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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하지 않고 싸운 아빠가 자랑스럽다”
  • 최진
  • 등록 2017-06-12 18:39:51
  • 수정 2017-06-12 18: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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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서울광장에서 ‘제30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이 열렸다. ⓒ 최진


6월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아 1987년 군사독재 정부의 만행에 저항했던 ‘민주세대’와 한겨울 광장에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심판했던 ‘촛불세대’가 10일 서울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6월 민주항쟁의 정신이 촛불혁명으로 계승됐음을 천명하고, 민주열사들의 정신을 이어받은 굳건한 민주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제30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은 1987년 6월 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기억하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다짐하는 축제의 장으로 기획됐다.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등의 유가족들과 민주·시민사회단체 회원들, 그리고 일반시민과 학생들이 이날 행사장에 마련된 좌석을 가득 채웠다.


30주년 민주항쟁 기념식, ‘87년 세대’와 ‘촛불세대’ 화합하는 무대 만들어


▲ ⓒ 최진


30년 전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이하 국본)의 상임공동대표였던 지선 스님이 단상에 올라 ‘국민에게 드리는 글’로 30주년 기념식 문을 열었다. 지선 스님은 두 번 다시 오욕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시민들이 항상 깨어있어 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이어 ‘87년 세대’와 ‘촛불세대’가 화합하는 무대가 이어졌다. 1987년을 명동성당에서 보낸 아버지 김만곤 씨와 2017년 촛불을 들었던 딸 김래은 양은 공개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감사를 전함과 동시에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자고 다짐했다. 


아버지는 딸에게 “30년 전 오늘 길 건너 성당에서 종소리가 울리자 자동차들이 일제히 경적을 울리며 6월 항쟁이 시작됐단다. 그날 싸워야 했던 건 아빠뿐 아니라, 그 시대 살았던 양심적 사람들이 같은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라며 항쟁의 배경과 의미를 전해줬다. 


아버지는 6월 항쟁을 통해 민주화와 민족 통일, 그리고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30년 후인 지금도 여전히 부모세대의 삶은 팍팍하고 자녀세대는 취업난으로 꿈을 포기한다. 아버지는 이 상황을 보며 눈물이 난다. 그리고는 “우리가 30년 전 조금 더 철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에 많이 미안하고 부끄럽다”고 딸에게 고백했다.


▲ ‘87년 세대’와 ‘촛불세대’가 공개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감사를 전함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자고 다짐했다. ⓒ 최진


또 “그러나 나는 딸이 너무 고맙다. 친구들과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가줘서 참 고맙다. 희미해진 엄마 아빠의 눈을 다시 밝혀줘서 너무 고맙다”라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용기를 이제 다시 갖게 된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딸 래은 양은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지, 가난이 얼마나 힘든지, 독재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저는 잘 몰랐는데, 그것을 피하지 않고 싸운 아빠가 자랑스럽다. 정말 모든 어른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답사를 시작했다.


딸은 “아프고 힘들어 눈물짓는 분들을 그냥 지나치기도 했고, 차가운 바다에 가라앉은 언니 오빠들을 잠시 잊기도 했다”며 “30년 전 아빠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왜 다른 이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되는지, 아픔을 나눠야 하는지 알 것 같다”며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했다. 


래은 양은 또 “훌륭하신 어른들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우리가 마음껏 꿈을 꿀 수 있도록 해달라. 가난이, 불행이 우리 꿈을 방해하지 못하게 해달라. 아름다운 꿈에서 우리 함께 살자”고 호소했다. 


30년 전 부산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6월 항쟁을 이끈 문재인 대통령은 단상에 올라 기념사를 통해 6월 항쟁과 촛불집회로 민주주의를 지켜온 국민이 진정한 대한민국 역사의 주인공임을 짚었다. 그는 한국 사회가 이뤄온 모든 발전과 진보가 6월 항쟁에서 비롯됐다고 천명하며, 문재인 정부 역시 6월 항쟁의 정신으로 세워졌음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이제 우리의 과제는 불평등 해소”


▲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서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다. ⓒ 최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시작은 해방과 더불어 주어진 것이었지만, 그것을 키워온 것은 국민의 피와 눈물이었다. 대한민국은 4·19혁명,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을 통해 친일·독재 세력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겨울 피어올랐던 촛불혁명이 바로 6월 항쟁이 피워낸 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의 새로운 도전은 경제에서의 민주주의다.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 속에서 민주주의는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6월 항쟁 30주년을 디딤돌 삼아 우리가 도약할 미래는 조금씩 양보하고, 짐을 나누고, 격차를 줄여가는 사회적 대타협에 있다”라며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해가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부산에서 6월 항쟁에 참여하며, 민주주의는 물처럼 흐를 때 가장 강력하다는 것을 배웠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는 흔들리지 않는다”라며 “우리의 삶,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역량이 더 성숙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상에서 민주주의로 훈련될 때, 민주주의는 그 어떤 폭풍 앞에서도 꺾이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 당시 6월 항쟁 기념행사는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가 따로 행사를 진행했었다. 시민사회는 정부가 6월 항쟁의 정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정부행사 기념식에 불참했고, 정부는 시민이 빠진 반쪽 기념식을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 올해 30주년 기념식은 정부와 시민사회가 다시 뜻을 모아 기념식을 진행했다.


명진스님, “대통령 밀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 위해 흐트러짐 없어야”


▲ 이날 기념식장은 일반시민과 학생들로 가득 찼다. ⓒ최진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명진 스님은 “87년 최루탄에 의한 절망의 눈물이 2017년 더불어 걸어가는 이들이 흘리는 감동의 눈물이 됐다. 87년 화염병으로 지펴진 분노의 불이 2017년의 함께 가자는 물결 같은 공감의 불이 됐다”라며 “87년 힘겹게 뿌렸던 눈물과 불꽃의 씨앗이 2017년 촛불로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명진 스님은 “오늘 문재인 대통령은 굳건한 민주주의, 올바로 선 단단한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고 했다. 다시는 독재나 억압에 숨 막혀 사는 세월이 오지 않도록 온 국민이 단결해 그 뜻을 사정없이 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밀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가 앞으로 나가는데 우리 국민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시민 이용우 씨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한 세대, 30년 동안 정말 나라를 똑바로 세우는 일에 정신을 차려야 한다. 72년 동안 나라를 망친 친일 세력들이 다시는 준동해서는 안 된다”라며 “식도암 3기를 이겨내면서,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굳건한 대한민국이 세워져, 우리 젊은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죽음을 각오하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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