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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시선] 1200명의 안중근과 함께
  • 곽찬
  • 등록 2017-07-13 18:16:29
  • 수정 2017-07-13 18: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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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찬


내가 죽은 뒤에 내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해 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 쓸 것이다”


안중근 의사가 동생에게 남긴 유언이다. 독립을 향한 강한 의지와 죽어서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한국인의 얼’이라는건 아마도 이런 정신을 두고 하는말이 아닐까. 


안중근 의사의 뜻을 알리기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에서 특별히 청소년들을 위해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었다. 


2017 찾아가는 음악회 ‘안중근·평화의 울림’은 총 네 차례 진행되는데 그 첫 번째 순서로 12일, 서울 중계동 대진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을 찾았다.


강당에 모인 1200여 명의 학생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에너지가 대단했다. 


▲ 각 반 대표가 나와 반 친구들과 마주 앉아 문제를 풀었다. ⓒ 곽찬


본격적인 공연 시작에 앞서 안중근 의사의 일생을 담은 다큐를 함께 봤다. 담담히 기록한 안 의사의 생애는 할 수만 있다면 국민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을만큼 울림이 컸다. 학생들은 안중근 의사와 관련된 퀴즈도 풀었다. 


1905년 을사늑약에 협조한 5명, 1907년 정미7조약에 찬성한 7명, 1910년 한일합병늑약에 협력한 8명에 공통으로 들어간 인물은 누구일까?


정답은 이완용. 학생들은 다시 한 번 이완용의 친일 업적에 감탄(?!)했다. 


하얼빈 의거 당시 안중근 의사는 총 여섯발을 쏘고 한 발을 남겨 두었다. 왜일까? 남은 한 발의 의미를 찾는 문제에서 막히기 시작했다. 보통 장군들이 권총을 지니고 다니는 의미는 결정적인 상황에 ‘자결’을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안중의 의사는 조금 달랐다.


▲ 문제에 답을 외치기 위해 손을 든 학생들. ⓒ 곽찬


안중근 의사는, 의거의 목적을 이루기까지 필요한 총알을 사용했고 이루고 나니 한 발이 남았을 뿐이었다. 안중근 의사의 탁월한 사격솜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참신한 퀴즈는 학생들의 기발한 대답 가운데 자연스럽게 안중근 의사를 마음에 심는듯 했다. 


골든벨을 마치고 음악회의 첫 순서로 원초적 음악집단 ‘이드’라는 팀의 무대가 시작됐다. ‘이드’는 본능 쾌감 충족을 목적으로 하는 쾌감원리를 뜻하며, 쾌감본능을 국악 퍼포먼스로 해소 시키고자 창단된 팀이라고 한다.


일반 공연에서 다소 접하기 힘든 피리, 태평소, 생황 등 전통악기와 피아노, 드럼, 기타로 이루어진 구성에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본능 쾌감 충족이 목적이듯 피리와 태평소 소리가 높게 울리자 온 몸에 전율이 흐르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이다.


▲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 당시 쓰고있던 ‘동양평화론’을 마무리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을 재연했다. ⓒ 곽찬


청년예술가들이 창작에 대한 열정과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만든 단체 뮤지컬 창작소 ‘영’은 하얼빈 의거를 주제로 뮤지컬 공연을 선보였다. 


흰 도포를 입은 안중근 의사가 당시 쓰고있던 ‘동양평화론’을 마무리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는 상황이 재연됐다. 안중근 의사의 이 동양평화론은 4차혁명을 말하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위대한 사상이다. 


‘안중근 의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누가 가장 안중근스러운가?’


학생들이 대답했다. “안중근 의사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이다. ‘희생’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부모님이 생각난다. 나를 길러주시고, 항상 희생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가장 안중근스러운 것 같다”


▲ ⓒ 곽찬


지난 겨울부터 우리는 유난히 국가와 민족, 그리고 역사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역사의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다며 광장으로 나섰던 이들도 많았다. 


퀴즈를 풀고, 음악으로 연극으로 과거를 되 새기며 고마운 역사의 주인공을 오늘날 우리 마음속에 되 살리는 일. 이날 함께 있었던 1200명의 안중근은 오늘의 시간을 또 어디선가 되 새기리라. 역사는 이렇게 기억되는 것임을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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