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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복) 연중 제23주일 독서·복음 묵상
  • 김수복
  • 등록 2017-09-11 10: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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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독서(에제 33,7-9) 해설

<네가 악인에게 경고하는 말을 하지 않으면 그가 죽음 책임은 너에게 묻겠다>


33장부터 에제키엘의 제2단계 활동이 시작된다. 이스라엘의 회복에 대한 약속과 기대가 그 특징을 이룬다. 실상 에제키엘은 예루살렘이 멸망하자 이스라엘을 위해서는 하느님의 섭리가 끊이지 않고 계속될 것임을 줄곧 역설한다.


에제키엘은 예언자로서 이스라엘 백성의 잘못을 경고하고 고발하는 임무를 다해야 하며, 잘못된 길에서 뉘우치고 돌아서면 하느님의 구원을 받을 것임을 깨우쳐 주는 임무를 다해야 한다. 교회도 박해를 무릅쓰고라도 사회의 잘못을 하느님의 뜻에 따라 밝혀주어야 하는 중대한 예언자적 임무를 다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가 잘못된 구조와 제도를 뜯어 고치고 하느님께 돌아서면 하느님의 구원을 받을 것임을 깨우쳐 주어야 할 임무를 다해야 한다.


교회뿐 아니라 모든 사람은 서로 잘못을 일깨워 줄 상호 책임과 사회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은 타인에 대해 예언자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편(94) 해설

주님께 환호하세

우리 구원의 바위 앞에서 환성 올리세


시편 작가는 하느님과 당신 백성 사이의 관계를 이렇게 표현한다. “그분은 우리의 하느님 우리는 그분 목장의 백성 그분 손수 이끄시는 양떼로세.”(7절). 인류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따라야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 욕심과 이기심으로 돌처럼 굳어진 마음을 열고, 인류의 공동선을 위해 몸 바치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야 구원을 받을 수 있다.


제2독서(로마 13,8-10) 해설

<율법의 완성은 사랑이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율법을 완성한 것입니다.”(8절). 바오로는 이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십계명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한다(신명 5,17~21; 탈출 20,13~17). 그리고 모든 계명과 규범은 “남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여라.”는 명령에 포함된다고 말한다.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10절). 그리스도께서 ‘율법을 완성하는 분’이시라면(10,4), ‘사랑’은 그분 생애와 구원업적의 동기요 핵심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이것도 하지 말고, 저것도 하지 마라.”는 소극적인 금령만을 내리시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사람을 사랑하신 것처럼, 모든 사람도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다 채울 수 없는 사랑의 의무를 지우신다.


모든 사람이 한없이 고귀한 하느님의 자녀로 존경받고 대우 받기까지 몸 바쳐 노력해야 할 과제는 급박하면서도 무한정하다. 사랑하지 않는 것이 범죄이고, 무관심과 냉혹함이 범죄이다. 그러나 막상 사랑하는 길을 택하고 나서면 그 길은 끝이 없다. 사람은 누구나 그 사랑의 길을 가도록 부르심을 받고 있다.


천대받고 멸시받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반대편엔 천대하고 멸시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사람으로서 사람을 무시하고 천대하는 범죄 속에 살 때의 사람들이 마음을 바로잡아 범죄를 끊고 사랑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그 출발을 위해서 천대받는 사람들 편에서 스스로 힘을 길러 발휘하는 것이 인류의 화해의 일치라는 구원을 가져다준다.


복음(마태 18,15-20) 해설

<형제의 잘못을 타일러 주어라>


사람은 자기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사람의 행위는 언제나 사회 속에서 이루어지며,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나의 행위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며, 다른 사람의 행위도 나에게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자기 나라와 세계의 정치・경제 구조에 대한 비판과 현실에 대한 자각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인류 대부분인 가난한 사람들은 개별적인 힘없는 목소리가 아니라, 집단적인 함성으로 그들의 잘못을 깨우쳐 서로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말은 다른 사람의 분명한 잘못과 그릇된 생활방식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나에게 해독을 주므로 증오해서가 아니라, 그 해독을 견뎌주면서 인내롭게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나서는 심정으로 충고하고 고쳐주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악법은 많은 사람의 인권을 짓밟는 불의를 행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악법을 고쳐서 정의로운 사회와 세계를 만들어야 할 막중한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묵상


남을 위해주어야 할 책임


사람은 다른 사람에 대하여 근본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형제 사이에, 직장 동료 사이에, 동네 이웃 사이에, 다른 사람의 인격 형성에 서로 영향을 주며 서로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나의 따뜻한 인간적인 마음씀씀이나 행위 하나하나가 다른 사람에게 또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영원히 이어져 갈 영향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의 비인간적인 행위도 똑같은 영향을 영원히 인류사 안에 존속시킨다.


따라서 사람이란 혼자서 구원받고 멸망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원을 받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면서 그들과 더불어 구원받으며, 멸망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주면서 그들과 더불어 멸망한다.


사람의 가장 중요한 본성이 그처럼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살게 되는 사회성일 것이다. 자식을 진정으로 위하는 훌륭한 부모나, 형제를 진심으로 위하는 우애 깊은 형제가, 상대의 잘못을 질책하고 매질하듯이,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일편단심 상대가 진정 잘되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달라는 바람의 표시이듯이, 사람은 혈육으로 가까운 부모 자식 형제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혈육 이상으로 아껴 그릇된 길에서 벗어나도록 애태우고 노력하라는 것이 믿음의 요청이다.


