을 한 것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운사 불당 회복 모금 운동에서 보여준 손 교수의 말과 행동은 서울기독대 명예를 드높인 모범의 대상이었으며, 손 교수는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드리는 호소문’에서 약속한 사항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2013년 9월, 그리스도의 교회 협의회 및 교단은 손 교수가 감리교회 목사라는 점 등 그리스도의 교회 정체성을 부인한다고 보고, 손 교수를 파면키로 결의했다. 그해 10월, 징계위원회는 손 교수에게 이강평 서울기독대 총장과 그리스도의 교회 앞으로 반성문과 함께 ▲ 가족과 함께 침례 받겠음 ▲ 감리교를 포기하고 그리스도의교회 협의회에 입회하겠음 ▲환원운동에 열심히 동참하겠음 등을 요구했다. 이에 손 교수는 이를 약속하고 호소문을 작성한 바 있다.


▲ 손 교수 파면 사건에서 드러난 시민사회적 의미를 찾는 토론회가 26일 서울 NPO지원센터에서 열렸다. ⓒ 문미정


서울기독대는 성실의무 위반을 들어 파면했지만, “사립학교법 제61조 징계사유와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에서 규정하는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그리스도교인들이 ‘배타주의 포기 선언’ 운동의 필요성과 이웃종교를 비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손원영법’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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