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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발표한 ‘가장 참담한 국정농단의 표본’
  • 최진
  • 등록 2017-10-13 17:27:24
  • 수정 2017-10-13 17:2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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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KTV 국민방송 생방송 갈무리)


적폐청산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12일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피하고자 주요 문건을 불법으로 조작한 정황을 공개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상황을 처음으로 보고받은 시각을 늦추고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시한 대통령 훈령을 불법으로 조작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청와대가 11일 안보실 공유 폴더 전산 파일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상황일지가 참사 이후 조작된 정황이 담긴 파일 자료를 발견했고, 지난달 27일에는 국가위기관리센터 캐비닛에서 대통령 훈령인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이 절차규정을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변경된 정황을 발견했다고 했다.


첫 보고와 첫 지시 간격 줄이는 의도


그동안 박근혜 정부는 당시 청와대가 국가안보실로부터 세월호에 대한 첫 소식을 오전 10시에 보고받았다고 주장해왔다. 이후 “단 한 명도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대통령의 첫 지시가 오전 10시 15분에 나왔다며 이 같은 주장을 홈페이지에 밝혔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재판과정에서도 증거로 제출됐다. 


하지만 청와대가 공개한 국가안보실 문건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상황을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보고한 시점은 오전 9시 30분이다. 하지만 해당 문건은 참사 발생 6개월 후인 2014년 10월 23일에 보고시간이 30분이나 늦춰진 것으로 변경됐다.


▲ 지난해 11월 19일, 청와대에서 공개했던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 (사진출처=청와대)


임 실장은 “첫 보고 시점과 대통령의 첫 지시 사이의 시간 간격을 줄이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당시 1분 1분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참 생각이 많은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첫 상황보고가 있었던 오전 9시 30분은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하기 전으로, 조속한 구조 결단이 이뤄졌다면 승객들이 안전하게 구조될 수 있었던 골든타임에 속하는 시간이다.


또한, 새롭게 밝혀진 국가안보실 문건에 따르면 참사 당일 오후 4시 20분경 작성된 상황보고 문건이 6개월 후인 10월 23일에는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라진 문건은 박 전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했던 오후 5시 15분경 직전에 작성된 상황보고서이므로, 일각에서는 당시 청와대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문건을 조작·파기하는 수법으로 책임을 피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책임 피하려 대통령 훈령도 조작


또한, 청와대가 참사 대응의 책임 주체임을 밝힌 대통령 훈령까지 참사 이후 불법으로 조작한 정황도 드러났다. 청와대는 전임 정부가 세월호 사고 발생 후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시행 중이던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에는 애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재난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구실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있었다. 하지만 7월에는 이 같은 내용이 지워지고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위기 관련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 수행을 보좌하는 것으로 고쳐졌다. 국가재난에 대한 책임은 안전행정부의 몫으로 변경됐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바뀐 것이다. 


대통령 훈령인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법제처장에게 관련 규정과 관리에 대한 심사를 요청하고 대통령 재가를 받아야 하는 등 법적 절차가 규정돼 존재한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는 이러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2014년 7월 31분 문건을 변경해 전 부서에 통보했다.


임 실장은 “이러한 불법 변경은 세월호 사고 직후인 6월과 7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에 출석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안전행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언급한 것에 맞춰 이뤄진 것”이며 “국회 보고에 맞춰 사후에 조직적인 문서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지난 7월 10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세월호 특정조사 기관보고에 나와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사진출처=뉴스타파)


이들 자료는 현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통합적인 국가재난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임 실장은 “청와대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가장 참담한 국정농단의 표본적 사례라고 보고 반드시 관련 진실을 밝히고 바로잡아야 한다”며 문서공개의 목적을 밝혔다. 청와대는 관련 사실을 수사기관에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처음으로 맞이하는 국정감사 하루 전에 발표된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관련 문서조작 정황은 국정원을 비롯해 그동안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온갖 조작과 사찰 개입 등을 행해온 정부 기관들에 대한 현 정부의 경고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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