씨족이나 부족을 이루어 살던 원시 사회에서와는 달리, 현대는 국가 단위 사회를 넘어서 모든 분야가 국제 사회의 틀 안에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 속에서 사람들의 정치・경제 생활 등 사회생활 전반이 철저하게 상호 연관성을 갖는다. 따라서 대국적으로 인류 전체를 껴안아 생각하지 않으면, 개개인 생활의 의미를 도저히 찾을 수 없게 되어 있다. 개인은 인류 전체에 대한 책임이 있고, 인류 전체가 개인에게 대하여 책임을 지고 있다.


개인이 어느 가정・집단・지방・국가의 유리한 조건 안에 안심하고 안주하면서, 다른 가정・나라 사람들의 참상을 나 몰라라 하면, 그 개인은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그 가정 안에서 그 무리 속에서, 그 나라 속에서 서로 예의바르고 인정 있게 처세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또 부족하다. 인류를 일치시키는 믿음과 구원이란 그런 울타리를 걷어치우는 초극(超克)의 길이요 인류 전체를 감싸 안는 길이다.


불의(不義)한 현실을 바로잡아야 할 책임


내가 고생해서 내 가정이 좀 편하고 호사스럽게 살기로서니, 우리나라 국민성이 근면해서 국민들이 풍족하게 소비 생활을 영위하기로서니, 누가 감히 내 가정과 우리나라의 울타리를 넘볼 수 있으랴 하는 식의 사고방식이 과연 온당한가? 다른 사람들이야 무능하고 여건이 불리해서 그런 것, 어찌 그런 것까지 참견해야 할 내 소관인가 하는 식의 사고방식이 과연 온당한가?


게을러빠진 결과를 남에게 돌리려 함은 당치도 않는 조소거리라 치고, 똑같이 아니 훨씬 더 혹독하게 고생하는 나머지 대부분 사람들은 어찌해서 가난과 비참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그러한 현실은 분명 불의(不義)에서 비롯된 현실이다. 왜 불의하다고 하는가? 소수 특권층과 소수 부유한 나라와 소수 부자들이 자기네 향락과 우월감을 지키고 키우기 위해 경제력과 무력을 행사하여 인류 대부분을 짓밟고 학살하고 수탈하고 있는 현실이어도 그것이 불의한 현실이 아니란 말인가?


불의한 현실을 깨뜨리고 바꾸는 길은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을 인류 사회와 세계 속에 확립하는 것이다. 종족과 국가의 울타리를 넘어서 모든 사람을 똑같은 귀한 하느님의 자녀로 존중하고 위해주는 것이 그 사랑이요, 모든 능력과 자질과 자원과 재산이 모두 하느님의 것임을 인정하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공평하게 공동선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그 정의이다.


사랑에서 우러나는 정의의 실현을 위해서는, 인류 대부분인 가난한 사람들 편에서 자존심과 형제애를 기른 다음, 힘을 모아, 불의한 소수의 사람들의 잘못을 깨우치고 회개하게 하는 것이 순서이다. 그러한 의무를 다해야 가난한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까지 자기 안에 껴안아 단합된 하느님의 가족이 된다.





연중 제23주일 독서·복음


제1독서(에제 33,7-9)

<네가 악인에게 경고하는 말을 하지 않으면, 그가 죽은 책임은 너에게 묻겠다>


“너 사람의 아들아, 나는 너를 이스라엘 집안의 파수꾼으로 세웠다. 그러므로 너는 내 입에서 나가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를 대신하여 그들에게 경고해야 한다. 가령 내가 악인에게 ‘악인아, 너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고 할 때, 네가 악인에게 그 악한 길을 버리도록 경고하는 말을 하지 않으면, 그 악인은 자기 죄 때문에 죽겠지만, 그가 죽은 책임은 너에게 묻겠다. 그러나 네가 그에게 자기 길에서 돌아서라고 경고하였는데도, 그가 자기 길에서 돌아서지 않으면, 그는 자기 죄 때문에 죽고, 너는 목숨을 보존할 것이다”


시편(94)

오늘 너희가 그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너희는 마음을 완고하게 하지 마라 


제2독서(로마 13,8-10)

<율법의 완성은 사랑이입니다>


형제 여러분,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마십시오. 그러나 서로 사랑하는 것은 예외입니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율법을 완성한 것입니다. “간음해서는 안 된다. 살인해서는 안 된다. 도둑질해서는 안 된다. 탐내서는 안 된다.”는 계명과 그 밖의 다른 계명이 있을지라도, 그것들은 모두 이 한마디 곧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말로 요약됩니다.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복음(마태 18,15-20)

<형제의 잘못을 타일러 주어라>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가서 단 둘이 만나 그를 타일러라. 그가 네 말을 들으면 네가 그 형제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그가 네 말을 듣지 않거든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거라. ‘모든 일을 둘이나 세 증인의 말로 확정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그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교회에 알려라. 교회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그를 다른 민족 사람이나 세리처럼 여겨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내가 또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필진정보]
김수복 : 살레시오 수도회에서 10년 동안 수도생활을 하고, 그 동안 서울 가톨릭 신학대학 6년을 수료했다. 40년 동안 5개 언어에서 성서와 신학 관련 서적을 우리말로 옮기는 번역노동자였다. 현재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둘, 손자 넷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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